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찾아 온 20세이하 우완 트로이카 시대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2020. 6. 3. 15: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KBO리그 2020시즌 20세 이하 우완 선발 트로이카가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삼성 원태인 LG 이민호 KT 소형준 | 이석우 기자

지난 10년 동안 KBO리그에서 ‘25세이하 100이닝 투수’는 멸종 위기종이었다. 신인 투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2군에 머물거나, 1군에 있더라도 불펜 활용도가 높았다. 25세이하도 드문 일인데 고교를 졸업하고 곧장 1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2000년 이후 20세이하 투수가 선발등판 20회 이상, 10승 이상을 거둔 것은 딱 10명밖에 없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17년 히어로즈 최원태(11승7패)다.

지난 20년간 두각을 나타탠 20세이하 투수들은 2000년대 중반 데뷔한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등 좌완들이었다. 우완 고졸 신인 투수들의 활약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삼성 김진웅, 2001년 삼성 배영수, 2002년 KIA 김진우 등이 활약하던 때다. 이들은 데뷔 첫 해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돼 10승 이상을 거뒀다.

20년만에 다시 한번 20세 이하 우완 선발 트로이카 시대의 가능성이 열렸다. 데뷔 2년차를 맞는 삼성 원태인과 고졸 신인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LG 이민호, KT 소형준 등이다.

20세 이하 우완 선발 투수들이 선발 20회 이상 등판 10승 이상 거둔 것은 2000년대 초반이후 없었다. 당시 삼성 김진웅과 배영수 KIA 김진우(왼쪽부터) 등이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 경향DB

원태인은 시즌 초반 투수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성장을 자랑하고 있다. 원태인은 2일 LG전에서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3승(공동 4위)째를 따내며 평균자책을 2.45(3위)까지 끌어내렸다. 148㎞까지 최고구속을 끌어올리며 더욱 힘있는 투구를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과 지난 2일 연속으로 원태인과 맞대결을 펼친 LG 1차지명 고졸 신인 이민호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관리 차원에서 10일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이민호는 2번의 선발 등판에서 12.1이닝 동안 겨우 2점만 내주는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시즌 초반 불펜 활약 때보다 더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간다. 150㎞를 넘나드는 최고구속에 140㎞ 언저리의 컷 패스트볼이 위력적이다.

시즌 전부터 주목받은 KT 1차지명 고졸 신인 소형준도 꾸준히 선발투수로 활약 중이다. 실점이 늘면서도 승부를 버텨내는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인다. 평균구속 145.3㎞는 규정이닝을 채운 국내 선발 투수 중 가장 빠른데다 다양한 변화구의 완성도가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3명 모두 2000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21세기 소년’들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야구를 시작한 ‘베이징 키즈’로 구분된다. 야구의 인기가 재능있는 선수를 야구로 이끌고, 이들이 성장해 리그를 성장시키는 선순환이다. 앞서 KBO리그를 이끌었던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등은 1988년 언저리에 태어난 ‘88둥이’인데 이들 역시 1990년대 후반 박찬호의 영향을 받은 ‘박찬호 키즈’로 분류된다. 박찬호를 포함한 1992학번들이 주축인 한국 야구 ‘황금세대’ 역시 1982년 KBO리그 출범을 보며 야구를 시작한 세대다.

재능과 함께 과거와는 다른 체계적 훈련이 유망주들의 성장을 도왔다. LG 류중일 감독은 최근 뛰어난 투수들의 등장 이유에 대해 “과거에는 무조건 많이 뛰게 하고, 많이 던지게 했다. 지금은 다르다. 우리 팀에도 컨디셔닝 코치만 5명이다. 어릴 때부터 과학적, 체계적 훈련을 통해 재능있는 선수들이 더 잘 성장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