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없냐 물어본 뒤 폭행"..숨진 경비원 사건일지엔

장훈경 기자 2020. 5. 1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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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

<앵커>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으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해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주차 문제로 차를 밀었다가 폭언과 폭행이 시작됐다고 알려졌는데, 이 경비원의 주장을 토대로 작성된 사건일지를 저희 취재진이 입수했습니다.

장훈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아파트 경비원 59살 최 모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일주일 전, 주민들이 최 씨 증언을 토대로 작성한 사건일지입니다.

지난달 21일, 최 씨가 주차 관리를 위해 입주민 A 씨 차를 민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A 씨는 "돈 받고 일하는 경비 주제에 왜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느냐"며 폭행했고, 관리사무소까지 끌고 가 "당장 사직서를 쓰라"고 협박했다고 최 씨는 진술했습니다.

[아파트 주민 : (관리사무소에서 화해를 요구해도) 안 나가고 왜 계속 있냐. 경비원이 사퇴하지 않는 한 화해란 없다. 계속 사퇴만 (요구했죠.)]

27일에는 "초소 화장실로 끌고 들어가 CCTV 없냐고 물어본 뒤 10분 넘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이날 최 씨는 코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서도 받았는데, A 씨는 최 씨가 오히려 자신을 모욕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 조사를 앞뒀던 최 씨는 억울하다, 결백을 밝혀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어제(10일) 새벽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故 최 모 씨 동료 (前 경비원) : (폭언·폭행을 당해도) 그만두겠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은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죠. 고용 때문에.]

A 씨는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습니다.

[A 씨 : (폭행은) 근거 없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처음에 오셨을 때 (복장이) 불량하신 거 아니냐고는 했는데. 피해자는 저고요.]

간이침대 하나 펼치기도 비좁은 일터는 고인을 추모하는 간이 분향소가 됐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 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경찰은 현장 CCTV 등을 확보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상편집 : 장현기, VJ : 이준영)

장훈경 기자roc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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