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기획③]'부부의 세계'|한소희, 아마도 그건 사랑이었을거야

정유진 기자 2020. 5. 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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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의 세계' 여다경 역할의 배우 한소희. 제공ㅣJTBC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부부의 세계' 여다경이 배우 한소희 같은 성격이었다면 극 중 비극은 없었을지 모른다. 한소희는 철없는 여다경과 다르게, 젠더 감수성이 풍부하고 주관이 뚜렷하기로 유명한 배우. 그런 그가, 자신과 정반대인 여다경 연기로 '불륜녀' 캐릭터 계보를 이어간다.

역대 종합편성채널 최고 시청률(24.3%, 닐슨코리아 기준)을 달성하고, 화제성까지 6주 연속 1위를 달리는 JTBC '부부의 세계'(연출 모완일, 극본 주현)는 단연 올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이다. 특히 머리카락 한 올로 시작된 '불륜녀 찾기'는 1화부터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스펙타클한 전개 끝에 밝혀진 '불륜녀'는 지선우(김희애) 용의 선상에 오르지도 못했던 여다경이었다.

드라마 초반, 여다경은 '어린 애가 보통은 아니'라는 인상을 줬다. 하지만 여다경이야말로 좋게 보면 순수하고, 달리 보면 세상 물정 모르는 미성숙한 존재였다. 심지어 여다경이 잘난 아버지와 재력이라도 있어,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또한 여다경은 여느 '불륜녀' 캐릭터들과 달랐다. '아내의 유혹' 김서형, 'VIP' 표예진, '품위있는 그녀' 이태임 등 시청자 혈압 올리는 '불륜녀들' 속에서, 여다경은 왠지 연민을 자아내는 '불륜녀'였다.

▲ '부부의 세계' 여다경 역할의 배우 한소희. 제공ㅣJTBC

여다경은 바람피운 남자의 약속이 믿을 만한지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리는 지선우에게 "잠깐 아니고, 만난 지 2년 동안 한결같은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뿌듯해했다. 이 미련한 발언에 시청자들은 코웃음을 쳤다. 이태오(박해준)는 본처 지선우와 15년 넘게 알콩달콩 살고도 외도했는데, 고작 2년 열애로 의기양양하다니 말이다.

사실 여다경에게 이태오와 관계는 '불륜'이 아니라 '참 로맨스'였다. 이태오가 지선우와 이혼을 차일피일 미루는데도, 여다경은 '찐사랑'이라 믿었다. 특히 이태오의 '진짜 사랑'은 지선우가 아닌 자신이라고 증명해주고 싶었던 여다경은 지선우를 도발하기 위해 더더욱 애를 썼다.

하지만 딱 '한 수'만 내다볼 줄 아는 여다경은 지선우에게 그저 애송이일 뿐. 그는 이미 지선우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감정 조절도 , 표정 관리도 못 하고 혼자 씩씩거리기 일쑤였던 것이다. 곱게 자란 부잣집 아가씨가 어떻게 인생 단맛, 쓴맛 다 본 40대 엘리트 여성의 상대가 되겠는가. 연고도 없는 곳에서 병원 부원장까지 올라간 지선우 내공을 쉽게 봐도, 너무 쉽게 봤다.

심지어 고예림(박선영)에게도 '이태오 장난감, 멍청이'란 소리를 면전에서 듣고도 반박 한 번 못했다. 고예림은 여유 있게 여다경을 한 방 먹였지만, 여다경은 그저 울그락불그락 달아오르기만 할 뿐이었다.

▲ '부부의 세계' 여다경 역할의 배우 한소희. 제공ㅣJTBC

그래서였을까. 무시당하기 싫었던 여다경은 이태오 사랑만큼은 '나만의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태오와 결혼하면 자신이 '승자'로 끝날 줄 알았던 것이다.

오산이었다. 돌아온 고산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과시하고 싶었지만, 이태오와 지선우는 억지로 끊을 수 없는 관계였다. 이태오의 행동들은 의심의 꼬리를 물게 했고, 이러한 의심은 자신의 일상을 흔들고 있었다.

