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 무서워요"..선교단체 길 막은 강화군 주민들

신민재 입력 2020. 6. 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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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갑자기 이곳에 대포라도 쏘면 어떻게 합니까? 하루하루가 불안한 주민들 입장도 이해해주세요."

최민기(61) 석모3리 이장은 "페트병 띄우기가 수년째 계속되면서 석모도 일대 환경오염이 심각하고, 특히 북한 위협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불안해하는 주민이 많다"면서 "이곳이 삶의 터전인 주민 입장을 헤아려 행사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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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담은 페트병 바다에 띄워 북에 보내는 행사 제지
페트병 띄우기 막으려고 길에 세운 굴삭기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7일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해변에 주민들이 세워놓은 굴삭기가 비포장길을 막고 있다. 2020.6.7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북한이 갑자기 이곳에 대포라도 쏘면 어떻게 합니까? 하루하루가 불안한 주민들 입장도 이해해주세요."

7일 낮 북한과 인접한 인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해변.

점퍼 차림의 50∼60대 주민 10여명이 차가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시멘트 포장길 끝에 모여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도로 반대편을 주시하고 있었다.

주민들이 1시간 넘게 기다리는 이들은 이날 정오께 쌀을 담은 페트(PET)병 수백개를 바다에 띄워 북한 주민에게 보내겠다고 예고한 선교단체 회원들이다.

주민들은 이틀 전에도 이곳에서 이 행사를 막았다.

한 주민은 "4∼5년 전부터 탈북민단체나 선교단체 회원들이 이곳에서 쌀과 구충제 등을 담은 페트병 수백개를 썰물 때에 맞춰 바다에 띄우는 행사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북한과 인접한 강화군 석모도 해안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북한과 직선거리가 10여㎞에 불과한 석모도 해안의 모습. 2020.6.7

석모도는 북한 황해남도 해주와 직선거리가 10여㎞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다.

주민들은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불안해하고 있다.

석모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페트병을 띄우는 북한 말씨의 아주머니로부터 '10개를 띄우면 1개 정도만 실제 북으로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예전에는 음료수 페트병 안에 쌀과 1달러짜리 지폐를 넣었는데 요즘은 더 굵은 플라스틱병에 쌀과 성경을 넣어 보낸다"고 말했다.

석모도 주민들은 최근 북한 당국이 대남 비난 수위를 높여가는 등 불안감이 커지자 페트병을 바다에 띄우는 사람들이 1t 화물차로 이동하던 비포장길을 아예 굴삭기로 가로막았다.

이 길은 정식 도로가 아니고 갯벌이 유실되는 것을 막는 둑을 쌓으면서 생긴 공사로다.

석모도 해안으로 다시 떠내려온 플라스틱병 (인천=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려고 쌀과 성경 등을 담아 바다에 띄운 플라스틸병들이 석모도 해안에 어지럽게 널려있다. 2020.6.7 [주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석모도의 한 어민은 "바다에 쳐놓은 그물을 하루 한번 끌어올리는데 물고기 대신 플라스틱병이 잔뜩 들어있다"며 "석모도 해안으로 다시 떠밀려온 수많은 페트병에서 심한 악취가 나지만, 주민이 수거하는 데 한계가 있어 환경 피해가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페트병을 바다에 띄워 보낼 수 있는 썰물 때가 끝나도록 선교단체 회원들이 나타나지 않자 3시간여를 기다린 주민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은 이날 선교단체가 행사를 예고한 현장 주변에 사복 경찰관을 배치했지만, 주민과 선교단체 간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최민기(61) 석모3리 이장은 "페트병 띄우기가 수년째 계속되면서 석모도 일대 환경오염이 심각하고, 특히 북한 위협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불안해하는 주민이 많다"면서 "이곳이 삶의 터전인 주민 입장을 헤아려 행사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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