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ience >냉장식품 신선도·과일 숙성도 '척보면 척!'

■ 한국화학硏 ‘나노필름’ 고려대 연구팀 ‘나노센서’ 개발
상온 노출땐 투명해지는 ‘스티커’… 에틸렌 가스 잡아내는 ‘전자 코’
- 오동엽 박사팀 ‘안심스티커’
스티커에 일종의 타이머 설정
재냉동 해도 투명도 복원안돼
- 이종흔 교수팀 ‘가스센서’
산화물 코팅 이중층 구조 도입
과일 수확 시기 원격판단 도움
과일이 잘 익었는지, 꽁꽁 얼린 냉장·냉동식품이 혹시 상하진 않았는지 쉽게 판별해주는 2개의 나노 기술(Nano Technology)을 국내 연구진이 선보였다. 나노란 10억 분의 1(10-9) 극미세 세계를 말한다. 원자 단위까지 관찰·조작할 수 있는 나노 기술은 신소재·전자소자(素子)·생체 모사 공학 등에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냉장으로 배송받은 어류와 육류, 청과물 등이 상했는지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스티커가 나왔다.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오동엽·박제영·황성연·최세진 박사팀이 개발한 ‘콜드체인(저온유통) 안심 스티커’는 상온(10도 이상)에 일정 시간 노출되면 스티커에 경고 글자 등 이미지가 나타나면서 변질 여부를 알 수 있다. 특수 잉크의 화학 반응을 이용해 고가 의약품의 저온유통 이력을 알려주는 현재의 플라스틱 키트는 두껍고 단단해 다양한 제품에 부착하기 어렵고 제조비용도 수천 원대인 데 비해, 스티커의 경우 얇고 유연한 데다 개당 10원대로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외 유통·제조기업들로부터 기술이전을 해달라는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냉장·냉동식품은 상온에 노출되면 세균이 증식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육안으로는 변질 여부를 알기 어렵다. 특정 세균은 서식해도 식품의 맛과 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냉동식품은 녹았다가 다시 얼려도 외관상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드체인 안심 스티커’를 이용하면 냉장·냉동 배송차량, 이른바 탑차의 오작동으로 식품이 상했는지 모르고 먹어 발생하는 식중독·햄버거병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임의로 조작할 수도 없어 최근 급성장하는 신선 배송시장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상온에 노출되면 투명해지는 나노섬유 필름을 새로 개발했다. 저온 상태의 나노섬유 필름은 가느다란 실이 교차한 안정된 형태로 빛을 산란시켜 불투명하다. 하지만 온도가 올라가면 나노섬유 구조가 서로 엉겨 붙어 붕괴하면서 빛이 투과하게 된다. 나노섬유 필름 뒤에 일반 필름을 붙여 스티커를 만들면 상온에 노출된 앞면 필름이 투명해지면서 뒷면의 이미지가 나타난다. 연구결과는 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3월호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투명해지는 시간도 조절했다. 식료품에 따라 부패시간이 다른 점에 착안한 것이다. 나노섬유의 조성과 두께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스티커별로 최단 30분에서 최장 24시간 후 투명해지도록 일종의 타이머를 설정했다. 오 박사는 “한 번 상온에 노출된 스티커를 다시 냉장·냉동하더라도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고, 상온 노출 시간을 임의로 느리게 할 수도 없다. 사실상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과일이 잘 익었는지 판별하는 나노 센서도 나왔다.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이종흔 교수 연구팀은 가스센서 감응막 상단에 나노 두께의 산화물 촉매를 코팅하는 이중층 구조를 도입해 대표적 식물 호르몬인 에틸렌 가스만 선택적으로 검출하는 새로운 센서 개발에 성공했다. 덜 익은 바나나를 빨리 익히려 할 때 사과, 키위, 다른 바나나 등을 아래에 두면 과일에서 배출되는 에틸렌이 숙성을 촉진한다. 에틸렌은 씨앗의 발아, 꽃의 개화, 식물의 성장과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식물 호르몬이다. 개인 기호에 따라 선호하는 과일 숙성 정도가 다른데, 현재까지는 껍질의 색이나 촉감 등 주관적 기준에 의해서만 판단해왔다. 바나나, 토마토, 애플망고 등 색이 바뀌는 과일은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지만 복숭아, 키위, 블루베리 등은 색만 보고 숙성도를 알아내기 어렵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정도의 숙성 상태를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서는 과일에서 발생하는 미량의 에틸렌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가스 센서로 소형 인공 후각을 구현해냈다. 산화물(SnO2, ZnO, In2O3, Co3O4 등) 기반의 반도체 소자가 환원성 및 산화성 가스와 반응해 저항의 변화를 나타내는 현상을 이용해 ‘전자 코(Electronic nose)’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저분자량의 에틸렌 가스는 높은 결합에너지로 인해 선택적 검출이 매우 어렵다. 연구진은 기존의 산화주석(SnO2) 기반 산화물 반도체형 가스센서 감응막에 산화크롬(Cr2O3) 나노 촉매층을 코팅하면 에틸렌 이외의 방해가스는 반응성이 낮은 이산화탄소(CO2), 수증기(H2O)로 산화돼 에틸렌만 고선택성 고감도로 검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적용하려면 무선통신 소형 센서로 미량의 식물 호르몬을 선택적으로 검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결합해 과수원 등 스마트 농장에서 과일의 수확 시기를 정확하게 원격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 과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 (Advanced Science)’ 2월 24일자에 게재됐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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