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로비 실체 없다' 신라젠 수사 일단락

김희진 기자 2020. 6. 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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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억원 부당이득' 문은상 대표 등 임원 4명 구속 기소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는 적용 안 돼..재산 1354억 추징

[경향신문]

신라젠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전·현직 임원 등 9명을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신라젠 성장 과정에 현 여권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정치권 연루 의혹은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정식)는 8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문은상 신라젠 대표(54), 곽병학 전 감사(55), 신모 전무이사(48) 등 전·현직 임원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과 공모한 증권사 대표, 페이퍼컴퍼니 관계자 등 5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문 대표는 2014년 3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000만주를 인수해 191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문 대표는 지난달 29일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특허 대금을 부풀려 신라젠 자금 29억3000만원 상당을 관련사에 과다하게 지급하고,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풀려 부여한 뒤 38억원가량을 돌려받은 혐의도 받는다. 또 자본잠식 상태인 자회사에 500만달러(약 60억원)를 대여한 뒤 전액 손실처리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이날 추가됐다.

검찰은 지난달 4일 이용한 전 신라젠 대표(55)와 곽 전 감사 등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문 대표 취임 직후인 2014년 3월 함께 무자본 대출로 350억원 상당의 BW를 불법 인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문 대표의 불법 인수를 도운 DB금융투자 임원진 두 명에 대해서도 이날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신라젠 창업주 황모씨와 페이퍼컴퍼니 사주 ㄱ씨를 문 대표 공범으로 보고 지난달 29일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문 대표에게 신라젠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신라젠 전·현직 임원들은 업체가 개발 중이던 항암치료제 ‘펙사백’ 임상중단 사실을 미리 알고, 이 정보를 공시하기 전 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피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문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은 주식 매각 시기, 미공개 정보 생성 시점 등에 비춰봤을 때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라젠의 전략기획센터장인 신모 전무이사만 2019년 6월 펙사백의 임상시험 결과가 좋지 않다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 64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신라젠의 급성장 배경으로 제기된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신라젠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2014년 9월 신라젠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불거졌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모임 ‘노사모’ 등에서 활동한 이 전 대표가 신라젠이 인수자금과 임상시험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해줬다는 주장과 함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15년 신라젠 기술 설명회에서 축사를 했던 사실이 드러나며 여권 인사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지난해 8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신라젠의 미공개 정보 이용에 대한 정보를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문 대표 등이 부당하게 취득한 이득을 환수하기 위해 고가주택, 주식을 비롯해 문 대표 등의 1354억원 상당의 재산을 추징 보전했다. 추징 보전은 법원 판결에 대비해 재산을 미리 동결하는 조치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조치를 통해 범죄로 얻은 부당이득을 철저히 환수할 예정”이라며 “투기자본감시센터 고발사건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해 통상적인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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