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① 국회의원 68명, 지방선거 후보자 후원금 5억8천 모금
[앵커]
사흘 뒤면 21대 국회가 새로 문을 엽니다.
예전과는 달라야 한다는 요구와 기대 가득한데, KBS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그러진 정치 관행 보도합니다.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고액 후원금 모금 문제입니다.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후보자들을 취재해보니 자기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수백만원 씩 고액후원금을 기부한 사람, 100명 넘게 확인됐습니다.
대부분 대가 바라지 않고, 선의로 건넸다는 이 고액 정치후원금. 실태는 어떨까요?
김성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6.13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난 2018년 무렵…
당시 자유한국당 경북도당위원장이던 경주시 김석기 의원에게는 고액후원금 기부가 잇따랐습니다.
지방의회 의원 출마를 희망하는 지역정치인 9명이 선거 열 달 전인 2017년 8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12차례에 걸쳐 후원금을 냈습니다.
기부금 상한액인 5백 만원을 꽉 채워 모두 6천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당시 기부자 한 명은 자신은 대가를 바라지 않았지만 통상 공천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습니다.
[고액후원금 기부 경주시의원/음성변조 : “같은 값이면 잘 보이면 사실 조금 부족해도 공천을 줄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잘보이려고 노력하는 건 당연한 사실이지.”]
고액 후원금을 기부한 9명 가운데 공천을 통과한 사람은 5명입니다.
[김석기/미래통합당 의원 : “((구시군의원·비례대표 출마자들의 후원 사실) 알고 계셨나요?) 글쎄요.”
김 의원은, 공천은 경선을 통해 이뤄졌으며, 고액후원금 기부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알려 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전 의원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이 전 의원은 주미대사 임명 전 더불어민주당 전북 정읍·고창 지역위원장을 겸임했습니다.
의원생활 2년간 고액후원금 5천9백만 원을 모금했는데 이가운데 천9백만 원을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이 냈습니다.
지자체장 출마를 희망한 지역정치인으로부터 공천을 앞두고 5백만 원을, 기초의원 출마를 희망한 3명으로부터 선거 이전과 직후 4-5백만 원씩 기부받았습니다.
한 기부자는 지역위원장인 이 전 의원에게 고액후원금을 기부하지 않으면 공천에 탈락할 지 모른다고 걱정했다고 말합니다.
[고액후원금 기부 출마 희망자/음성변조 : “최고 한도액이 5백만 원 아닙니까? 5백만원 정도는 내야되지 않느냐 이게 시도의원들, 시장후보, 도의원후보 전부 다 생각한 것이에요. 안 내면 불안하지 나를 (공천에서) 제외시킬까…”]
후원금은 공천 대가고, 공천에 탈락하면 돌려받는 줄로 여긴 기부자도 있습니다.
[고액후원금 기부 출마 희망자/음성변조 : “컷오프시켰으니 당연히 돌려줘야 되잖아요. 컷 오프시켜버렸으니까 그런데 안 돌려주더라고요.”]
이 전 의원은 절차상 잘못된 게 없단 입장입니다.
[이수혁/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 “지역 위원장에 후원금 내는 게 왜 문제가 있나요? 우리 선관위에 다 물어봐서 했었을 걸요?”]
국회의원 스스로도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고액후원금을 받는 사실을 떳떳지 않게 여기기도 합니다.
박명재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포항남울릉 당협위원장이었습니다.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 4명에게 고액후원금을 받았고 3명은 공천을 통과했습니다.
당선된 현직 시의원은 공천을 바란 기부는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고액후원금 기부 현직 포항시의원/음성변조 : "(공교롭게도 공천 전에 들어왔잖아요?) 그거는 뭐…그렇게 따지면 그런데 저는 그건(공천은) 의식도 안 하고 그냥 했어요.”]
반면 후원금을 받은 박 의원은 현행 제도가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박명재/미래통합당 의원 : “시도의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게 되는 경우 논란의 소지도 있고 마음이 편치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 이해관계가 있는 의원들로부터는 후원금을 갖다 받지 못하도록 제도 장치가 마련됐으면…”]
KBS 탐사보도부는 선관위에 등록된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20대 국회 고액후원금 기부자 명단 전수를 교차 대조했습니다.
모두 101명의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국회의원 68명에게 고액후원금을 기부했습니다.
합치면 5억 8천만 원이 넘습니다.
심지어 한 전직 시의원은 4백만 원을 후원금 계좌에 입금했다가 돈을 돌려받은 뒤 낙천했다고 주장합니다.
[전직 시의원/음성변조 : "공천에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면서 돌려줬습니다. 돌려드릴테니까 통장번호를 알려달라 그러길래 알려주고 받았어요."]
그나마 고액후원금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만 대조한 것이라 실제 얼마나 더 많은 후보자들이 돈을 냈는지 파악조차 어렵습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3백만 원 이상 기부해야만 기부자 신원을 공개하게 돼 있습니다.
여러 사람 명의를 빌어 차명으로 내는 쪼개기 후원 방식을 쓰면 실제 돈 준 사람이 누군지조차 숨길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수입니다.
김성수 기자 (ss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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