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제 첫날..일매출 500만원이던 홍대 헌팅포차에 손님 2명

이우림 2020. 6.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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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홍대 어울림마당로가 텅 비어 있다. 이우림 기자.

“오늘 하루 두 테이블 받고 8만 5000원 벌었다. 방역 지침 때문에 간이 탁자를 배치해 테이블 간 거리두기도 했는데 손님이 안 온다.”


하루 매출 500만원→8만 5000원으로 줄어
2일 오후 9시 30분, 서울 마포구 홍대 근처에 위치한 헌팅 포차 직원 A씨가 말했다. 평일에도 수십명씩 대기 줄이 늘어서며 홍대 클럽 거리 내에서도 유명세를 떨치던 포차였지만 이날 매장에 앉아있던 손님은 단 2명뿐이었다. A씨는 “5월 중순만 해도 평일에 500만원, 주말엔 1000만원 이상을 팔았다. 그런데 최근 2주 동안은 하루에 10만원도 못 벌었다”고 했다.

2일 오후 9시 30분 서울 마포구의 한 헌팅포차 내부. 평소라면 손님으로 가득 차야 할 포차 안이 텅 비어있다. 이우림 기자.

홀에는 직원 3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원래 홀 직원이 12명이었지만 매출 타격이 커 최근 인원을 줄였다고 했다. 2층은 텅 비어 있었고 평소 포차 앞에 줄지어 늘어서 있던 택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황이었다. 가게 앞을 지나가던 이모(21)씨는 “홍대가 이렇게 조용한 건 처음 본다”고 했다.


정부, 8개업종 고위험시설 지정하고 운영자제 권고

2일 서울 마포구의 한 감성주점 안에 방역 지침 안내문구를 적어놓은 모습이다. 이우림 기자.

정부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헌팅 포차와 감성 주점을 포함해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실내 집단운동시설 등 밀집도가 높은 8개 업종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하고 운영 자제 권고를 내렸다. 유흥시설이 아닌 일반 음식점으로 분류돼 방역 사각지대에 놓였던 헌팅 포차와 감성 주점, 노래연습장 등에 칼을 빼든 것이다.

하지만 현장 점검을 나선 마포구청 위생과 직원들과 동행해보니 권고가 무색해질 만큼 홍대 인근 포차 거리는 한산했다.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한 포차 점주는 “이미 지난달 13일 홍대 한신포차발 확진자가 나오면서 손님이 급격하게 줄었다”면서 “매출이 평소 5분의 1도 안 된다”고 했다.


홍대 인근 포차는 이미 발길 '뚝'

2일 오후 10시 30분. 평소 수십명의 대기인원이 있던 서울 마포구의 한 헌팅포차 앞이 손님이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이우림 기자.

실제 가게를 닫은 곳도 많았다. 점검 결과 클럽 40곳과 유흥주점 57곳은 ‘집합금지명령’에 따라 모두 휴업 상태였고 감성 주점이나 헌팅 포차 같은 유사 유흥시설 11곳 중 2곳도 휴업이었다. 문을 연 곳도 대부분 손님이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마포구청 위생과 직원들은 이날 현장을 돌면서 출입명부에 쓰인 명단이 실제 포차에 있는 손님의 정보와 동일한지 확인을 이어갔다. 유사 유흥시설의 경우 운영 자제 권고에도 불가피하게 문을 여는 경우 방역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수기 출입명부를 비치하고 고객이 명부를 작성하면 성명과 전화번호를 확인하는 것도 의무다. 이를 위반하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주나 고객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출입 명부 관리가 허술해 지적을 받은 한 헌팅 포차 직원은 “우리 가게에만 매일 한 번씩 오는 거 같은데 다른 곳도 똑같이 하냐”면서 “새벽에 거리 두기를 하나도 안 지키는 곳이 많다. 제보해도 되냐”고 해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류재홍 마포구청 위생지도팀장은 “다른 곳도 똑같이 관리 중”이라면서 “만약 확진자가 발생해 역학조사가 들어가면 이 손님 명단이 굉장히 중요하다. 손님이 가짜로 적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가게) 직원들이 실제 그 번호로 전화를 일일이 걸어서 확인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태원→홍대→건대로 옮겨가나

2일 한적한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로. 이우림 기자.

이날 새벽 12시 점검이 끝날 때까지 방역 수칙 위반으로 집합금지명령을 받은 곳은 없었지만 일각에선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태원발 확진자가 나오자 2030의 발걸음이 홍대로 이동했던 것처럼 유흥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다른 곳으로 향할 수 있어서다. 실제 이날 홍대 인근을 지나던 한 남성은 지인들을 향해 “홍대 다 죽었네. 건대로 이동하자”고 외치기도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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