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클럽 사태로 등교 어렵다 판단한 조희연.."대구같은 무게로 제안"

김정현 2020. 5. 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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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등교 1주 미루고 20일까지 지켜보자"
이태원 집단감염 첫날부터 추이 예의 주시
20일 제안 배경은 "숨은 확진자 있을 수도"
"교육 당국, 학사일정 고집할 분위기 아냐"
[서울=뉴시스]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뉴시스DB). 2019.07.17.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정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1일 교육부에 등교수업 재개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공개 건의했다. 지난 8일만 해도 이날 당초 학교 등교수업 운영 방식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던 조 교육감은 주말(9~10일)을 기점으로 입장을 급격히 선회했다.

고3 등교일인 13일을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서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학부모 등의 등교 연기 요구 또한 거세지고 있는데도 정부 발표가 늦어지면서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은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등학교 3학년의 등교수업을 1주일 미루고 최종 판단하기를 요청한다"며 "현재의 추이가 지속된다면, 등교수업 일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건의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8일까지만 해도 등교수업 일정을 11일 예정대로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날인 10일 오후 회의를 갖고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조 교육감이 10일 이태원 사태 확산추이가 심상치 않자 입장을 급히 바꿨다는 후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주말 사이 이태원 감염이 확산돼서 서울시교육청 자체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대구시장이나 대구교육감이 강도 높게 (등교 관련) 요구를 했던 것처럼 서울에서 벌어진 감염이므로 무게감 있게 제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교육감이 건의를 한 이상 교육부도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수 밖에 없다.

교육부는 지난 4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오는 13일 순차 등교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20일부터는 고2, 중3, 초1~2, 유치원이 등교한다. 1주일 뒤인 27일에는 고1, 중2, 초3~4, 6월3일 중1, 초5~6이 학교에 갈 예정이다.

고등학교 3학년은 입시가 목전에 있어 더는 학사일정을 미루기 어렵다는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 관련 누적 확진자가 7일 1명, 8일 14명, 9일 20명, 10일 54명, 11일 79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여론이 반전됐다. 서울 내 확진자만 주말인 10일 30명을 넘어 11일 51명까지 늘어났다.

확진자들의 연령은 20, 30대로 어린데다 직업이 다양하고 클럽 방문 후에도 많은 곳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입명부 기준 방문자는 5000명인데 아직 절반도 연락이 되지 않아 서울 전역은 물론 타 지역까지 집단감염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강남구 블랙수면방에 대한 막연한 공포도 퍼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 감염 발생으로 교육부와 방역 당국이 고3 등교 연기 여부를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성동구 덕수고등학교에서 방역을 하고 있다. 2020.05.11. radiohead@newsis.com

하지만 정부는 11일 오전에도 "아직 역학조사 초기단계로 한계가 있어 지금 당장 결정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에 학생 수가 많은 대형 학교와 과밀학급이 유독 많아서 2~3차 감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학교에 코로나19가 유입되면 혼란은 가중될 수 있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조 교육감은 입장문에서 오는 20일 다시 등교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역당국은 이태원 클럽 감염 초발환자로 꼽히는 용인 66번 환자의 최대 잠복기는 첫 증상 발현 2일부터 14일 뒤인 16일까지로 판단했다.

그로부터 4일을 더 길게 잡은 것은 이태원 클럽 감염 양상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접촉자 대부분이 연락을 받지 않고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숨어들면서 '조용한 전파'가 나타날 우려가 높다.

서울시교육청 다른 관계자는 "다른 발원지가 있는지 모른다"며 "13일 개학은 무리고 황금연휴 마지막 날인 5일부터 14일 경과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학교 현장에서 예측할 수 있으려면 날짜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오는 12일까지는 등교 연기 여부를 발표해야 하는 만큼 11일 오후 중 질병관리본부와 긴급회의를 잡거나 12일 오전 중 최종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학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난 1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일정 규모의 교원단체에 요청해 의견을 1차 제출받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와 방역당국이 하루빨리 등교연기 입장을 내놓길 바라는 눈치다.

서울시교육청 다른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등교연기의 결정권자가 아니다. 서울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입장을 명확히 내놓게 된 것"이라면서 "학부모들이 16만, 17만 청원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교육 당국이 학사일정을 고집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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