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부터 철학책까지..서점가 흔드는 'BTS셀러'
멤버들이 읽은 책까지 160여권
줄줄이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내
철학·소설·예술 등 관심사도 다양

지난 11일 방탄소년단(BTS) 공식 유튜브에 새 앨범 주제를 정하는 회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날 지민이 아이디어를 내며 언급한 이 한 마디에 서점의 책이 동났다. 팬들은 이 짤막한 정보만으로 금세 이 책이 도널드 홀의 '죽는 것보다 늙는 게 걱정인'이라는 걸 발견했다. 이 책은 2018년 뉴햄프셔주 농장에서 89세로 사망한 미국 계관시인이 쓴 유작으로 자신의 만년의 삶을 절절하게 고백한 에세이다.
이틀 뒤인 13일 인터넷서점 인터파크에서는 일일 베스트셀러 4위까지 이 책 순위가 급등했다. 동아시아 출판사에 따르면 13일 하루 동안 전국적으로 1000부가량 팔렸다. 한성봉 동아시아 대표는 "젊은 아이돌 가수가 늙은 시인의 수준 높은 인문학적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이, 문학과 인문학이 모든 창의력의 원천임을 BTS가 증명했다고 생각했고, 왜 BTS인지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책 읽는 아이돌 방탄소년단이 서점가에 'BTS 셀러'(방탄소년단+베스트셀러)를 연일 만들어내고 있다. 과거에도 2018년 정규 3집 앨범이 책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간 2년 만에 역주행 신화를 쓰며 3만부 넘게 팔리는 기록을 세운 적이 있다. 2016년 정규 2집 '윙스(WINGS)'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 콘셉트를, '봄날'의 뮤직비디오도 SF 거장인 어슐러 르 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며' 콘셉트를 차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BTS가 읽은 책들을 아카이빙하고 있는 SNS 계정 '방탄책방'에 따르면 현재까지 누적된 BTS 셀러는 159권에 달한다. 2016년 BTS가 인스타그램 계정에 인증샷을 올린 김창완의 '안녕, 나의 모든 하루'와 같은 책이나 BTS가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책은 불과 10여 권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들 팬클럽인 '아미(ARMY)'는 유튜브나 방송에서 짧게 등장하는 책을 표지조차 보지 않고 귀신같이 찾아내 'BTS와 독서하기'를 실천하고 있다.
아이돌 중에 BTS가 유독 출판계에 큰 영향을 주는 비결은 이들이 세계관 아이돌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BTS 앨범은 그들만의 세계관, 일명 'BU(BTS Universe)'를 바탕으로 하나의 큰 서사를 만들어낸다. '아미'들은 BTS 필독서를 읽으며 뮤직비디오나 가사 속 이들이 숨겨놓은 힌트를 해석하고, 공유하는 재미에 빠져든다.
심지어 BTS 셀러 중에는 유난히 고전(古典)이 많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호밀밭의 파수꾼' 등은 한 세기 가까이 청춘들을 위한 필독서로 꼽혀온 책. 청춘을 대표하는 아이돌이 이 책을 추천하면서 국내 고전 시장은 몇 번이나 들썩거렸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카프카의 '변신' 등 세계 문학은 물론 이상 소설 전집과 백석 시집 같은 한국 고전도 BTS가 읽은 책에 포함됐다. 작가 중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 '1Q84' '해변의 카프카' 등 5권으로 가장 많은 책을 올렸다.
멤버 RM은 미술에 관심이 많아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 휘트니 미술관이 엮은 '20세기 미국 미술', 파울 클레·김환기·장욱진·손상기 등 화가에 관한 책도 포함됐다. 니체의 철학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정신분석의 대가 C G 융의 이론을 분석한 '융의 영혼의 지도'가 베스트셀러가 된 기현상도 BTS가 만들어낸 '나비효과'다. 한 문학출판사 대표는 "아이돌 팬덤이 출판계에 주는 영향력은 화보집만 팔리는 정도에 그쳤는데 방탄소년단은 남다르다. 청소년 팬들이 고전을 찾아 읽게 만드는 '독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덕질'을 졸업하더라도 책과 예술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얻는다면 한때의 추억으로만 그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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