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분산'위해 교장·교감까지 선생님 전원 투입..高3 첫날

장지훈 기자,정지형 기자 2020. 5. 2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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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시간, 방역 관리 안돼 불안하다는 학생도
인천 고3 "등교 중지돼 밥도 못 먹고 집으로"
20일 대전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칸막이 설치된 급식실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정지형 기자 = 고등학교 3학년 등교 첫날인 20일, 학교 급식실은 정신없이 분주했다.

유일하게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는 것이 허용된 공간인 만큼 일선 교사들은 잔뜩 긴장한 채 급식 지도에 나섰다. 2시간 남직한 급식 시간에 교장·교감을 포함해 22명의 교사를 투입해 학생들을 지도한 학교도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는 이날 오전 11시4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55분씩 2부제로 나눠 총 110분을 급식 시간으로 운영했다. 학생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1~10반 251명의 학생들을 반별로 나눠 5분 간격으로 급식실로 이동하게 했다.

학생들은 바닥에 붙어 있는 안전거리 유지 안내 스티커에 맞춰 거리를 유지한 채 배식을 기다렸다. 급식실에 입장하기 전에는 손소독을 하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했다.

이 학교는 식사를 마칠 때까지 일회용 비닐장갑을 벗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 빵 같은 음식을 손으로 집어 먹었다가 감염병에 걸릴 우려가 있어서다.

급식실은 따로 가림막을 설치하지 않는 대신 식탁 한쪽 면에만 의자를 배치해 모두 한 방향을 보고 먹도록 했다.

교사들은 2명씩 짝을 지어 Δ줄 세우기 팀 Δ발열 체크 팀 Δ좌석 지정 팀 Δ거리두기 팀 Δ복도 관리 팀 등 5개팀을 구성해 학생들을 지도했다. 급식실에 도착해 식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서로 붙어서 장난치거나 마스크·일회용장갑 등을 벗지 않도록 지도하고 만약 발열 등 의심증상이 나타난 학생은 신속하게 격리하기 위한 조치다.

1·2부 급식 시간을 합쳐 모두 20명의 교사가 동원됐고 추가로 교감·교장까지 동참해 혹시 모를 위기 상황에 대비했다.

이호연 교사는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나서 좋다고 어쩔 줄을 모르는데 선생님들은 계속 조마조마하다"며 "먼저 빨리 밥을 먹고 다른 선생님과 교대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20일 충북 청주 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급식을 먹고 있다./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고등학교는 아예 급식실 식탁에 3면이 막힌 투명 아크릴 판을 설치하고 학생들을 지그재그로 앉혀 밥을 먹는 도중 침방울이 튀는 일을 막고 있다.

이 학교 교사 이모씨는 "아이들이 방역 수칙을 잘 지켜주고 있어 한시름 덜었다"면서도 "잠깐만 방심해도 큰일이 날 수 있으니까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여러 감염병 전문가가 급식을 학교 방역의 약한 고리로 지목한 상황이라 조심하는 모습이다.

강원 원주에 사는 고3 조민식군(18)은 "급식실에 들어갈 때 다 줄을 벌리고 장갑도 끼고 서로 대화도 자제하는 등 기대 이상으로 체계적이었다"며 "물을 마실 때도 공용 컵을 쓰지 않고 개인이 가져온 물통을 쓰게 해 불안감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김모양(18)은 "급식을 받는 곳과 먹고 나가는 곳의 동선이 원래 겹쳤는데 지금은 완전히 분리를 시켰더라"고 말했다.

급식실 방역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 불안하다는 학생도 있다. 경남 한 학교에 3학년으로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칸막이 없이 한 식탁에서 3명이 같이 식사를 했는데 고개만 살짝 돌려도 옆 사람한테 침이 튈 수 있으니까 위험해 보였다"며 "쉬는 시간에도 다른 반에 들어가는 것은 금지한다고 했는데 학생들이 이런 규칙을 어기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고 토로했다.

인천 지역에서는 등교 이후 급식을 먹지 못하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게 된 학생들이 나왔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날 미추홀구에 있는 인항고등학교 3학년 학생 2명이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10개 군구 125개 고등학교 중 미추홀구, 중구, 동구, 남동구, 연수구 5개구 66개 고등학교에 등교 중지 명령을 내리고 고3 학생 전원을 귀가조치했다.

연수구에 사는 고3 석모양(18)은 "3교시가 시작되자마자 학교 휴교령이 떨어져서 밥도 못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며 "드디어 고3 생활 좀 열심히 할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는데 곧장 집에 오게 되니까 좀 허탈하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고등학교 학생들이 귀가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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