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아픔 따라 굽이굽이 달리는 '518번 버스' 타보니..

박소연 기자 입력 2020. 5. 18. 20:26 수정 2020. 5. 1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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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시각 8시 6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 있는 시계탑입니다. 80년 5월 광주의 모습을 말없이 모두 지켜봤습니다. 이후 신군부가 이 시계탑을 다른 데로 옮겼지만, 5년 전인 2015년에 지금의 원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매일 오후 5시 18분이 되면 시계탑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옵니다. 이렇게 5.18의 아픔을 간직한 광주 시내 곳곳을 광주 518번 버스는 매일 달립니다. 저희 박소연 기자가 지금 그 버스에 지금 타 있습니다. 연결을 해보지요.

박소연 기자, 지금 버스가 어디쯤을 지나고 있습니까?

[기자]

날이 어두워지고 비까지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 창밖은 잘 보이지 않는데요.

지금 제가 탄 이 518버스는 막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을 떠났습니다.

지금 안나경 앵커가 있는 옛 전남도청을 떠난 건데요.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1980년 5월 시민군의 마지막 항쟁지였습니다.

이쪽을 보시면 버스노선표가 붙어 있는데 이 518버스는 상무지구에서 출발합니다.

40년 전 군부대가 주둔했던 곳입니다.

그다음에는 민주화 요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던 금남로를 지나서 희생자들이 영면하고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까지 운행됩니다.

버스 노선 길이만 33.4km.

시내버스 노선 치고는 긴 편인데요.

이 긴 노선 속에 광주 5.18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앵커]

그 버스에 오르는 광주시민들의 목소리도 박소연 기자가 들어봤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은 늦은 시각이라서 이 버스에 탄 승객은 지금 세 분밖에 없는데요.

낮에는 오늘 날이 날이니만큼 민주묘지를 찾는 승객들이 많았습니다.

그 승객들의 목소리는 제가 리포트로 준비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조선대 공대 79학번 양세문 씨.

동기 정종명 씨를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양세문/광주광역시 중흥동 : 그럼, 친하니까 데모도 같이하지.]

머리에 스친 총알,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는 함께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외쳤던 친구는 싸늘한 주검이 돼 있었습니다.

[양세문/광주광역시 중흥동 : 지금은 웃지만, 그때는 상당히 그…누구한테 알리지도 못하고. 나도 같이 죽었어야 했는데 못 죽어 준 게 미안할 뿐이지.]

이렇게 광주시민에게는 40년 전 5.18은 여전히 역사라기보다 내 친구, 내 가족의 비극입니다.

[이이순/광주광역시 장등동 : 생생해요. 지금도 잊어버리지 않아. 전두환이 거짓말하면 내가 가서 증언하고 싶어. 광주시내가 아수라장이었거든. 그거 다 봤어요.]

민주묘지로 향하는 길목.

잎판나무만 무심한 듯 흐드러졌습니다.

[다음 정류장은 국립5·18민주묘지입니다.]

40년 전 희생을 잊지 않으려는 발걸음은 때를 맞춰 멀리서도 찾아옵니다.

[김말순/부산 온천동 : 희생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잘 표현하고 이런 세상에서 잘 살고 있구나…]

매일 이곳으로 518 버스를 모는 마음도 어느덧 순례자의 마음이 다 됐습니다.

[홍일수/518 시내버스 운전사 : 518 버스 운행하는 기사 홍일수입니다. 빨리 그 아픔이 좀 없어졌으면, 그분의 눈가에 눈물이 없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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