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 이낙연, 발뗀 정세균.. 전·현 총리 대선 경쟁

김아진 기자 2020. 5. 2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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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사이드]
[전·현직 총리의 대선 경쟁]
丁, 최근 여야 정치인들 두루 만나 "이낙연 4만 돕고, 나를 6 도와달라"
李,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 달려.. 8월 당대표 출마 여부 놓고 고심
"親文들 누구 지지하는지에 따라 대선 구도 크게 흔들릴 수도" 분석

호남 출신의 전·현직 국무총리가 '문심(文心)' 잡기 경쟁을 벌이며 차기 대선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여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당선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종로 지역구를 물려주고 '코로나 국민 총리'라는 별명을 얻은 정세균 국무총리도 대선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일러스트=이철원

최근 정 총리를 만난 여권 인사들은 하나같이 "정 총리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호남 출신의 한 여권 정치인은 24일 본지 통화에서 "정 총리가 이낙연 전 총리를 정 돕고 싶으면 '10' 중에 '4'만 돕고, 나를 '6'을 도우라고 하더라"며 "농담조로 한 얘기지만 말 속에 뼈가 있었다"고 했다. 정 총리는 올해 초 인사청문회에서 "전혀 차기 대선 출마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이번 코로나 국면을 거치면서 주변에서 "성공적인 총리직 수행 후 대선으로 가자"는 제안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정 총리는 최근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권 인사를 두루 만나고 있다. 문 대통령과는 주례 회동 외에도 코로나 국면에서 시시때때로 전화를 주고받으며 대응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청와대와 총리실이 한 번도 큰 소리가 난 적 없이 찰떡궁합이었다"고 했다. 정 총리는 총선 후 자신과 가까운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들과 비공개 당선 축하 자리를 여러 차례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정세균계' 핵심은 김영주·이원욱·김교흥 당선자 등 10여 명이다. 당 관계자는 "'범정세균계'로 넓히면 30명이 넘는다"고 했다.

정 총리는 '범친노'로 분류되지만 친문 핵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 경쟁자였던 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뒤부터 친문 지지층의 견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쩍 친노·친문 진영과의 친밀성을 강조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장관을, 문 대통령이 총리를 시켜줬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식이다. 노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 직전 "노 전 대통령이 이루고자 했던 '사람 사는 세상'을 꼭 만들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 취임 3주년 날엔 "지난 3년은 대통령님의 위기 극복 리더십이 빛난 시기였다"고 했다. 정 총리와 가까운 한 여권 관계자는 "친문 입장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보다는 정치를 함께해온 정 총리가 심적으로 훨씬 더 가깝다"고 했다.

이낙연 전 총리도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바탕으로 민주당 내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 총리가 전북과 서울 종로에서 국회의원 6선을 하고 당대표를 3번 역임하는 동안, 이 전 총리는 전남에서만 국회의원 3선과 도지사를 지낸 뒤 총리로 발탁됐다. 당내 기반만 놓고 보면 이 전 총리보다 정 총리가 좀 더 앞선다는 평가다. 이 전 총리가 8월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당초 이 전 총리 측근들은 당내 기반 확대를 위해 "무조건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이 전 총리도 출마 쪽으로 기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이 전 총리를 만난 한 정치권 인사는 "이 전 총리는 당이 177석이라는 국민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당대표에 나설 명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더라"며 "이것 말고도 여러 지점에서 걸리는 게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특히 친문 진영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총리나 정 총리 둘 다 친문 핵심의 흔쾌한 지지를 확보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친문들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에 따라 차기 대선 경쟁 구도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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