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확진' 뜨자 엄마·아이들 자취 감춘 마곡

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입력 2020. 5. 25. 13:33 수정 2020. 5. 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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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학원 보낸 엄마들 '충격'..동선 겹칠라 '전전긍긍'
인근 초교·유치원·어린이집·학원 등 앞다퉈 휴원
엄마들 "이게 웬 날벼락" 지역 맘카페도 걱정 글
영등포구 31번째 확진자 A씨가 다닌 서울 강서구 마곡엠밸리 아파트 단지 상가 미술학원 (사진=김민수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엄마들의 휴대전화 '단톡방'에는 아이들의 동선이 겹치는지, 누구 집 아이가 확진자 학원에 다니는지 문의하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인근 학원과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 아이를 등원시키는 엄마들은 '멘붕'에 빠졌다.

24일 서울 영등포구와 강서구, 방역당국은 31번 확진자 발생 소식을 공개했다. 미술학원 강사인 20대 여성 A씨(당산1동·31번)는 학원에서 수업을 하던 22일 두통이 발현하자 토요일인 23일 오후 영등포구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은 뒤 24일 새벽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강서구 보건소는 이 학원 원장과 강사, 원생, 가족 등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25일 현재 밀접접촉자는 38명으로 강사 1명과 수강생(예일유치원생)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다.

◇ 마곡 미술학원 강사 확진…같은 반 원생 1명도 확진, 다니던 유치원 폐쇄

A씨가 강서구 마곡엠밸리 영렘브란트 미술학원 강사라는 소식이 주민들에게 전파된 것은 이날 늦은 오후다. 휴일이었던 탓에 방역당국이 A씨 학원에 통보하고 100여 명의 미술학원 수강생 학부모에게 통보되어 인지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검사지역과 거주지 중심으로 확진자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직장인 강서구에 통보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주민들은 해당 미술학원과 방역당국으로부터 먼저 통보받은 인근지역 초교·유치원·어린이집·학원 관계자로부터 공지문을 받은 뒤 단톡방이나 지역 맘카페 등에 이 같은 사실을 공유한 뒤에야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해당 미술학원에 자녀를 보낸 주민 B씨는 2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원과 방역당국으로부터 (미술강사)확진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마스크를 단단히 하고 온가족이 차를 타고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오늘 아침에 음성판정을 받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고 말했다.

B씨는 "확진받은 선생님이 6세반을 맡았다고 하는데 다행히 우리 아이는 다른 선생님 반이어서 밀접접촉은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학원에 많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교차하는데 추가 확진이 발생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B씨의 경우 한시름 놓았지만 해당 강사 반에서 수업을 듣던 6세 아이가 이날 추가 확진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지역전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아이가 다니던 예일유치원은 휴원(폐쇄)에 들어갔다.

학원과 유치원의 경우 교사와 원생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왔지만 밀접접촉을 통한 추가 확진이 의심되면서 강사와 해당 미술학원 원생들의 동선이 겹치는 학교·유치원·어린이집·학원에 다니는 자녀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현재 6차 감염이 진행 중인 '제2의 인천 학원강사 사태'가 재현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 아이들 웃음소리 끊긴 마곡…길거리 인적 사라져

인적인 사라진 아파트 단지 (사진=김민수 기자)
미술학원이 위치한 마곡엠밸리 아파트는 주변 아파트 단지와 학교 상권이 밀집해 있는 데다, 주거 단지 특성상 초등학생과 미취학 자녀를 둔 세대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자녀와 학부모들간 교류가 왕성하고, LG마곡사이언스파크, 코오롱생명과학 등 기업 핵심 R&D 시설 수십 곳이 집중되어 있어 인구 유동이 특히 많은 곳이다.

최근에는 LG마곡사이언스파크에 입주해 있는 LG유플러스 마곡 사옥 근무자가 확진자 동선과 겹쳐 전체 직장폐쇄 위기까지 갔다가 최종 음성판정을 받고 한시름 놓은 사례도 있다.

확진자 소식이 전해진 24일 오후부터 마곡엠밸리 아파트 단지 주변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자취를 감췄다. 이달 초 정부의 생활방역 전환 이후 이 지역 학원가와 상가, 놀이터와 공원 등에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외출이 크게 늘어났다. 이태원발 확산 이후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자녀가 많다보니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에 철저할 수 밖에 없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긴급돌봄을 보낸다는 2세 7세 두 자녀를 둔 주민 강모씨는 "우리만 조심한다고 감염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걸 확인하니 더 걱정된다"며 당분간 아이들과 외출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 김모씨는 "여기 마곡에 아이들이 많다 보니 엄마들이 과할정도로 신경쓰고 있었는데, 확진자가 나와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가게 매출에도 타격을 받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긴급돌봄도 끊긴 부모들 '장기전 대비'…온라인 새벽배송 찬거리 마련

마곡 미술학원 강사 확진으로 인근 공진초등학교와 일부 유치원, 어린이집 등의 긴급돌봄 서비스도 잠정 취소됐다. (사진=김민수 기자)
실제 학교·유치원·어린이집 등 긴급돌봄을 보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분주했던 마곡 아파트 단지에는 인적이 뚝 끊겼다. 특히 확진자가 나온 마곡엠밸리 단지의 경우, 아이들과 부모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지역 맘카페 등에서는 전날부터 외출을 금하고 당장 아이들 끼니와 간식을 챙기기 위해 온라인 쇼핑에 나섰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약국에 마스크를 사러나왔다는 지역 주민 오모씨는 "뉴스에서 정부가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아무래도 자녀를 둔 입장에서 추가 확진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는 안심하기 어려워서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씨는 전날 주문한 찬거리가 새벽배송으로 아침에 도착했다는 말을 남기고 약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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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maxpres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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