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가족이란 유대감을 쌓아 온 '각별한 남남' [만화로 본 세상]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어버이날·부부의날 등 가족과 관련한 날들이 모두 5월에 몰려 있어 붙여진 별칭이다. 어린이·어버이·부부라는 말은 모두 가족 구성원 각각을 호명하지만,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나도 결혼하기 전까지는 어린이-어버이-부부 중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었으니까. 그런가 하면 어린이·어버이·부부라는 호명 자체가 오히려 가족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기도 한다. 엄마라서, 아빠라서, 혹은 자녀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하나의 개인으로서 바라보지 못하고 각자 가정에서 맡은 역할에 가둬서 이해하려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정의 달 추천 만화로 꼽고 싶은 건 웹툰 〈남남〉(다음웹툰, 정영롱)이다. 〈남남〉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만화의 주인공인 모녀는 가족이라는 역할극 따위는 무시한 채 독보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딸인 진희는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며 엄마와 둘이 산다. 10대 때 미혼모로 진희를 낳은 진희 엄마는 홀로 진희를 키웠고, 지금은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남남〉에서 진희는 예정보다 일찍 귀가하다가 집에서 엄마가 자위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서로가 민망한 상황 속에 진희는 엄마와 대면하는 걸 몇 번 회피하다가 나중에는 진희가 더 적극적으로 중년의 자위에 대해 알아보고 관심을 갖는다. 엄마와 성(性)은 마치 서로 붙어서는 안 될 것 같은 불협화음 속에 있지만, 사실 가족이라는 통념 속에 도외시된 것뿐이지 당연히 엄마도 성적인 존재다. 〈남남〉은 이런 사실을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들추어내고 ‘쿨’하게 이야기한다.
〈남남〉은 진희와 진희 엄마의 생활을 그리지만, 이 모녀 사이에는 여러 사람이 끼어 있다. 진희 엄마가 홀로 임신을 버티고 있던 학창 시절, 진희 엄마에게 가정폭력을 일삼던 친아빠를 냅다 밀어버리고 자신의 집으로 진희 엄마를 끌고 온 ‘미정’ 이모도 그중 하나다. 미정은 진희 엄마가 혼자서 진희를 낳고 기르기까지 모녀의 곁에 우정으로 함께했다. 지금도 미정은 곧잘 진희 엄마와 여행을 떠나고, 집으로 찾아와 시시콜콜한 수다를 나누기도 한다. 다른 한 명은 ‘진수’다. 진희의 오랜 친구인 진수는 진희 엄마와도 막역하게 지내며, 모녀의 대소사에 함께 참여한다.
미정 이모나 진수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이 모녀의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에 비해 ‘진홍’은 애매모호하다. 진홍은 진희의 생물학적 아버지로, 진희 엄마와 과거에 연애했던 전 남자친구다. 그는 진희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가, 진희가 서른에 다다른 지금에야 나타나 진희 엄마와 재회한 후 다시 연애를 시작한다. 지금까지 진희를 스쳐 지나간 아저씨들(진희 엄마의 남자친구)은 많았지만, 엄마의 남자친구로서 나타난 친아버지 진홍은 무언가 다르다. 진희는 진홍 앞에서 ‘뭔가 진짜로 바뀔 것 같은 느낌’을 마주한다.
진홍이라는 인물은 엄마와 딸이라는 것조차 그저 호명되는 이름일 뿐, 결국 모두 ‘남남’이라는 사실을 진희에게 각인시킨다. 그러나 ‘남남’이더라도, 이들 사이에 켜켜이 쌓인 역사가 존재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만화 〈남남〉이 보여주는 가족이란 유대감을 쌓아 온 각별한 ‘남남’이다. 남남이더라도, 혹은 남남이기 때문에 더욱 함께하는 시간 동안 서로가 유쾌하고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 별 게 아니라 그게 가족 아니겠는가.
조경숙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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