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독일마을 "역차별 받는 것 같아요"..15년째 갈등 중

이형관 2020. 5. 1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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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1960년대 독일로 파견됐던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정착하게 된 '남해 독일마을', 한해 8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습니다.

하지만, 주거전용지역인 독일마을에서 영업 행위를 두고 교포 주민들과 남해군은 15년째 갈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남해 독일마을의 끝나지 않는 갈등, 이형관, 최진석 기자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이역만리 독일 땅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일했던 교포들.

당시 남해군은 이들이 은퇴한 뒤 한국 정착을 돕고, 독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 만들기를 추진했습니다.

지난 2005년 완공돼 독일 교포들이 입주를 시작했던 '남해 독일마을'입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가족 등 현재 42가구 70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독일 유학생과 파독 간호사 출신인 정동양 씨 부부도 15년 전 이 마을에 정착해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정희/독일마을 주민 : "여기는 (독일에서) 저와 같이 근무하던 동료 간호사, 여기는 의사 선생님. 여기는 유고슬라비아에서 온 간호사였습니다."]

하지만, 정 씨 부부는 민박집에서 독일식 맥주와 음식을 판다는 이유로 지난해 '무신고 불법업소'로 남해군으로부터 고발을 당했습니다.

독일마을은 주거전용지역으로 영업 행위가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동양/독일마을 주민 : "(군청에서) 주거전용지역에는 아무것도 못 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그러한 업을 하고 있는 사람을 고발해서 자동으로 범법자가 됐어요."]

정 씨 부부처럼 독일마을 교포 주민들이 남해군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건수는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1건.

식품위생법과 건축법 등 위반 혐의로 각각 200만 원 안팎의 벌금을 물거나, 천만 원이 넘는 강제이행금을 낼 처지에 놓였습니다.

[류영희/독일마을 주민 : "한 번은 공무원들이, 또 한 번은 세무서에서 (영업을 하지 말라고 했어요) 이 가게를 세웠다고 4년 동안 정신적으로 시달리거든요. 그게 과연 옳은 것인가."]

문제는 지구단위계획 수립할 때 독일마을을 정착촌의 목적으로 주거전용지역으로 정해 독일 마을 안에서는 영업이 금지돼 있다는 겁니다.

반면, 독일마을 주변에서는 어디서든 관광객을 상대로 독일식 맥주와 소시지를 팔고 있지만, 아무런 영업 제한이 없습니다.

교포 주민들은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독일마을 주민/음성변조 : "밑에는 장사해도 되고, 우리 마을에는 커피 한 잔도 못 팔게 하는 상황이…. 너무 차별적으로 느껴져요. 그렇게 해서는 안 되죠."]

남해군은 지구단위계획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김명찬/팀장/남해군청 문화관광과 : "지구단위계획 수립할 때 (독일마을은) 정착촌으로서의 단독주택으로 애초에 계획을 수립했고요. 밑의 상가 지역의 영업행위는 계획관리지역으로서 상업행위가 가능했던 곳이라서…."]

교포 주민들의 사정만으로 영업시설 제한을 해제할 경우, 독일마을의 난개발이 우려되고 향후 상업시설이 난립해 마을의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명찬/팀장/남해군청 문화관광과 : "그런 갈등의 소지를 그 당시에는 예측을 못 했었고요. 지금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 주민들과 협의 중입니다."]

마을 내 사업 활동을 두고 엇갈리는 의견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애초 남해군이 정착민들에게 장사가 가능하다며 독일마을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자료가 발견됐습니다.

이 내용은 최진석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 독일마을 “독일마을 유치 때는 영업 약속해놓고”

50년 전 독일에서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지난 2005년 남해 독일마을에 입주한 아멘 타이스 씨.

타이스 씨는 입주 전인 지난 2001년 당시 남해군이 남해 독일마을에 들어오면 빵집이나 음식점을 차릴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합니다.

[아멘 타이스/독일마을 주민 : "말씀드렸다시피, 우리는 빵집을 열고 싶었어요. 당시 남해군청이 독일에서 사는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근거로 제시한 문서는 지난 2001년 2월 남해군 공무원들이 직접 독일에서 투자설명회를 연 뒤 제출한 '독일교포 정착마을 2차 설명회 보고서'.

이 보고서에는 '독일빵집은 마인츠의 영숙 타이스 씨가 하기로 약속했다, 빵 굽는 기계와 빵집 설계까지 해 놓았다고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당시 투자설명회 때 남해군이 만들어 독일 교포들에게 나눠준 '투자설명서'에도 독일 맥주집과 빵집, 식당과 식품점 등에 투자를 기다린다고 쓰여 있습니다.

교포 주민들은 당시 남해군이 투자설명회와 문서를 통해 영업 행위를 약속했다며, 단순 주거 목적이었다면 남해로 오지 않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이정희/독일마을 주민 : "어떻게 이런 양심을 가진 행정이 있는가? 우리는 정말 남해군의 행정을 믿고 약속대로 와서 지금 남해군의 발전을 우리가 일부분 (기여)한 것 아닙니까."]

주민들은 이에 반발해 지난해 5월 남해군을 상대로 강제이행금 부과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재판 결과는 오는 8월에 나올 예정입니다.

이 같은 독일마을 주민들과 남해군의 잇단 고발과 소송도 6년째.

[남해군 관계자 : "(독일마을 관광 활성화 계획 수립) 용역 속에 주민들과 합의를 통해서 독일마을의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근린생활시설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 부분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교포 주민들과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고, 최근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는 독일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해법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이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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