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시청자 수준 무시하는 얼렁뚱땅 시간여행[TV와치]

뉴스엔 입력 2020. 6. 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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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더 킹'이 평행세계에 이어 타임슬립까지 등장시켰다. 시청자의 혼란은 가중됐다.

6월 5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극본 김은숙/연출 백상훈 정지현) 14회에서는 1994년 대한제국 역모의 밤으로 가 스스로를 구한 이곤(이민호 분)이 시간을 달려 2020년 대한민국 정태을(김고은 분)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역모의 밤에 자신을 구한 사람이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이곤은 당간지주를 통해 차원의 문 안으로 들어갔다. 같은 시각 이림(이정진 분) 역시 차원의 문 안에 들어오며 가운데서 만파식적이 하나가 됐다. 그 순간 시공간의 축이 동시에 생겼고 만파식적은 두 사람을 스스로를 구하고 싶은 순간으로 보냈다.

그러나 이곤은 2020년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만파식적 반쪽으로는 같은 시간대의 평행이동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곤은 26년, 차원의 문 안에서는 4개월을 버텨야 2020년에 닿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곤은 1994년, 5살이던 정태을 앞에 나타나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금방 갈게. 자네에게 가고 있어"라고 말했다. 또 2010년 정태을에게도 나타나 "자네가 날 모르는 순간은, 슬프네. 그래서 온 거야. 오늘 자네의 기억으로 남기 위해서, 우린 지금 다른 시간에 살고 있거든"이라는 말을 남겼다. 2020년 정태을에게는 이런 이곤과의 과거 만남이 새로운 기억으로 업데이트 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 설정의 오류가 있어 시청자들을 혼돈에 빠뜨렸다는 점이다. 이미 시청자들은 타임워프, 타임슬립, 타임 패러독스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소재의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접해왔다. 때문에 더 탄탄하고 논리적으로 이 세계관을 설정해야 한다. 시간여행에서 오류와 모순은 시청자들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더 킹'은 이곤이 과거의 정태을과 만나 기억을 심는 것으로 모순을 만들어냈다. 극 초반 등장했던 이곤과 정태을의 광화문 만남이 14회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는 것부터 이들의 지난 서사와 모순이 생겼음을 보여준다. 광화문에서 이곤과 만난 정태을은 이미 1회부터 시청자들이 만난 정태을과 다른 사람이 됐다. 이곤을 의심하고 김개똥이라 불렀던 정태을은 사라지고 이곤을 안아주는 정태을이 된 상황이다.

그러나 '더 킹'은 이 모순을 무시하고 이곤과 정태을의 절절함만을 주입시키기 위해 이곤의 기억 심기를 용인한다. 2020년으로 돌아오기 위해 무던히 애쓰는 이곤이 자신을 마냥 기다릴 정태을을 위해 정태을의 과거에 자신의 기억을 심는다. 멜로로만 보면 정태을을 향한 이곤의 사랑이 얼마나 애절한지 드러내는 장치다. 드라마 내내 떠들었던 '이과형 황제' 이곤이 시간의 역설이 생기는 것 따윈 무시하고 행동한다.

과거가 바뀌면 현재가 바뀐다는 기본적인 전제도 '더 킹'에서는 가볍게 무시된다. 기억만 더해지는 것 정도는 큰 일이 아니라는 드라마적 허용이다. 이곤의 시간여행으로 정태을에게 새로운 경험이 생기고 이곤을 만나 포옹했지만 동시에 김개똥이라 부르고 무시했던 정태을의 행동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애초에 이 부분을 디테일하게 생각하지 않은 김은숙 작가의 안일함이 문제다.

애초에 김은숙 작가 드라마 속 세계관이 치밀한 디테일, 완벽한 고증으로 이뤄지지 않음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타임슬립물에 익숙한 시청자들을 납득시키기 힘든 허술함이다. 이 허술한 세계관을 드라마 전개로 보여주지 않고 캐릭터가 말로 풀어내는 식으로 쉽게 넘어가려는 것 역시 작가의 게으름이다.

결국 '더 킹'은 논리보다는 드라마적 허용을 굉장히 많이 하고 이해하고 넓은 마음으로 납득해주고 봐야하는 드라마이다. 아주 사소한 것 하나로도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일반적인 시간여행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드라마이다. 시청자들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시공간 로맨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태가 됐다. 이 얼렁뚱땅이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이고 재미있었다면 그 나름대로 성공적이었겠지만 시청률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SBS '더 킹:영원의 군주'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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