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30% 시장 굳힌 조선 한국, LNG선 다음은 VLCC다

김영주 입력 2020. 6. 3. 00:05 수정 2020. 6. 3.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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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3사 LNG선 건조기술 압도적
카타르 일감 확보, 추가 수주엔 도움
국내 중소업체 낙수효과는 적어
컨테이너·탱커선 시장 회복해야

한국 조선업계가 향후 7년간 도크를 채울 밑천을 마련했다. 카타르로부터 23조원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건조 계약을 따낸 덕분이다.

최근 10년 간 전 세계 LNG선 발주량.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조선 빅3’는 지난 1일(현지시간) 카타르 국영 석유사 카타르 페트롤리엄(QP)과 오는 2027년까지 100척의 LNG선 발주를 보장하는 ‘슬롯 계약’을 맺었다고 2일 밝혔다. 배를 건조하는 공간을 미리 확보하는 단계로 수주 전 계약이다. 한 척당 가격은 약 1억8000만 달러로 3사의 총 슬롯 규모는 192억 달러(약 23조원)다. 각 사의 슬롯 규모는 비밀유지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으나 3사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척 모두 본계약으로 이어지면 한국 조선 업계가 맺은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이 된다. 전 세계 LNG선 시장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이 경쟁하고 있다. 이번에 총 116척 중 한국이 100척을 가져가며 삼국 간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나머지 16척은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가져갔으나, 카타르가 LNG 최대 소비국인 중국을 우대한 계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한국의 싹쓸이다. 한국은 최근 3년(2017~2019년)간 전 세계 선사가 발주한 LNG선 124척 중 118척을 수주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시국에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LNG선 건조 경험은 후동중화조선뿐인데, 자국 해운사가 발주한 물량을 소화하는 편이다. 일본의 LNG선은 여전히 스팀터빈 엔진을 쓰고 있는데, 효율이 낮아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QP와의 계약이 그간 미뤄져 온 LNG선 발주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앞으로 전개될 글로벌 선사의 LNG선 발주에 도화선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 야말 LNG 프로젝트와 모잠비크를 비롯해 최근 LNG 수출이 늘고 있는 호주·미국·캐나다 등의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3년 간 조선 빅3 수주량 중 LNG선 비중.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반면 LNG선만으론 한국 조선업을 견인하기엔 역부족이란 시각도 있다. 홍성인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조선은 LNG선 시장 내에선 점유율이 80%에 이를 만큼 독보적이지만, LNG에 너무 집중되면 건조 설비나 인프라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컨테이너·탱커선 등이 다른 선종 수요가 함께 회복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조선 빅3의 수주총액은 738억 달러(약 90조원)다. 이 중 LNG선은 240억 달러로 전체의 32.5%를 차지한다. LNG선과 함께 고부가가치 선종인 초대형 유조선(VLCC)의 발주는 줄었으며, 중소형 탱커선 등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소가 대부분 수주하는 형국이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뭄에 단비는 맞지만, 봇물이 터진 건 아니다”며 “조선 3사의 전체 매출로 치면 연간 약 30%의 물량을 확보한 셈이다. 빅 3의 도크가 다 채워진 건 아니기 때문에 중소형 조선사에 대한 낙수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코스피 시장에서 조선주는 크게 올랐다. 한국조선해양은 전날 대비 6.4% 오른 9만8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중공업(18.27%), 대우조선해양(14.41%), 현대미포조선(3.32%), 현대중공업지주(1.07%) 등 다른 조선주도 동반 상승했다.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가격제한폭(29.91%)까지 치솟았다.

김영주·황의영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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