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체인지]②쿠팡 배송물량 '폭발'했는데 배송단가 '반토막' 왜?

최동현 기자,이비슬 기자 2020. 5. 2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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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배달대행에 몰려든 구직자..편의점·카페, 일자리 없어요"

[편집자주]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을 몰고 온 코로나19는 일상은 물론 산업 구조까지 뒤바꿔놨다. 이름도 생소했던 '언택트'(비대면)는 단숨에 시장을 주름잡는 화두가 됐고,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위기를 맞았다. 사상 최악의 '고용절벽'은 계약직부터 덮쳤다. '무인로봇'이 단순노동을 대체하자 직장인들은 앞다퉈 IT 공부를 시작했다. 정부는 비대면과 디지털을 앞세운 '한국판 뉴딜'을 새 지평으로 선언했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보통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서울 시내의 한 쿠팡 캠프에서 배송 기사들이 배송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2020.3.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이비슬 기자 = '단가가 떨어졌다'

'택배 알바' 쿠팡플렉서들의 공통적인 아우성이다. 코로나19 초창기 건당 최고 2300원까지 치솟았던 '새벽 배송' 단가는 5월 들어 1150~1200원까지 반토막이 났다. 일부 지역은 800~900원 선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택배 주문량이 갑자기 줄어든 걸까. 쿠팡은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가장 톡톡하게 누린 '수혜기업' 중 하나다. 비대면(언택트)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쿠팡의 일일 주문량은 평균 200만건에서 330만건으로 껑충 늘었다.

'역대급' 택배 물동량에도 배송 단가가 하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더 늘었기 때문. 쿠팡플렉서 증가율이 물동량 증가율을 훨씬 앞질렀다. 물동량은 60% 정도 늘었지만 '택배 알바'는 수십배 이상 많은 2000% 넘게 폭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는 일상 뿐만 아니라 '고용 시장'까지 흔들었다. '알바'의 대명사였던 편의점, 베이커리, 음식점은 일제히 '구인 광고'를 내렸다. 실업자는 물론 직장인, 자영업자까지 택배·배달대행을 뛰고 있다. 25일 코로나19가 만든 '기울어진 취업 시장'을 들여다봤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쿠팡, 물동량 65% 늘었지만…'택배 알바'는 2500% 불었다

"쿠팡플렉스 1년째인데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네요"

지난해 여름 '쿠팡플렉서'가 된 A씨(40)는 "건당 1000~1300원씩 하던 배송 단가가 600~700원으로 급감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그날 올랐다가 내렸다가 바뀌긴 해도 지난 연말까지 1000원대를 유지했던 단가는 올해 4월 기점으로 300~400원씩 뚝뚝 떨어졌다. A씨가 활동하는 한 택배알바 커뮤니티에서는 배송 단가가 500원선까지 내려갔다는 말까지 나왔다.

한때 '고액 알바'로 각광받았던 쿠팡플렉서의 소득은 왜 하필 쿠팡이 '역대급 호황'을 누릴 때 줄기 시작했을까. 쿠팡은 공식적인 쿠팡플렉스의 규모나 배송단가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쿠팡플렉서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간접 지표'는 존재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쿠팡플렉스·쿠팡이츠 전국연합 모임'에 따르면 지난 2월1일부터 5월23일까지 신규 가입자가 총 5481명 증가했다. 전년 동기 가입자(212명)와 비교하면 무려 2485% 폭증했다. 일평균 가입건수도 지난해 1~8명 선에서 올해 50~60명으로 수십배 급증했다.

반면 쿠팡의 일일 주문량은 연초 200만건에서 3월 기준 330만건으로 약 6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하면서 주문이 폭주했지만, 쿠팡플렉서의 수는 훨씬 가파르게 오름세를 탄 셈이다.

