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경영학자서 화가 후원자로 [나의 삶 나의 길]


“교수 시절부터 화가조합을 생각해 왔다. 2013년 정년을 맞이한 후 2년의 준비작업 끝에 실행에 옮겼다. ‘그림 한 점으로 세상을 따뜻하게’라는 신념으로 만든 순수 민간 비영리단체다. 많은 이들이 그림에 매료돼 그림으로 행복해지면 그림 수요가 늘어나고 화가들의 삶은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 판단했다. 오랜 인연이 있는 몇몇 중소기업인과 전문직 종사자들을 규합해 결성했다. 엄격한 절차를 거쳐 화가들을 선발하고 조합원으로 영입했다. 화가조합은 작가들이 조금 더 나은 여건에서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도와주고, 일반 대중이 그림을 가까이 접하고 즐길 수 있게 해 우리 사회를 밝게 하고 각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일을 하고자 한다.”
-조합을 만든 계기가 있나. 운영 형태가 독특하다는데.

“얼마 전 ‘생애 첫 그림 선물전’을 잘 마쳤다. 코로나로 폐관하거나 문을 닫는 갤러리가 많은데도 우리는 40점 넘게 판매했다. 누구라도 부담 없이 그림 한 점을 소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작품값을 100만원으로 정한 기획전이다. 실제 가치는 몇 배 더 있는 작품들이다. 그것도 버거운 구매자를 위해서는 할부도 해줬다. 함섭, 문선미, 차명주, 황미정, 신동권 작가 등의 작품이 국내외에서 판매됐다. 코로나로 갤러리를 방문하기 힘든 이도 많은 점을 감안해 제가 일일이 작품을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집중적으로 홍보한 것도 일정 효과를 거뒀다. 모두가 우리 작가와 작품에 대한 구매자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림은 가져본 사람만이 그 가치를 안다. 그림 한 점 없는 집이 수두룩하지만 한 점만 걸린 집은 없다. 소장하면 너무 행복하기 때문에 좋은 그림을 만나면 또 사게 된다. 19일부터는 ‘사진 찍는 의사’로 불리는 고려대 구로병원 김한겸 교수가 아프리카 의료봉사를 다니며 카메라에 담은 ‘노마드 인 아프리카전’을 할 계획이다.”
-장기 프로젝트로 예술 소외지역 그림기증사업도 시작했는데.

“경영학 교수로서 기업들에 미래 경영환경 예측이나 신사업에 대해 조언을 하다 보니 현장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새로운 것을 늘 익혔다. 아마 지구의 70%를 다녔을 것이다. 여행을 하다 보니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데 사진을 전문적으로 공부해도 늘지 않았다. 사진이 마음에 안 들었다. 스트레스를 받아 친구인 프로 사진가에 고민을 털어놓으니 ‘사진 테크닉이 늘지 않으니 심미안을 키워보라. 그러려면 그림을 많이 보고 다녀라’라고 조언했다. 그때부터 전시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작가 소개를 받고 전시회도 다니고 뒤풀이 초대를 받으면서 교류의 폭을 넓혔다. 이들과 친해지면서 화가들의 삶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장 싼 집에 가서 가장 싼 걸 먹는데도 돈 낼 때가 되면 쭈뼛거리곤 했다. 주머니 사정이 나은 내가 몇 번 밥값을 냈더니 소문이 났다. ‘황 교수는 화가들의 후원자’라는 소문이 났다. 친구들이 수백명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화가를 돕는 일을 시작했다.”
-조합 운영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강조하는데.

“매년 작가들의 해외답사를 전액 지원해 왔다. 재작년에는 24명이 지중해와 이탈리아를 돌았고, 지난해는 19명이 모로코와 스페인을 다녀왔다. 올해도 코로나가 변수이나 일단 하반기 남미 볼리비아와 페루, 멕시코를 다녀올 예정이다. 각자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답사하고 작품대상을 찾고 스케치를 한다. 이런 경험이 모두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가들이 많이 보고 다녀야 사고의 틀을 깨는 좋은 작품의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단조롭게 매일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사람을 만나면서 영감을 얻기란 힘들다. 눈과 귀를 열어 사고의 틀을 깨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경험은 작가의 무의식에 스미고 작품 위에 나타난다. 공짜가 아니다. 다녀온 뒤 전시회를 열고 작품을 팔아 경비를 충당한다. 작가는 후원자에게 그림으로 갚고, 후원자(기업)는 사내미술관에 작품을 건다.”
-평소 경영학자로서 ‘예술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늘 얘기하는데..
“경영학 교수로 기업에 투자와 효율, 경쟁력 연구에만 매달려 왔다. 경쟁력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게 있다. 보이는 경쟁력의 시한은 겨우 6개월이다. 신제품이 나와도 경쟁사가 모방하고 베끼면 금방 따라잡힌다. 보이지 않는 경쟁력인 상상력과 창조력을 끌어내는 조직이 살아남는다. 그 원천이 예술이다. 예술이 밥 먹여 주냐고 하지만 실제 밥 먹여 준다. 페이스북·구글·애플·MS 같은 기업들은 화가들을 직원으로 왜 채용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기술과 예술은 경쟁력을 결정하는 양 날개다. 기업들이 예술에도 투자한다는 사실은 더는 이제 새롭지 않다. 4차 산업시대에는 예술의 영역이 더욱 확대된다. 예술적인 심미안이 중요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근처의 미술관이나 화랑을 찾는 일이다. 일상이 조금 불편하고 지겨울 때 예술과 함께 기분전환한다는 마음으로 우리 갤러리를 들러라. 일년 365일 언제나 수준 높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다 보면 작품이 눈이 들어오고 세상이 달라 보이고 행복해질 수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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