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민식이'부모가 7억 원을 요구했다고?

박경호 입력 2020. 5. 15. 15: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보행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아직 '민식이법'으로 처벌(확정)받은 사례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민식이법을 촉발한 사고의 가해자가 금고형을 선고받으면서 다시 이 법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법 내용과 상관없이 민식 군 부모가 7억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한 유튜브 방송은 "민식 군 부모가 삼성화재 측이 제시한 4억 원보다 많은 7억 원을 소송가액으로 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민식 군 부모는 방송 중 여러 내용을 문제 삼아 해당 유튜버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소송가액 7억 원, '호프만식' 계산 결과?

민식 군 부모는 지난해 11월 가해 운전자가 아닌 가해자의 보험사인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렇다면 민식 군 사고와 관련된 민사소송가액인 7억 원은 어떻게 산정됐을까요? "과도하다"는 입장에 맞서 일부 누리꾼들은 손해배상 계산 방식인 '호프만 공식'을 근거로 7살에 사망한 민식군의 장래 수입을 따졌을 때 적정수준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일부 누리꾼은 자체 계산 결과, 민식군의 경우, 7억 원을 훨씬 웃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일단 호프만 공식은 간단히 말해, 사망 시점부터 정년인 (65살)까지 기대 수입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만 19살 여성이 사망할 경우, 호프만 계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에서 예로 든 방식대로 민식 군 연령대를 계산하면 약 7억 원이 계산됩니다. 다만 이 결과에서 생존했을 때 본인이 소비할 생활비 등을 공제해야 합니다. 그 비중인 대략 30%입니다. 공식대로 봤을 때 민식 군의 예상금액은 4억 원 수준입니다.

변호사가 소송가액 주도

그렇다면 7억 원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위자료 문제에 대해 민식 군 부모는 입장문을 통해 위자료 문제는 변호사에게 맡겼다는 내용을 밝혔습니다. 그래서 민식 군 부모의 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이재원 변호사에게 직접 문의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먼저, 소송가액을 산정한 것은 본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소송가액 7억 원은 호프만식 계산 결과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소송가액에 대해 호프만식 계산결과와 별도로 사망사고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통상 교통사고 사망자에게 보험사는 수입과 함께 위자료를 지급합니다.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주는 위자료에 대한 피해자의 불만이 높아지자, 지난 2016년 전국 민사담당 법관들이 모여 대안을 논의했습니다. "우리나라 위자료 인정액이 법 공동체의 건전한 상식, 국가 경제 규모와 해외 판례 등에 비춰 지나치게 낮게 형성됐다"는 이유입니다.

법관 보고서 "특례 교통사고 피해 위자료 액수 높여야"

대법원 사이트에서 해당 연구 보고서를 찾아봤습니다. <불법행위 유형별 적정한 위자료 산정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입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교통사고의 경우 단순과실로 인한 사망위자료는 1억 원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더해 ① 가해자가 사고 후 도주한 경우, ② 음주운전・약물 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인 경우, ③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중 위법성이 중한 경우, ④ 난폭운전으로 인한 사고인 경우는 특별가중 사유로 삼아 최대 2억 원까지 가중하도록 했습니다.

지난달 27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최재원 판사는 민식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가해 운전자에 대해 금고형을 선고했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가해 차량은 규정 속도 미만으로 주행했으나, 차량에 부딪혀 쓰러진 피해자를 타고 넘어갔습니다. 여러 정황을 살펴 판사는 "결국 피고인이 주의하여 전방을 주시하고, 제동장치를 빨리 조작하였다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민식군의 소송가액은 손해배상금액에 위자료가 더해진 결과입니다. 위자료는 법원이 새로 연구한 기준에 맞춰 단순 사망(1억 원)+과실 가중(2억 원)을 합쳤습니다. 이 변호사는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그간 보험사가 주도했던 위자료 지급 관행을 바꿔보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요약하자면, 민식군의 민사소송가액은 변호사가 주도했습니다. 가액 7억 원은 호프만식 계산 결과가 아닙니다. 호프만식 (4억 원가량)에다 법원이 새롭게 연구했던 위자료 기준(2억 원)을 더해 7억 원이 계산된 겁니다.

박경호 기자 (4right@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