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대한제국은 왜 애증이 됐나[TV와치]

뉴스엔 2020. 5. 2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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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었던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극본 김은숙/연출 백상훈 정지현)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1%대로 출발했던 시청률은 6%대까지 하락했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5', JTBC '아는형님' 등 경쟁작들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첫회부터 쏟아진 혹평이 고스란히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더 킹:영원의 군주'는 악마에 맞서 차원의 문(門)을 닫으려는 이과(理科)형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 분)과 누군가의 삶, 사람, 사랑을 지키려는 문과(文科)형 대한민국 형사 정태을(김고은 분)의 두 세계를 넘나드는 공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이다.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이라는 평행세계를 다룬 판타지에 황제가 있는 입헌군주제 소재를 동시에 차용하고 있다.

'더 킹'의 문제는 이 매력적인 소재를 너무 허술하게, 그러면서도 복잡하게 그려냈다는데 있다. 무엇보다 매력적이어야 하는 대한제국은 초반 시청자들을 납득시키기는 커녕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설정들로 먼저 화제를 모았다.

황실 추정 재산 600경은 가장 논란이 됐다. 기차 티켓 가격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과 물가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한제국 황제의 재산이 600경이고, 그럼에도 GDP가 전세계 4위 밖에 못하고 있다는 설정은 수치적으로 시청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그 정도 재산이 있는 대한제국을 도발하는 일본의 경제적 능력이 어느 정도냐는 반응도 있었다. 게다가 황실 재산의 기반이 되는 희토류는 꽤 많은 매장량을 가진 선진국들이 환경오염 문제로 생산을 꺼리는 광물이다. 그 정도 재산을 가진 황실을 마냥 좋아하고 떠받드는 대한제국 국민들도 대한민국 시청자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부산 바닷가에 위치한 황실. 일본과 전시 상황인 터라 최전선에서 일본과 맞서겠다는 황실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설정은 전시 상황에 최고급 인질이 될 수 있는 황제를 내세우겠다는거냐는 반응을 얻었다. 황실을 둘러싸고 있는 고층 빌딩 역시 보안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 황실 공보실 직원을 뽑는데 팬픽작가 경력을 인정하는 얼토당토 않는 모습,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황제 이곤과 근위대장 조영(우도환 분)의 브로맨스를 이용, 사진을 인터넷에 뿌리는 황실, 총리가 되고도 황후 자리를 노리는 구서령(정은채 분) 등의 모습도 실소를 유발했다.

이런 허술한 설정들은 '더 킹'이 입헌군주제를 선택한 이유가 그저 남자주인공을 황제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자주인공에게 보다 많은 권력, 보다 많은 재산을 줘 절대적인 능력을 보여주고자 황제로 만든 것. 물론 그것이 대한제국 설정의 허술함을 정당화하진 못한다. 게다가 툭하면 '참수'를 외치고 여자 때문에 궁을 비우고 현대 과학을 이용하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에게 기미를 맡기는 황제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더 킹'에서 대한제국은 빼놓을 수 없는 설정이고 가장 큰 매력이다. 같은 얼굴을 한 사람들이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평행세계 이야기, 여전히 황실이 존재한다면 어땠을까를 기반으로 한 입헌군주제 소재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실제로 김순옥 작가 SBS '황후의 품격', 이승기 하지원 주연 MBC '더킹 투 하츠', 거슬러 올라가면 MBC '궁' 등에서 입헌군주제 소재를 사용해 성공한 바 있다. 입헌군주제 소재는 현실에 기반하면서도 대한민국에 없는 시스템을 배경으로 삼아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대한민국으로 온 황제 이곤이 만들어내는 유머 장면들도 입헌군주제를 기반으로 한다.

대한제국은 대한민국과 다른 세계이다. 그곳의 문화와 시스템은 현실 대한민국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걸 지켜보는 이들은 2020년 대한민국의 시청자들인 만큼 이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판타지가 허술함의 방패가 되어서는 안된다. (사진=화앤담픽쳐스 제공)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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