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판 돈 받으러 갔다가"..참혹한 죽음 뒤 암매장

이다현 입력 2020. 5. 1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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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오늘 기념식에선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사연이 공개됐습니다.

남편이 5.18 때 소 판 돈을 받으러 광주에 갔다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진 최정희씨의 사연입니다.

최 씨의 남편은 잔혹하게 암매장된 채 발견돼 전두환 신군부의 잔학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이다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980년 5월 21일, 소 판 돈을 받으러 전남 담양에서 광주로 간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함께 광주에 갔던 이웃주민 2명이 남편이 광주교도소 근처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았다는 소식만 전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최정희/5.18희생자 故임은택 씨 부인] "열흘 동안 찾아 헤맬 때 어땠겠습니까. 병원마다 다 쫓아다녀도, 뭐 엉망진창이었어요. 총 맞고 때려 맞고…제발 저 안에 없길 바랐습니다. '살아있겠지' 하고…"

백방으로 찾아다니다 열흘만에 다시 만난 남편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교도소 뒤 흙구덩이에 암매장돼 있었습니다.

다리에도, 어깨에도, 옆구리에도 선명하게 박힌 총상 자국,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습니다.

[최정희/5.18희생자 故임은택 씨 부인] "결국에는 열흘 만에 형무소에서 있다고 찾았잖아요. 너무 억울해요 진짜. 서른여섯 살이었어요. 그때. 초파일(음력 4.8. 부처님오신날)에 그랬으니까, 초파일이 이 사람 생일이었어요."

무고하게 남편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형사들은 집요하게 최 씨를 감시했습니다.

친정인 부산까지 따라붙은 감시 때문에 다시 담양으로 돌아온 최 씨는 홀로 국밥집을 운영하며 삼남매를 키웠습니다.

그렇게 모진 세월 40년을 견디고 또 견뎠습니다.

5.18 40주년을 맞은 오늘, 최 씨는 남편을 향해 편지 한 장을 띄워보냈습니다.

[최정희/5.18희생자 故임은택 씨 부인] "우리가 젊어서 아기들 삼남매 놓고 살면서 그 옛날 일 생각이 나도 모르게 막…그 편지를 제대로 읽어야 하는데, 막 이상해. 마음이 뭐라고 말할 수 없었어요."

최 씨의 남편 故 임은택 씨처럼 5.18 직후 광주교도소 주변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된 시신은 11구, 그보다 더 많은 행방불명자들이 어딘가에 묻혀있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암매장 진실 규명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MBC뉴스 이다현입니다.

(영상취재: 김영범/광주)

이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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