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식 사연 주인공' 최정희씨 남편 묘 앞 오열

변재훈 2020. 5. 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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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남편이 생생해요. 내 마음은 자식도 모르고, 아무도 몰라요."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서 소개될 사연의 주인공 최정희(73)씨가 항쟁 기념일 하루 전인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안장돼 있는 남편 故임은택씨의 묘를 찾았다.

최씨는 "아무도 내 심정을 모른다. 이번 기념식을 통해 남편을 가슴에 묻은 40년 세월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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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총격에 남편 잃어..열흘만에 교도소 암매장 사체로 발견
"죄인처럼 살아..'폭도'로 몰리며 온 가족이 모진 세월 견뎠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하루 앞두고 추모제가 열린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유족 최정희(73)씨가 항쟁 당시 숨진 남편 임은택씨의 묘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2020.05.17.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아직도 남편이 생생해요. 내 마음은 자식도 모르고, 아무도 몰라요."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서 소개될 사연의 주인공 최정희(73)씨가 항쟁 기념일 하루 전인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안장돼 있는 남편 故임은택씨의 묘를 찾았다.

흰 소복을 입은 최씨는 남편의 묘 앞에 털썩 주저앉아 오열하며 지난 40년의 한을 이야기했다.

부산 출신인 최씨는 부산 국제시장에서 남편 임은택씨를 만나 결혼했다. 부산에서 전파상을 하던 부부는 소를 키워 팔기 위해 1978년 전남 담양으로 이사했다.

삶의 터전을 옮긴지 2년여 만에 5·18민주화운동이 발생했다. 소 판매대금 수금하고자 광주로 향했던 남편 임씨는 1980년 5월21일 귀갓길에 광주교도소 뒤 고속도로에서 계엄군의 집중사격을 받아 숨졌다.

이후 최씨는 남편을 찾아 열흘을 찾아 헤맸다.

최씨는 "동서와 시누이들까지 합세해 광주 시내 병원 등지를 찾아 다녔다"며 ""내가 기절할 때마다 동서들이 나를 부축해가며 필사적으로 남편의 생사를 수소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마다 사체가 안장돼 있는 걸 보며 내심 '애기 아빠가 어딘가에 살아있겠지'하고 희망을 품었다"며 "그러던 중 5월31일께 시청에서 시아버지에게 교도소에 묻힌 사체를 찾으러 간다는 전화가 왔다. 실낱같은 희망이 무너지는 것 같아 그 자리에서 혼절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최씨는 교도소에서 암매장된 상태로 발견된 남편의 사체 부검 현장도 따라가지 못했다.

이후 최씨는 억울한 사연을 품에 안고 '죄인'처럼 살았다.

최씨는 "오늘날까지도 5·18 당시 숨진 희생자를 폭도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당시엔 오죽 했겠느냐"며 "당시 첫째가 10살, 막내가 5살인데 아빠가 폭도로 몰리니 학교에서도 이상한 눈초리로 보더라.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길래 그 모진 세월을 견뎌야 했느냐"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도 나는 죄인 같다. 마음 편히 말도 못한다"며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에 와서 속시원하게 말도 못하고 40년을 살았는데 얼마나 갑갑했겠나"고 토로했다.

최씨는 "아무도 내 심정을 모른다. 이번 기념식을 통해 남편을 가슴에 묻은 40년 세월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오는 18일 오전 10시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5·18민주광장에서 열리는 5·18 40주년 기념식에서 자신의 사연을 담은 편지를 낭독할 예정이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하루 앞두고 추모제가 열린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유족 최정희(73)씨가 항쟁 당시 숨진 남편 임은택씨의 묘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2020.05.17.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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