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챙겨오면 60만원" 1초만에 메시지 19개 왔다

정경훈 기자 2020. 6. 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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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性 팝니다' 벼랑 끝 10대 ②

[편집자주] n번방 사건으로 심각성이 드러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미성년자다. 최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도 미성년자 성매매 이슈를 다뤄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10대들을 향한 성범죄의 검은 손길, 그 실태와 문제점, 대책을 살펴봤다. 

지난달 30일 모 랜덤채팅 어플에서 만난 남성이 15세라 밝힘에도 조건만남 제안을 하는 대화 재구성 /사진=머니투데이



"채팅이 재밌었어요. 근데 몇 사람이 막 조건이란 걸 요구를 하는데, 그때는 조건이 뭔지도 몰랐죠.
갑자기 어떤 사람이 저한테 그 관계를 하면 50만원을 준다는 거예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차단을 박았어요."(A양 인터뷰, 2018년 여성가족부 민간용역 보고서 중)

심심해서 랜덤채팅을 시작한 A양은 결국 채팅에서 만난 남성의 끈질긴 유인으로 조건만남을 했다. 당시 16살이었다. 해당 성매수자는 A양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알고, 큰 금액을 앞세워 집요하게 유혹했다. 차단을 하면 다른 아이디로 지속해서 접근했다.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이 됐다. 랜덤채팅은 익명성과 함께 GPS 기능을 통해 대화 상대방과의 거리까지 알려주고, 대화내용이 저장이 안 된다. 사실상 성매매에 최적화된 온라인 공간이다.

지난해 말 여성가족부에 내놓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분석’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가 이뤄지는 경로 중 메신저·SNS·스마트폰앱이 차지하는 비중은 91.4%에 달한다. 실제 대부분의 미성년자 성매매가 스마트폰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아빠뻘도 괜찮아요?" 끊이지 않는 알림...랜덤채팅에
랜덤채팅앱에 가입해 미성년자로 프로필을 설정해놓으면 조건만남을 원하는 알림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30분쯤 랜덤채팅앱의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10여개의 랜덤채팅앱에 가입해 채팅방을 개설했다.

랜덤채팅앱의 가입은 쉬웠다.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인증이 필요 없는 경우도 많았다. 별도 프로필 사진이나 해시태그 없이 대화 상대, 친구 원한다는 방을 열었다.

'○○○팅'에서 친구 찾는다는 방을 만들자 1초도 안 돼 19개 메시지가 밀려왔다. 다양한 첫 '톡' 사이에서 '스폰으로 생각 있어요??'와 '만남 구해요. 1회 30만원'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이들에게 ‘미성년자임’을 알려도 대화를 이어가며 성을 사려고 했다.

스폰 생각 있냐는 B는 월 4~5회 만남에 200만원을 주겠다고 해왔다. 30만원을 제시한 C는 "성 경험이 없으면 80만원"이라고 했다. 한 이용자는 15살이라 밝혀도 아르바이트라며 유사성행위를 제안했다. 성기 사진 보내며 성적 요구 해오는 남성도 있었다.

30일 모 랜덤채팅 어플에서 만난 남성이 청소년임을 밝히자 친근한 모습을 보이며 그루밍을 시도하는 대화 재구성 /사진=머니투데이


‘아빠뻘’이라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49세의 이용자도 있었다. 존대를 해가며 상대방을 ‘위하는 척’했지만 결국 성적 대화로 빠지고, 카카오톡이나 라인으로 대화를 옮기자는 제안을 했다. 또 다른 40대 남성도 "나쁜 사람 아니니 친구처럼 친해지자"며 이름과 번호를 교환하고자 했다. 본인을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공무원으로 소개한 사람도 있었다.

아동·청소년 대상 그루밍성범죄의 전형적인 방법이다. 친절함을 가장해 친해진 뒤 점점 성적 사진 등을 요구해 약점을 잡아 착취하는 식으로 발전한다. 채팅에서 만난 뒤 카카오톡, 라인 등 다른 메신저로 옮기자는 요구를 하는 것도 대화 상대방의 신상을 캐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정부, 랜덤채팅앱 청소년 사용 금지 추진..."잠입수사도 논의 중"
정부는 랜덤채팅앱을 청소년유해매체물(청소년 이용금지)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관련 행정예고가 나갔고, 올해 안에 법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실명 인증 또는 휴대전화 인증 △대화 저장 △신고 기능 등 안전한 채팅을 위한 기술적 조치가 없는 랜덤채팅앱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해 성인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몇몇 랜덤채팅앱은 앱을 정부 방침에 따라 개선하고 있다.

30일 사용한 랜덤채팅 앱 설치 스마트폰 화면 캡처 /사진=머니투데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본인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것은 성매매가 시도, 발생 후 경찰 수사를 돕기 위한 것"으로 "전화번호 등록 여부가 경찰 수사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대화내용 저장을 의무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유해매체가 된 후 관련 표시를 안하면 2년 이하 징역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며 "경찰과는 랜덤채팅에 미성년자로 잡입해 수사하는 방안도 논의 중으로 랜덤채팅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 편이 필요한 순간 언제든" 청소년상담: 전화 1388, cyber1388.kr, 문자#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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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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