여지 남긴 이재용 영장기각 사유..검찰-삼성 '동상이몽'
법조계 "영장단계 판단보류..영장 재청구 않을듯"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이세현 기자,류석우 기자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기각 사유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의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소명됐다'는 표현을 둘러싸고 검찰은 '혐의가 소명됐다'고 보는 반면, 삼성 측은 '소명되지 않은 것'이라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법원의 기각 사유는 규모가 방대하고 사안이 복잡한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해 영장단계에서의 판단을 보류하고 재판에서 엄격한 과정을 거쳐 입증하라는 취지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과 삼성 옛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면서도 "불구속재판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선 소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실관계가 소명되고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 "법률적으로는 혐의가 소명됐다는 의미나 다름 없다"고 판단했다. 아무 것도 입증이 안 됐으면 재판에 가보라고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취지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 자체가 방대하고 혐의도 다양한데 한 마디로 인정된다고 하기 보다 양쪽 다 해석의 여지가 있도록 신중히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통상적인 법원의 기각 문구를 살펴봤을 때 혐의가 소명이 안 됐다고 하면 안 됐다고 썼을 것"이라며 "이번 기각 사유는 불구속 재판의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혐의는 인정된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반면 삼성 측은 이번 기각 사유를 놓고 이 부회장의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삼성 측은 '변호인 일동' 입장을 통해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 책임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 변호사는 "검찰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는 인정되지만 그게 죄가 되는지는 모르겠다는 '소명 부족'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장 판사 입장에서 피의자들에게 죄가 있는지는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소명 부족'이라는 표현을 쓸 순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향후 오는 11일 열리는 이 부회장 사건을 심의위에 부칠지 결정하는 부의심의위원회 절차를 진행하면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삼성 측은 기각 사유에 대해 '법원은 충분히 증거를 확보했으니 다시 영장을 청구하지 말라는 것'이라 해석하며 "재판에서 다퉈보자"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영장 단계에서는 범죄성립 여부를 인정하기 어려우니 사실상 판단을 보류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구속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은 명확하게 표현하면서도 정작 혐의인정 여부에 대해 모호하게 표현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혐의'가 아닌 '사실관계'가 소명됐다고 표현한 것은 혐의 유무에 대해선 영장단계에서 판단할 수 없으니 '재판에 가서 승부를 내라'는 의미로 봐야한다는 취지다.
한 영장전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기각사유의 방점은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지금 상태에서 없다는 것"이라며 "수사가 장기화됐고 여러 인적, 물적 증거가 확보됐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본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특히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혐의가 소명됐다고 본 것 같지는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 "검찰이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여러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지만, 검찰에서 적용하려는 법규를 위반한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직 부장판사도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라는 표현은 형사판사들이 잘 안 쓰는 말"이라며 "혐의가 인정됐다고 볼 때 나오는 표현이 아니다. 혐의가 소명됐다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장단계에서 혐의 유무 판단을 보류하고 법원에서 나중에 판단을 받아보라는 취지라는 해석이다.
한 지청장 출신 변호사도 "지금은 재판에서 엄격한 과정을 거쳐 입증해야하는 '책임 정도'나 '혐의 유무'를 단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재판을 통해 밝혀져야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그는 "혐의 소명이 안 됐거나 부족했다고 하면 그렇게 쓸텐데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는 건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는 취지로 쓴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범죄혐의 성립에 대해 크게 반대 입장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영장 재청구에 대해서는 "검찰이 법원에서 혐의 소명이 됐다고 판단한 것이라 본다면 굳이 보강수사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수십만 페이지에 달하는 증거기록이 확보된 상황이기 때문에 증거를 은폐하고 없앨 만한 정황이 나오지 않는한 재청구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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