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슬기롭지 못한 간호사 보여주기 [불편한TV]

뉴스엔 2020. 5.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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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지현 기자]

제목부터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당연하게 이야기들은 '의사'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아쉽다. 병원 속 환자와 의사 이야기는 담겼지만 정작 그 사이 간호사들은 어딘지 모르게 한 발 뒤편에 있는 느낌이다.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극본 이우정/연출 신원호)는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 지기 친구들의 케미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극에서는 이른바 '99즈'라고 불리는 율제병원 5인방 친구들이 나온다. 이들은 전부 의사다. 환자들은 이들에게 자신의 목숨을 맡기고 간호사들은 이들과 협력하여 환자의 회복을 돕는다. 현실감이 넘친다. 하지만 지나치게 현실감이 넘쳐서 마음이 쓰리다. 이에 대해 현직 간호사 A씨와 함께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살펴봤다.

#. 간호사 처우에 대한 하이퍼 리얼리즘

'슬기로운 의사생활' 9회분에서는 "왜 수술을 안 해줍니까. 수술해줘요 빨리"라고 보호자가 닦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송수빈(김수진 분)은 머리를 숙이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래도 보호자는 "내가 내 새끼한테 간 주겠다는데 당신들이 뭔 상관이냐. 이러다 내 딸 죽으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냐"고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송수빈은 "아버님은 지금 상태로는 수술이 힘들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그 순간 이익준(조정석 분)이 등장했다. 보호자는 갑자기 꼬리를 내렸다. 간호사를 한 번 노려보고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익준은 "아버님은 나이가 많으셔서 수술이 힘들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보호자는 순순히 이익준의 말을 들었다. 아까 송수빈에게 역정을 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게다가 자신이 먹던 커피잔을 당당히 간호사에게 내밀고 유유히 사라졌다.

이에 대해 현직 간호사 A씨는 "보호자가 딸에게 간을 주고 싶은 간절함이 크고 그동안 딸에게 못해준 미안함 때문에 속상했던 것 같다"며 "그렇지만 간호사가 수술이 불가능한 부분에 대해 설명했지만 보호자가 계속해서 화를 내는 부분이 못내 아쉽다. 의사에게는 바로 긍정의 행동을 취하는 장면에서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간호사들의 현주소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요즘 현장은 간호사들이 친절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위로하려 애쓰고 있다. 그럼에도 보호자와 관계에서는 항상 어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아직은 어설픈 간호대 학생들

같은 9회분에서는 산부인과에 실습 나온 간호대 학생들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이 설명을 듣는 사이 산후 출혈을 일으킨 환자가 등장했다. 한승주(김지성 분)는 "산모의 헤모글로빈 수치가 4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간호대 학생들은 "그게 어떤 건데요?"라고 묻는다. 게다가 "살 수 있어요?라고 덧붙인다.

이에 더해 수술을 마치고 나온 양석형(김대명 분)을 향해 "교수님 산모 분 사셨어요?"라고 질문했다. 다른 이들도 아닌 간호학을 전공한 학생들에게서 나오는 질문이라기엔 어딘가 어리숙하게 그려졌다. 게다가 실습을 나올 정도라면 이미 어느 정도 이론 수업을 숙지했을 터. 그럼에도 환자의 상태에 대해 "저게 뭐냐", "살 수 있냐" 등의 질문을 하는 지식의 표현이 한없이 아쉽다.

그러나 A씨는 이에 대해 간호대 학생들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A씨는 "실습생들은 처음 나오면 아무래도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게다가 짧게 나온 분량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피해 주지 않으려 눈치를 보지 않았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 다양한 간호사의 부재

우선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남성 간호사가 없다. 간호사들은 전부 여자로 그려진다. 간호사의 다양성이 지워지는 순간이다. 또한 천편일률적으로 모두 천사 같은 간호사만이 존재한다.

앞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 속 오 간호사(박진주 분)는 시니컬한 간호사를 연기하며 현실성을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도 남자 간호사 박은탁(김민재 분)이 등장했다. 그에 비해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간호사들은 그려지는 모습이 한정적이다. 대부분 의사에 대한 설명을 하거나 환자를 설득하는 '천사표' 모습으로 그려진다. 간호사에 대해 지나치게 환상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본 A씨는 "현실에 맞게 남자 간호사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도 자연스러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인식 시킬 수 있었던 부분이기도 하니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고 덧붙였다.

작품 속에는 냉정한 듯 보이지만 따뜻한 의사, 환자 누구에게나 다정한 의사, 똑 부러지고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의사, 무뚝뚝하지만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의사,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실력도 별로인 의사 등 다양한 의사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반해 간호사들의 모습이 한정적이라는 것이 아쉽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말 그대로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극을 조금 더 깊게 파고 본다면 의사들만이 아니라 환자, 병원, 간호사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다양한 환자, 여러 의사가 그려지는 것에 반해 간호사는 한없이 제한적이다.

이와 함께 A씨는 "극 중 간호사와 의사가 협동하는 좋은 모습을 그려내기도 하지만 응급실에서는 조금 가볍게 다룬 것도 있는 것 같다"며 "응급실은 항상 긴급한 곳"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사진=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캡처)

뉴스엔 서지현 sjay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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