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실내 조명으로 충전되는 배터리 개발
[경향신문]
국내 연구진이 실내에 켜놓은 조명으로도 충전이 되는 이차전지를 개발했다. 태양 없이도 전기를 생산해 저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실용화될 경우 빌딩이나 사무실 등 실내에서 빛으로 소비되는 에너지를 대폭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송현곤·권태혁 교수팀은 어두운 조명에도 반응해 전기를 만들고 저장까지 가능한 ‘염료감응 광충전 전지’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너지 및 환경과학’ 최신호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빛의 힘으로 작동하는 광전지 가운데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아주 작은 빛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질을 지녔다. 식물잎에 있는 엽록소가 태양빛을 만나면 움직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리를 닮았다. 하지만 밝기 변화에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꾸준하게 전기를 생산하는 게 어려워 전기저장장치가 꼭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저장용량이 적은 ‘축전기’를 연결하는 기술밖에 없어 상용화가 힘들었다.
연구팀은 광전지에서 생산된 전자가 축전기보다 저장용량이 큰 이차전지(리튬이온배터리)로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문제를 해결했다. ‘리튬망간산화물’이라는 물질에 탄소를 주입한 뒤 이차전지 음극의 재료로 사용한 것이다. 빛으로 만든 전기가 움직여 저장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든 것인데, 배가 파도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해안에 접근해 사람이나 화물을 내릴 수 있도록 부두 공사를 한 것과 비슷한 원리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전지가 실내 조명 아래에서 11.5%의 에너지 전환·저장효율을 보여 저조도 환경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구팀은 LED 실내조명으로 전지 6개를 10분간 충전한 뒤 실내 온·습도를 측정하는 상용 IoT센서를 작동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사무실 내에서 버려지는 빛으로 전자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권 교수는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에너지의 10%는 빌딩 조명용으로 소비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태양광뿐만 아니라 다른 빛까지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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