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안 전두환·노태우 동상 등 철거하기로
대통령 기록화, 테마 길 이름도 없애기로
이명박 전 대통령 길도 폐지 수순 밟을듯
7월 안에 철거..시민단체 "속히 철거해야"
대통령 휴양지로 쓰이다가 국민에게 개방된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 등 기념물이 철거된다.
충북도는 청남대 대통령 역사 테마공원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기록화, 대통령길 등을 조속한 시일 안에 철거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고근석 충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전, 노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상 기념사업 지원 등의 예우가 박탈돼 부득이 동상 등을 철거하기로 했다. 철거 시기는 도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청남대 운영 개선 방안을 마련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충북도는 지난 2015년 청남대 안 두 대통령 테마 길 앞에 동상을 설치하고, 두 대통령의 업적과 생애를 주제로 그린 기록화 2점을 대통령 기념관에 게시했다.
앞서 충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등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 10여곳이 꾸린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회는 지난 13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이시종 충북지사와 면담을 통해 청남대 안 두 대통령의 동상 등 기념물을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충북도는 14일 각계 원로 등으로 이뤄진 도정 정책 자문위원회를 열어 동상 등 기념물 철거를 결정했다.
정지성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충북도의 두 대통령 동상, 기념물 등 철거 결정을 환영한다. 청남대가 역대 대통령 별장이고, 그들의 흔적이 있다고 해도 군사반란을 일으킨 역사의 죄인을 미화하는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청남대를 혁신·보완해서 국민 관광지,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충북도가 도민 의견수렴을 거쳐 ‘조속한 시일 안’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두 전 대통령의 동상 철거는 7월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지성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충북도가 도민 의견수렴 등 절차를 위해 두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을 비쳐 늦어도 7월 안에는 철거될 것이다. 동상 등 철거를 결정한 만큼 차일피일 미룰 게 아니라 하루빨리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충북도가 두 전 대통령의 동상 철거 근거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들면서 청남대 안 ‘이명박 대통령 길’도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고근석 충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재판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테마 길도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청남대를 조성한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청남대를 다녀간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등 6명의 이름을 딴 테마 길을 조성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등 기념물 철거와 함께 청남대의 체질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청남대는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변 184만㎡에 조성됐으며, 남쪽 청와대란 뜻을 담아 ‘청남대’라고 불렀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휴양지로 활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때 개방을 약속했으며, 재임 초기인 2003년 4월17일 청남대에 들러 하루만 이곳에 묵고 다음 날 국민에게 청남대를 개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3년 1월15일 ‘이명박 대통령길’ 개장식 때 이곳을 찾았으며, 이때까지 역대 대통령 6명이 모두 89차례 찾아 366박 472일을 머물렀다.
청남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방한 이후 관리권이 충북도로 이관됐으며, 이후 해마다 80만~100만명 안팎의 시민이 찾는 국민 관광지가 됐다. 충북도는 대통령 기념관과 이승만·윤보선·최규하·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기념물을 설치하는 등 대통령 테마공원을 조성했다.
강성환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테마 길도 재판 결과에 따라 폐지를 검토한다. 나머지 테마 길 이름은 그대로 둘지, 모두 바꿀지도 함께 고민해 볼 계획이다. 대통령 관련 역사적 기록은 그대로 담되, 기념 사업 등은 시대가 변화하면서 조금씩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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