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또 먹통" 준비 안 된 마스크 5부제 폐지에 약사들 '진땀'

이승엽 2020. 6. 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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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정책 바뀔 때마다 시스템 다운 반복

덴탈ㆍ유아용 마스크 여전히 부족

[저작권 한국일보] 이달 1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약국 앞에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 착용을 부탁하는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이승엽 기자

‘공적 마스크 5부제’ 폐지 첫날인 1일 전국 약국의 마스크 중복구매 확인 시스템이 2시간가량 다운되며 판매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마스크 정책이 바뀔 때마다 벌어진 시스템 오류가 5부제 폐지와 동시에 또 반복되자 “세부적인 마스크 수급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5부제 폐지 준비한 것 맞나” 시스템 먹통에 수기까지

이날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의 약국 10곳을 확인한 결과, 오전 8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2시간가량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마스크 중복구매 확인 시스템에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시스템 로그인 및 구매자 정보 입력 등이 제한되자 약국들은 혼란을 겪었다. 5부제 폐지로 구매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방문객 수준은 평소와 비슷했지만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일부 약사들은 구매자의 인적 사항을 노트에 손으로 일일이 작성하느라 오전 내내 진땀을 뺐다. 약사 김모(46)씨는 “출근했는데 로그인이 되지 않아 당황했다”면서 “주당 마스크 판매를 새로 시작하는 월요일이어서 망정이지, 화요일에 이랬다면 중복구매 확인이 안 돼 아예 팔지도 못할 뻔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는 “5부제 폐지 첫날인 만큼 마스크 구매자가 몰릴 것이 예상됐는데도 보건 당국에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심평원 관계자는 “오전 중 접속자가 많이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느려진 현상”이라며 “현재는 정상 운영 중”이라고 해명했다.

마스크 5부제 폐지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판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구매자 절반 이상이 덴탈마스크 찾는데…입고는 ‘0’

중복구매 확인 시스템이 다운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체국 등 공적 마스크 판매처 확대(3월 11일), 대리구매 범위 및 방법 변경(5월 18일) 등 마스크 관련 정책이 바뀔 때마다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다. 보건 당국은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이유로 5부제를 폐지했다지만 ‘5부제 이후’ 공적 마스크 수급 정책에 대해선 고민이 전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판매 현장에서는 덴탈마스크(수술용 마스크)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들어 낮 기온이 섭씨 28도까지 오르는 등 날씨가 더워지며 덴탈마스크 수요가 폭증했지만 공급은 이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9일에서야 하루 49만장 수준인 덴탈마스크 생산량을 2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약사 최모(36)씨는 “최근 마스크 구매자 중 절반 이상이 덴탈마스크를 달라고 하는데, 한 번도 덴탈마스크가 입고된 적이 없다”면서 “올해 가장 더운 여름이 될 거라는 예보도 있던데 왜 미리 준비를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송파구의 한 약국을 찾은 직장인 김형욱(35)씨는 “외부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숨쉬는 게 불편해 얇고 편한 마스크가 필요한데 약국이나 마트에선 (덴탈마스크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 5부제를 해제한 1일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약국 앞이 대기 줄 없이 한산하다. 의원급 병원이 밀집한 이곳에서 마스크 부족 문제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연합뉴스

△18세 이하 구매 5개로 늘리면 뭐하나…유아용 마스크 턱없이 부족

2차 등교 개학으로 어린이가 착용할 수 있는 학생용 마스크 품귀현상 또한 여전하다. 정부는 이날부터 18세 이하 마스크 구매 가능 수량을 일주일 3개에서 5개로 확대했지만, 정작 소형 마스크 공급은 그대로다. 어린 자녀가 여름철 방역용 마스크 착용을 힘들어할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소형 덴탈마스크를 백방으로 찾아다니고 있지만 약국이나 마트에서 좀처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내 한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어린이용 덴탈마스크 대용량 제품이 2주 만에 3만원선에서 10만원대까지 3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학부모 이순희(37)씨는 “약국엔 소형 덴탈마스크가 없어 주로 인터넷으로 구매하는데 국산은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강남구에서 10년째 약국을 운영해온 김모(50)씨는 “어린이용 마스크는 매일이 아니라 일주일에 2, 3번 50개씩 입고된다”라며 “소형 마스크를 찾는 학부모들이 많아 늘 재고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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