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칩 다급한 화웨이, 삼성전자 대신 대만 미디어텍 손잡나

김태윤 2020. 6. 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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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재로 TSMC 위탁생산 막혀
IT 매체 "미디어텍이 공급처 될 것"
삼성전자 AP 점유율 떨어질 듯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수급에 비상이 걸린 화웨이가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칩 공급 업체로 대만 미디어텍과 손잡을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 대신 중화권 업체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용 AP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일 중국 정보기술(IT) 매체인 테크웹 등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대만의 AP 생산업체인 미디어텍과 5G(세대) 스마트폰용 통신칩 구매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통신 반도체다.

화웨이는 그동안 스마트폰용 통신칩의 약 80%를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서 조달했다.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통신칩 ‘기린(kirin)’은 주로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위탁 생산했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의 제재로 TSMC와 거래가 끊길 위기에 놓이면서 화웨이는 신규 조달처 확보가 다급해졌다.

TSMC로부터 통신칩을 공급받지 못할 경우, 화웨이는 하이실리콘 물량을 다른 파운드리 업체에 맡기거나, 경쟁사의 통신칩을 구매해 써야 한다. 관련 업계에선 화웨이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나 삼성전자에 통신칩 생산을 위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SMIC는 TSMC나 삼성전자와 비교해 미세 공정기술이 한참 뒤처진다. 반면 삼성전자는 TSMC와 기술력은 대등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최대 경쟁자다.

화웨이가 다른 경쟁사가 만든 AP칩을 사다 쓰는 것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화웨이가 AP칩을 구할 수 있는 곳은 미디어텍과 삼성전자 정도다. 미디어텍은 ‘디멘시티’,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라는 AP칩을 만든다. 그런데 미디어텍은 주로 중저가폰용 통신칩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화웨이의 프리미엄폰에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화웨이가 성능이 우수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를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이 경우 삼성전자의 입장이 난처해진다. 화웨이에 AP를 대량 공급할 때 얻는 이익과 그 반대의 리스크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웨이에 AP를 납품하면 당장 실적은 크게 오른다. 하지만, 자칫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AP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화웨이를 도와주는 모양이 될 수 있다. 또 ‘화웨이 고사 작전’에 나선 미국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놓일 수 있다.

미디어텍은 삼성전자와 AP 시장에서 치열한 중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 1위는 퀄컴(33.4%), 2위는 미디어텍(24.5%)이다. 삼성전자는 14.1%로 3위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 업체인 화웨이가 미디어텍과 손을 잡으면, 미디어텍은 AP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크게 따돌리게 된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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