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미중 갈등에 '트럼프 리스크'까지..한국외교 '비상'
미중에 선택 강요 받을 가능성..균형점 찾기 과제
(서울=뉴스1) 최종무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선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중 패권 싸움이 본격화될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충돌 사이에 낀 한국 입장에서는 양국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는 난처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트위터서 "중국의 어떤 '또라이(wacko)'가 방금 수십만 명을 죽인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이 얼간이(dope)에게 이러한 전 세계적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것이 다름 아닌 중국의 무능이라는 것을 설명 좀 하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중국 최고 정치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가 미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반응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코로나19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도 있었지만 통제하지 못했다"며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대중국 강경책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이 중국 기업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 기간을 1년 연장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의회 외교위원회는 대만이 지난 18~19일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HO) 총회에 대만을 옵서버(참관인)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지를 호소하는 서한을 한국을 비롯한 55개국에 보냈고, 최근에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할 경우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이 금기시해온 대만·홍콩 문제까지도 거론한 것이다.
여기에 미 국무부는 세계 경제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 중심 경제 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 구축과 관련해 한국과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키스 크라크 경제차관은 20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미디어허브 특별전화브리핑에서 EPN 구축 관련 한국의 역할 및 참여 여부에 관한 질문에 "미국, 한국 등 국가의 연합을 위한 EPN 이니셔티브에 관해 대화했다"며 "위대한 기회를 한국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미국이 강경한 '중국 때리기'는 세계 패권국가로서 미국에 도전하는 세력에 대해 단호히 응징을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따라서 최근 미중 갈등의 원인을 중국 보다는 미국에서 찾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이 첨예화하는 상황을 두고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발(發) 위기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판단에 원인이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를 놓고 '트럼프 리스크'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근 미중 갈등이 트럼프 대통령 뿐 아니라 중국의 부상을 경계해온 미국 조야(朝野) 전반의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이래 '전략적 협력'에 방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협력을 구성했던 전제들이 그릇됐다는 게 미국 조야의 판단"이라며 "지금 중국을 강하게 압박해서 억제하지 않으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기회가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소수에 불과했던 대(對) 중국 매파(강경파)들의 목소리 오바마 행정부 말기 급속히 강화되기 시작했고,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비즈니스맨으로서 가져온 중국에 대한 불만이나 경제 민족주의, 보호주의 성향이 동시에 표출되면서 강화된 대중국 매파들의 목소리와 결합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와 관련해 '트럼프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그것을 벗어나는 것에 더해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행정부 정책 중 미국 국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이 '중국 때리기'"라며 "자기의 책임론도 모면하고 (재선에) 매진하기 위해 종합적으로 결합된 것이 대중국 강경책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떻게 대응을 해야하는지도 관심거리다. 미중 갈등이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될 사안이 아닌 만큼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양국 사이에서 균형점을 잘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일단 우리 정부는 미중 갈등에 대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2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중 갈등과 관련 "관련 실국에서 해당 소관 업무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대응방안 등도 내부적으로 마련해 나가고 있다"며 "외교전략조정회의에서 논의도 되고 검토도 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조정회의를 가동하기 위한 여러가지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한미-한중 관계에 있어 최대 한안인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과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보복 조치인 한한령(限韓令·한류 규제) 해제를 놓고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흥규 교수는 미중 갈등에서 한국 외교가 취해야 할 방향성과 관련 "균형을 잘 찾아야 한다"며 "산술적인 거리의 균형이 아닌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리 중심의 균형적 사고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중의 전략적 경쟁과정에서 과거 신자유주의적인 사고만으로는 감내할 수 없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슈에 따른 협력과 억제를 적절히 결합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략적인 감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ykjmf@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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