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려면 빚져라"..영업 사원에 허위 공증 강요

박찬근 기자 2020. 5. 1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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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있지도 않은 빚을 강제로 지게 하고 허위 공증까지 받게 하는 관행이 자동차 판매업계에 만연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영업 사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지만 처벌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박찬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북 경산의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김경희 씨.

3년 전 대리 점주에게 2천만 원을 빌렸다는 약속어음을 썼습니다. 자동차 판매대금 등을 횡령할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라며 점주가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인 공증까지 강요받았습니다.

[김경희/前 현대자동차 대리점 영업사원 : 강제로 점주가 원하는 법무사, 대행해주는 거기 가서 약속어음·공증을 금액을 정해 가지고 끊었어요.]

지난해 계약해지를 당했지만, 빚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른 영업사원들도 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호남 지역의 자동차 대리점 영업사원도 지난 1월 점주의 요구로 1억 원의 채무 공증을 받았습니다.

자동차 판매업계에 만연한 관행인 겁니다.

허위 약속어음에 공증을 해준 변호사는 실제 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서도 문제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공증 변호사 : (채무가) 지금 있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채무에 대한 담보로 어음을 발행하는 겁니다.]

허위 사실을 공증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지만, 처벌은 쉽지 않습니다.

[송태경/민생연대 사무처장 : (문서가) 사실과 다름을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죄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사채업자나 대리점주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있지도 않은 빚에 대해 공증을 강요하는 걸 막으려면 공증 과정에 계좌이체 내역을 첨부하게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박찬근 기자ge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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