쿠팡은 '쿠팡플렉서의 배송 단가는 철저하게 시장 원리에 따라 책정된다'는 입장이다. 택배 물량이 쿠팡플렉서보다 많으면 단가가 높아지고, 쿠팡플렉서가 물량보다 많으면 단가는 내려간다는 설명이다. 쿠팡 관계자는 "정확한 쿠팡플렉서 수나 배송 단가를 공개하기 어렵다"며 "지역이나 기후에 따라 배송 단가가 변동하기 때문에 일괄적인 단가 측정은 힘들다"고 말했다.

택배만큼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본 곳은 '배달대행' 업계다. 물류IT 플랫폼 '바로고'의 배달대행기사(라이더)의 수는 1월 1300명에서 4월 4000명으로 207.7% 폭증했다. 전년 동기 210명에서 360명으로 71% 오른 것보다 3배 높은 증가세다. 라이더 규모로만 보면 11배 이상 불어났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물류업 뺀 全 산업 '알바 가뭄'…편의점 "구인공고 내렸다"

택배·배달대행 등 물류업계를 제외한 업종은 '고용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로 택배·배달대행 일자리는 미어터지고 있지만, '알바 시장' 자체는 전례 없이 쪼그라들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18일까지 '구인 공고'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증발했다.

구인 공고를 가장 먼저 내린 곳은 '편의점'이다. 서울의 한 편의점주 B씨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자 주말 아르바이트생 3명을 내보냈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 둘이서 편의점 계산대를 지키는 중이다.

B씨는 "3년간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1월 말부터 매출이 너무 줄어드는 바람에 알바생 인건비조차 빠듯해졌다"고 토로했다.

다른 편의점주 C씨도 매장 유리에 붙여놨던 구인 공고를 떼어냈다. C씨는 "주말과 야간에 알바생을 썼지만, 지금은 모두 내보내고 남편과 하루 12시간씩 교대 근무를 서고 있다"며 "당분간 구인 공고를 낼 생각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카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한 커피전문점은 지난 3월 매장을 낼 때부터 함께 일했던 알바생 2명에게 '미안하다'는 편지를 주면서 해고를 통보했다. 카페 주인 한모씨(37·여)는 "카페 문을 열 때부터 동고동락한 가족같은 친구들에게 '그만 나가달라'는 말을 할 때 눈물이 났다"며 "매출이 70%나 꺾여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알바 자리가 가뭄에 콩 나듯 생기다 보니 가끔 구인 공고가 나면 지원자가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 전국편의점주협회 관계자는 "대부분 편의점이 구인 공고를 내렸지만, 이따금 공고를 내면 순식간에 지원서가 쌓이기 일쑤"라며 "주로 10~20대가 많았지만, 요즘은 30~40대 장년이나 50~60대 중년 지원자도 부쩍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사상 최악' 실업률에 택배·배달대행 '쏠림'…"취업시장 적신호"

업계와 전문가들은 일자리가 물류업으로만 몰리는 '알바 쏠림 현상'이 코로나19가 만들어낸 '기형적 고용 시장'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초상(肖像)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요가 있는 곳에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시장 원리'다. 하지만 산업 전체가 침체한 가운데 소수의 '호황 업종'만으로는 취업 수요를 온전히 감당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취업준비생 뿐만 아니라 직장인, 자영업자까지 '투잡'을 위해 '알바 구직'에 나서면서 전체 소득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물동량보다 택배 알바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한 쿠팡플렉스가 대표적인 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7만6000명 감소했다. 외환위기(IMF) 시절이었던 1999년 2월(-65만8000명)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실업자 현황은 '사상 최악' 수준이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는 207만6346만명으로 집계됐다.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다. 특히 원치 않게 일자리를 잃은 '비자발적 실직자'는 104만472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70.1%나 늘었다.

'알바 구직자'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지만, 당장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택배 혹은 배달대행 등 물류업이나 이커머스, IT 등 소수 업종 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택배 알바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업계 전체의 소득은 줄어드는 '악순환'까지 빚어지고 있다.

한 유통업계 인사 담당자는 "코로나19로 고용시장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취업률과 소득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점점 작아지는 '파이'(pie)를 놓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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