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맨] "절실한데 못 받는다" 실업급여의 조건

염규현,남형석 2020. 5. 3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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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로드맨 ▶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실업급여 신청자 수도, 정부가 지급한 돈도 역대 최고치였는데요.

그렇다면 누가 먼저 일자리를 잃고 있을까요?

또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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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고용센터

이곳은 서울에 한 고용센터인데요. 아직 업무 시간 전인데도 벌써부터 실업급여를 받으러 온 분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건물 밖까지 길게 줄지어 선 실업급여 신청자들…오전에만 500명 몰려)

[김근우/실업급여 신청자] ("어떤 일로 오신 건지?") "제가 어린이집 교사거든요. (코로나 사태로)반이 하나가 통째로 없어졌어요. 원장님이 4월부터는 좀 힘들다고 하셔서 권고사직을 받아서."

주로 어떤 세대, 어떤 직업군이 먼저 실업으로 내몰렸을까요?

(50대 - 실업급여 지급 대상의 25%)

[최 모 씨/51세] "유럽 쪽에 수출하는 회사예요. 실적이 완전 그냥 거의 한 5분의 1 정도로 줄어드니까 나이가 있고 하니까 (구조조정) 0순위가 될 수밖에 없겠죠."

(서비스업 - 실업급여 신청자의 12%)

[김 모 씨/24세] "원래 요식업 쪽에서 일을 하다가 사장님 혼자 나와서 해도 될 만큼 매출이 안 나와서."

[안 모 씨/30세] "여행업을 다니고 있는데 폐업을 하게 되어서요. 사장님은 자기 월급도 못 가져가시는데 버티다가, 버티다가…"

(비정규직 절반 정도만 실업급여 대상)

[전 모 씨/25세] ("채용 형태가?") "계약직이요. 직원들 인원 감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까 저희가 정리된 거죠."

[김명균 주무관/서울 북부고용센터] "처음에는 이제 여행사나 숙박업에서 많이 오셨고요. 3월 들어서는 어린이집 교사나 요양보호사, 최근 들어서는 영화관이나 음식점."

◀ 팩트맨 ▶

일단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겠습니다.

지난달 사업체 종사자 수를 보면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6만 명 넘게 줄었습니다.

2009년에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늘 늘기만 하던 수치였는데, 지난 3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겁니다.

이렇다 보니 지난달 실업 급여로 정부가 쓴 돈이 약 1조 원, 역대 최악이었다는 지난 3월보다도 1천억 원이나 더 늘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많다는 겁니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람만 받을 수 있는데, 전체 취업자의 절반이 제외됩니다.

정부와 국회도 긴급 대책을 내놨는데요.

우선 올해 11월부터 고용보험 대상자를 예술인에게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에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로드맨 ▶

[사례2] 셔틀버스 노동자

이곳은 서울 광진구의 한 주차장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노란 셔틀 버스들이 많이 모여있습니다.

(대책회의를 위해 모인 셔틀버스 기사들)

[최준수/셔틀버스 기사] "(영업 안 한 지)벌써 5개월 째예요. 할부금이 한 65만 원 나가요, 한 달에. 보험료 또 40만, 50만 원 나가고." ("100만 원이 나가네요, 한 달에.") "학원에서는 '나가고 싶으면 나가라' 이거죠. 어딜 나가라고요. 여태까지 다 써먹고. 진짜 울고 싶어요, 요새. 하루하루가."

[박사훈 위원장/전국셔틀버스 노동조합] "노동부에 가서 '나 이렇게 일했는데 그거 못 받았습니다' 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감독관이 하는 말, '선생님은 근로자가 아니라서 우리가 처리 못 해드립니다.' (셔틀버스 기사)거의 대부분이 고용보험에는 가입 대상이 되질 못해서."

실질적으로 고용관계인데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는 220만 명에 이릅니다.

[사례3] 비자발적 퇴사

이들뿐만이 아닙니다.

고용보험 가입자인데도 직간접적으로 자발적 퇴사를 강요받아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박점규/직장갑질 119 운영위원] "(실업급여 미지급 관련) 한 달에 400건 이상 들어옵니다. (회사 측에서)무급휴직을 하라고 한 거예요. '저는 안 하겠다' 그랬더니 폐점이 예정된 매장으로 인사 발령을 낸 거예요." ("나가라는 얘기네요.") "괴롭힘에 못 견뎌서 그만두면서 사직서를 쓴 거죠. 비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경우에는 이 돈(실업급여)을 누가 주는 거냐? 정부가 기금을 운영하면서 주는 건데, 마치 사장님이 월급 주는 것처럼 '실업급여 못 받게 해주겠다' 이런 협박을 한다는 거예요." ("저희가 한번 만나봐야겠네요.")

그래서 만나봤습니다.

[김희수(가명)/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사직서 작성해주세요. 퇴직 사유는 일신상의 이유로 퇴직한다고 쓰면 된다'고 했어요. 어떤 부분이 제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시냐고 했더니 근거로 드는 얘기가 '키보드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라던지." ("동료 중에 아예 실업급여 신청조차 못 하신 분도 있다고?") "괴롭힘에 못 이겨서 나가겠다고 직접적으로 말씀을 하셨는데. 팀장님이 '이 업계 좁은 거 알지 않느냐. 분란 만들지 말고. 조용히 나가라'고."

지역 고용노동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퇴사 후에 확인된 일이라 실업급여는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희수(가명)/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퇴사를 한 상태에서 신고를 하면 그게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회사를 다니면서 그런 거를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 팩트맨 ▶

정부도 추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먼저 예술인까지 포함된 고용 보험 대상자의 범위를 올해 말까지 더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일단 특수고용노동자 220만 명 중에 고용관계가 명확한 9개 직종, 77만 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부터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합니다.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1인당 매달 50만 원씩, 길게는 6개월까지 구직촉진수당을 주겠다는 겁니다.

다만 자발적 퇴사를 강요당한 노동자에 대한 추가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임금체불 등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퇴사 전에 최대한 확보해서 신고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정부의 대책들이 '재정 건전성을 해친다', 또 '수급 대상자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국회에서 여야의 정밀한 협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로드맨 ▶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한 일용직 건설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올 수 있는 것만도 너무 감사하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겐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이 간극을 해결하는 것, 어쩌면 코로나19가 21대 국회에 내준 첫 번째 숙제일지 모릅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염규현,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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