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속 태운 고3, 오늘부터 등교..80일 만에 교문 열려

유영규 기자 2020. 5. 2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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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오늘(20일)부터 등교 수업을 시작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등교 개학이 미뤄진 지 80일 만입니다.

연거푸 등교가 미뤄지면서 '최대 현안'인 대입을 비롯한 학사 일정이 불투명해지는 등 속을 태웠던 고교 3학년생들은 일단 교실 수업을 시작하지만, 교내 집단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은 상태입니다.

교육 당국은 비상 대응 체계를 갖추고 등교 개학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각 학교는 수업 현장에서 감염이 발생하는 불상사가 없도록 대비하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입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오늘(20일) 고3을 시작으로 27일에는 고2·중3·초1∼2·유치원생, 6월 3일 고1·중2·초3∼4학년생, 6월 8일 중1·초5∼6학년 순으로 전국 학교 및 유치원에서 등교·등원을 시작합니다.

원래 개학일인 3월 2일부터 따지면 80일 만에 학교 문이 열리는 셈입니다.

교육부가 등교 수업을 추진하는 것은 코로나19 발생 상황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말∼이달 초 황금연휴 기간에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지만 문제의 클럽을 방문한 학생, 교직원, 원어민 보조 교사 57명의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의 종식 시점을 알 수 없고 가을에 2차 대유행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진학 및 사회 진출을 앞둔 고3의 등교를 무기한 연기할 수는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습니다.

원격 수업만으로는 진학·진로 지도가 어려운 탓입니다.

교육부는 지역별·학교별 상황에 따라 학생을 분산시키면 등교 이후에도 생활 방역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국 시·도 교육청은 지역·학교별 상황에 따라 학년·학급별 격주 등교와 등교·원격수업을 하루씩 번갈아 하는 격일제 등교, 오전·오후반 2부제 등교 방안 등을 제시했고 각 학교들은 사정에 맞는 방식을 택해 등교를 준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3은 원칙적으로 매일 학교에 나가게 되고, 고 1∼2는 격주 등교, 초·중학교는 원격 수업을 병행하되 수행 평가 등을 위해 주 1회 학교에 나가는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선 중3도 매일 등교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코로나19 전파 위험을 낮추고 학생들을 분산시키기 위해 과밀학급, 과대 학교는 학교 내 음악실 등 넓은 특별 교실을 활용하고 분반 수업 등의 방식도 동원하게 될 전망입니다.

광주시교육청은 학생 수 30명이 넘는 학교를 대상으로 컨테이너 교실을 도입하고, 울산교육청은 시차 등교와 1교시당 5분 이내 단축 수업도 제시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특히 크다는 점을 고려해 2020학년도에만 한시적으로 초등학교 교외체험학습 허용일을 19일 안팎에서 34일로 늘렸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등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준 곳도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았던 대구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등교가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학생들에게 등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등교하더라도 당분간 야간 자율학습(야자)과 보충수업은 금지되고 수업 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영됩니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의 불안은 여전한 상태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등교 개학을 미뤄달라는 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23만 명을 넘겼습니다.

충남 당진 고등학교 학생회장 연합회가 지난 16일부터 18일 오전 1시까지 전국 고등학생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79.7%가 오늘(20일)부터 고3의 순차 등교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육부는 학교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전국적으로 24시간 비상 대응 체계를 유지해 코로나19 의심 증상자나 확진자가 나올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입니다.

유 부총리는 어제 신학기 개학준비 추진단 회의를 주재하며 "등교 개학은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일이고, 시기를 무작정 미룰 수 없는 일"이라며 "코로나 19 감염증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등교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되는 즉시 신속하게 추가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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