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9월 입학제, '레이와 유신' 출발인가 '아베 꼼수'인가 [세계는 지금]
아베 "유력 선택지 하나" 전향적 자세/ 문부성 유력안, '벚꽃 입학' 대신 가을로/ 이번 학년 5개월 연장 내년 8월까지/ 도쿄 등 광역단체, 주장에 물꼬터져
주요 선진국 가을 입학제.. 유학 등 이점/ 33개 법규 개정 난제.. 예산 57兆 들어/ 전 국민에 직결되는 새로운 이슈 통해/ 아베 '코로나 대응 실패' 희석 의도 의혹도

일본 정부는 지난 19일 열린 차관급협의회에서 내년 9월 입학·신학년제(이하 9월 입학제)를 도입할 경우를 상정해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이번 학년을 5개월 연장해 17개월로 하고, 내년 9월에 새 제도를 실시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현재 선진 주요국 모임인 G7(주요 7개국) 중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5개국이 원칙적으로 9월 입학제를 채택하고 있다. 독일이 8월 입학임을 감안하면 봄철 입학은 일본뿐이다. G7이 포함되는 G20(주요 20개국) 중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를 포함해 절반 가까운 9개국이 9월 입학제다. 1∼3월 중 입학제를 하는 나라는 한국(3월)을 빼면 호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이상 1∼2월), 아르헨티나(3월)처럼 모두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에 있다.
사실 일본에서 9월 입학론은 오랜 이슈다. 메이지(明治) 일왕(1868∼1912년 재위) 시절 한때 9월 입학이 주류인 때도 있었다. 4월로 변경되기 시작한 것은 1886년부터다. 나카무라 료이치(中村亮一) 닛세이(日生)기초연구소 연구이사에 따르면 이 해 정부의 회계연도 시작이 7월에서 4월로, 징병대상자의 서류제출이 9월에서 4월로 바뀌면서 4월 입학제가 차츰 확대됐다. 현 교육법 시행규칙은 유치원, 초·중·고는 학년이 4월1일 시작해 3월31일 종료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일부 대학은 학부에 따라 9월 입학도 한다.

1980년대 논의 때에는 도입 첫해 학년을 6개월 축소한다는 안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5개월을 연장한다는 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체된 학습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음에도 난제는 수두룩하다.
입학 시기 전환을 위해서는 교육법(시행규칙 포함) 등 33개 법규 개정이 필요하다. 관계부처도 내각부와 문부과학성, 후생노동성, 인사원 등 7곳에 퍼져있다. 일본 정부는 가을 입학 전환에 필요한 예산 규모가 5조엔(약 57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히로타 데루유키(廣田照幸) 교육학회장은 이에 따라 “졸속으로 안이하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생 보호자 단체인 PTA전국협의회도 “학생들에게 불안을 줄 수 있다”며 정부에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는 요망서를 제출했다.
정치권에서도 온도 차가 있다. 지난 1일 개최된 자민당 교육재생실행본부 임원 회의에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역대 문부과학상들의 신중론이 이어졌다고 한다. 야당 입장도 엇갈린다.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 대표는 9월 입학제로의 변경을 요구한 상태이나,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나 일본공산당은 유보적이다.
9월 입학제 논의에 대해 아베 총리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작용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주간문춘 21일자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이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새로운 정책을 내세운 것은 이슈를 다른 데로 돌려 눈을 속이는 면도 부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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