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세계화 중태.."창궐 극복 뒤에도 빠른 회귀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받은 세계화가 코로나19에 치명타를 맞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4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세계화를 죽일 것인가'라는 제목의 최신호 커버스토리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사람, 무역, 자본의 흐름이 둔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유행병(팬데믹)이 오기 전에도 세계화는 위기였습니다.
세계화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붕괴로 한차례 위기를 맞습니다.
대다수 은행과 일부 다국적 기업이 철수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과 해외투자가 침체에 빠지는 이른바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ion)이 나타나면서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블루칼라 노동자의 우려와 중국의 독재적인 자본주의, 광범위한 주제에 걸친 쇼비니즘(자국 이기주의), 동맹에 대한 무시 등이 뒤섞이며 출현한 미국발 무역전쟁은 세계화에 2차 타격을 가했습니다.
이 와중에 지난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출현해 세 번째 충격을 더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월 이래 아시아에서 일어난 새로운 혼란의 파도가 서구로까지 확산한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해석입니다.
공장, 상점, 사무실이 문을 닫고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자가 소비자와 연결될 길이 차단되는 게 그런 혼란의 본질입니다.
그 결과 올해 글로벌 상품 무역량은 작년과 비교할 때 10~30%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소규모 개방경제국가로서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의 5월 1~10일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46% 줄었다는 점을 급변의 단면으로 제시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바닥에 숨겨진 무정부 상태도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은 입국자 격리 조치를 놓고 갈등을 빚었으며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지 논쟁에서 미국 편에 선 호주를 향해 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백악관도 중국에 대한 무역 전투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 속에 미국은 리더로서 앞장서길 주저했고, 내부의 혼란과 분열로 '세계의 지도자'라는 과거 명성마저 훼손됐습니다.
중국은 비밀주의와 괴롭히기 행동으로 책임질 역할을 할 의사도 없고 적합하지도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세계화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이 보호장구 수입을 둘러싼 소동과 요양 시설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의 손에 달려있다는 현실이 불편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세계화 역행 움직임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자리가 미국민에게 우선 돌아가야 한다며 이민을 더욱 제한하겠다고 밝혔으며 다른 나라도 뒤따를 전망입니다.
여행은 제한됐으며 이제 전 세계인의 90%는 국경이 폐쇄된 나라에서 거주합니다.
또 다수 정부는 자신과 유사한 보건 계획을 운용하는 나라와만 국경을 열겠다는 입장입니다.
회사나 상품의 국경을 따지지 않던 예전 분위기도 바뀌었습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 패키지를 통해 자국 기업에 이를 소비토록 종용하고 있으며 회복력 확보라는 미명 하에 제조업의 공급망을 다시 본국으로 가져오려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자금의 흐름도 막혀 중국의 벤처 캐피탈의 1분기 미국 투자액은 2년 전에 비해 60% 떨어진 4억 달러(한화 약 4천918억 원)에 그쳤습니다.
다국적 기업의 해외 투자도 올해 3분의 1가량 줄어들 전망입니다.
그러면서 "경제가 재가방되면 활동이 회복되겠지만, 규제없는 이동과 자유 무역이 이뤄지는 태평한 세계로의 빠른 회귀는 기대하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이런 국가 통제 하의 불안정한 망을 갖춘 무역 체제가 더 인간적이거나 더 안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빈국이 부국을 따라잡기란 더 힘들어지고, 부국 국민 또한 더 자유롭지 못하고, 더 비싼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공급망을 한층 탄탄하게 하려면 국내 생산을 고집해 위험 분산과 규모의 경제 실현을 포기하지 말고, 공급망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의 분열은 백신 개발이나 경제 회복 같은 전 지구적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만 할 것이라며 "세계화의 가장 위대한 시대에 작별을 고하고 이제 어떤 시대가 이를 대체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현 시점을 진단했습니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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