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폭행 주민 "내 수술비 2천만원..돈 준비해" 경비원 협박
유족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정신 황폐"
가해 지목 입주민은 "쌍방 폭행" 주장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 최희석(59)씨의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입주민 심아무개(50)씨가 폭행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최씨에게 “부러진 코뼈 염증이 뇌로 가서 돌아이 행동을 할 수 있다”, “수술비만 2천만원이 넘는다. 돈 많이 만들어 놓아라”라는 협박·조롱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한겨레>가 유족을 통해 입수한 고인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면, 심씨는 폭행 사건 관련 고소 건으로 경찰 조사가 시작된 뒤부터 최씨에게 지속해서 협박 문자를 보냈다. 유족과 동료 경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둘의 갈등은 지난달 21일 이중주차된 차량을 이동하는 문제로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최씨는 심씨에게 볼과 다리 등을 구타당했다고 한다. 최씨는 볼이 붓고 다리에 멍이 들어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동료 경비원들의 중재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최씨가 격일제로 근무를 서는 날마다 충돌이 발생했다. 아파트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고인의 친형은 “동생이 ‘빨리 그만둬라’ ‘조직원을 풀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손봐주겠다’ 같은 협박을 들었다”고 말했다.
폭행과 협박이 계속되자 경비원 최씨는 지난달 28일께 심씨를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가 고소 직전 심씨에게 화장실에 갇혀 심하게 폭행을 당했다고 유족은 주장했다. 폭행 직후 발급한 진단서에는 뇌진탕과 코뼈 골절 등을 당해 3주간 안정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담겼다. 심씨도 모욕 등의 혐의로 지난달 말께 최씨를 고소했다.
이후 심씨는 후유장해진단서와 함께 “머슴(경비원)한테 맞아 넘어져 디스크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비만 2천만원이 넘는다. 돈 많이 만들어 놓으시라”는 문자를 최씨에게 보냈다. 해당 진단서는 이전에 심씨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천만원 배상을 거론하며 평생 비정규직으로 일한 최씨를 압박한 셈이다.
심씨는 또 최씨에게 자신이 아닌 “친형한테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는 내용의 문자를 반복해서 보냈다. 이와 관련해 최씨 친형은 “법적 다툼에서 이용하기 위해 (심씨가) 거짓 문자를 보낸 것”이라며 “동생이 유일하게 맘을 터놓는 친형제인 내가 왜 동생 코뼈를 부러뜨리냐”고 반박했다. 최씨 친형은 동생을 대신해 항의전화를 했을 때 심씨가 자신이 유명인이라며 “명예훼손을 걸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분노를 참지 못한 경비원 최씨는 근무를 마친 지난 4일 새벽 아파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려다 주민들에게 제지당했다. 사연을 전해 들은 주민들은 최씨를 병원에 입원시켜 안정을 취하게 했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는 주민회의까지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심씨는 6일 병원에 입원한 최씨에게 “술 먹고 난동 치는 건 좋은데 친형한테 맞아 부러진 코뼈 수술부터 받으라. 방치했다간 염증이 뇌로 갈 수 있어 더 돌아이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조롱 문자를 보냈다. 최씨 조카는 “삼촌이 계속 협박 문자를 받으면서 정신이 황폐해졌고 밥도 못 먹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결국 지난 10일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는 자신을 도와준 입주민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너무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 친형은 “평생 공사 현장에서 기술자로 일하다가 2년 전부터 경비를 하면서 주민들도 좋고 일도 편하다고 좋아했는데 너무 억울하게 끝났다”며 “‘죽어서라도 억울함을 알리고 싶다’고 서럽게 울던 동생의 마지막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씨는 폭행 혐의와 관련해 ‘쌍방 폭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씨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조금만 지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 뿐 아무 말도 할 게 없다”고 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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