멈출 수 없는 불안과 혼란 속에 여다경은 이제 어떤 선택을 할까. 여다경은 '불륜녀' 딱지를 떼고 법적으로도 '정식 아내'가 됐지만, 두려운 감정만 이어지고 있다. 예상했던 '꽃길'은 없고, '정식 남편'이 된 이태오는 전처 지선우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태오, 나랑 잤다"는 지선우의 무시무시한 폭로로 여다경의 결혼 생활은 비극이 돼버렸다.

인과응보일까. 그런데 놀랍게도, 여다경에게 '쌤통'이라는 반응이 많지 않다. 남의 가정을 파탄낸 여다경의 불륜 행위에 분노하지만, 어리고 어리석은 그에게 왠지모를 애잔함도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여다경 주변에는 그를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인물이 없다. 든든한 '빽'이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아빠 여병규(이경영), 딸보다 더 철없는 엄마 엄효정(김선경), 외도를 덮어주고 함께 여행까지 간 고산 사람들. 멘탈 약한 여다경에게는 건강하고 단단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바로 여다경을 연기한 배우 한소희같은 인물 말이다.

▲ 한소희 데뷔 전 과거 사진. 출처l한소희 SNS

'부부의 세계'가 발견한 보석 한소희는 최근 '과거 사진'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데뷔 전 흡연, 타투 사진들이 새삼 화제를 모았던 것이다. 그러나 한소희는 이러한 '논란'에 개의치 않았다.

안 그래도 '불륜녀' 역할로 여배우 이미지를 우려할 만도 하지만, 그는 쉽게 휘둘리지 않았다. 이제 막 '대세 배우' 반열에 오른 한소희이기에 대중의 관심을 의식할 법도 했지만, 한소희는 강한 자의식과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오히려 "여자에게만 문제 삼는 건 차별"이라는 측근의 코멘트가 나와 박수를 받았다.

실제로 그는 주체적이면서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에 욕심을 보였다. 최근 한 화보 인터뷰에서 "김희애 선배의 전작들과 지금 연기하시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나도 저 배우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김희애 선배가 연기한 역할들은 여성이 중심이 되어 극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렇게 진취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도 말한 바 있다.

▲ 한소희 데뷔 전 과거 사진. 출처l한소희 SNS

뿐만 아니라, 한소희는 자신의 외모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대학 진학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며 똑바로 선 자기 주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자기 소신을 말했다.

이처럼 가치관이 확고한 한소희는 자신의 꿈을 위해 스스로 길을 만들어, 성장해왔다. 울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단돈 30만 원을 들고 겁 없이 서울로 올라왔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 대신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TV에 나오는 손녀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자, 배우라는 꿈이 생겼고, 이러한 꿈을 위해 연고도 없이 상경한 것이다.

한소희는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내며 배우로서 꿈을 키워나갔다. 데뷔 이후에도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매일 눈을 뜨면 강남에 한 호프집으로 출근해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 일했던 제가 그 해를 견뎌줬기에 지금의 제가 있지 않나 싶다"고 상경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 한소희 데뷔 전 과거 사진. 출처l한소희 SNS

이런 한소희 행보 때문일까. 그의 과거 흡연, 타투 사진은 이제 오히려 왠지 모를 해방감과 자유분방함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여기에 '본업'인 연기력은 또 어떠한가. 그는 멘탈만큼 단단한 눈빛으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2017년 SBS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한 그는 '돈꽃'(2017), '백일의 낭군님'(2018), '어비스'(2019), '바다가 들린다(2019) 등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갔다.

그리고 마침내 '부부의 세계'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그것도 한소희 자신과 달라도 너무 다른 여다경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한소희는 '불륜녀' 여다경을 때로는 설득력 있게 만들었다. 얽히고 얽힌 관계들 속에서 여다경의 초조하고 불안한 심리를 디테일하게 그렸다. 또한 안심, 의심, 혼란, 불안, 배신감, 분노로 변모하는 감정을 치밀하게 풀어내, 속으로는 요동치지만 '센 척'하는 여다경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결국, '부부의 세계' 여다경에게 한소희는 이러나저러나 가장 필요한 존재다. '인간 한소희'는 철없고 여린 여다경을 잡아 줄 수 있는 단단함을 가졌고, '배우 한소희'는 유부남을 사랑한 부잣집 아가씨 여다경의 두려움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의 세계' 종영은 이제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역대급 불륜녀' 여다경 그리고 한소희는 마지막까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 '부부의 세계' 여다경 역할의 배우 한소희. 제공ㅣJTBC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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