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네? 코로나에 코끼리가 술먹고 뻗었다고요?
지난해 나온 연구용 사진 도용한 듯
코끼리가 술 즐긴다는 속설도 틀려
유전자 변이로 알코올 분해 못해

코끼리 두 마리가 차밭에 누워 있다. 지난 3월부터 인터넷에서 ‘농가에서 술을 훔쳐 먹고 취한 코끼리’라고 화제가 된 사진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자 야생동물이 마음껏 활보하면서 일어난 일로 간주했다.
정말 코끼리가 술을 마시고 대자로 뻗은 것일까, 과연 코끼리는 얼마나 많은 술을 마실 수 있을까. 일단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지난 9일 인터넷에 화제가 된 코끼리 사진이 가짜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코끼리 보호를 위해 만든 문서에 들어 있던 사진이 갑자기 코로나 사태 와중에 농가를 급습한 코끼리 사진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작년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판명돼
인터넷에는 이 사진이 지난 3월 11일 중국 윈난성의 멩하히현에 아시아 코끼리 14마리가 들어와 곡식을 약탈하는 모습이라고 알려졌다. 그 와중에 코끼리들이 곡주 30㎏을 마시고 만취해 근처 차밭에 쓰러져 잠들었다는 것. 이 사진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랐으며, 신화통신이 나중에 기사로 보도했다.

일단 코끼리가 농가를 습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술을 먹고 취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없다고 멩하이현의 관리가 신화통신에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3월 11일 농가에 침입했다는 코끼리 14마리의 사진은 2019년 윈난성의 코끼리 보호국에 코끼리 관리에 대해 발표한 문서에 먼저 실렸다. 당시 문서에는 코끼리가 취했다는 언급은 없다.
이 사진은 그해 쿤밍의 아시아 코끼리 연구소 개소식 뉴스에도 자료 사진으로 실렸다. AP뉴스는 차밭에 누워 있는 코끼리 두 마리는 당시 공개된 사진과 같은 장소, 시간에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코끼리의 농가 습격은 지난 3월 14일에도 일어났다. 역시 멩하이현에 코끼리 9마리가 들어와 집과 태양광 패널을 부쉈다. 라이브 사이언스는 현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두 사건 모두 코끼리가 술을 먹고 취한 모습을 찍은 사진은 없었다”고 전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아시아 코끼리는 아시아 동남부 지역에 5만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중 250마리 정도가 중국 남부 지방에 살고 있는데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 정부는 코끼리와 농민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보호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차밭에 들어온 코끼리 사진을 자료에 올린 것이다.
◇‘술 좋아하는 코끼리’도 가짜뉴스
코끼리가 농가에서 술을 훔쳐 먹고 만취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퍼지자 코끼리가 원래 술을 즐긴다는 말까지 같이 회자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코끼리가 술을 좋아한다는 말은 가짜뉴스라고 말한다.
코끼리의 알코올 중독에 대한 얘기는 187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프리카코끼리들이 망고와 비슷한 마룰라 나무 열매가 발효된 것을 엄청나게 먹고 술에 취해 비틀거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2006년 영국 브리스톨대의 스티브 모리스 교수는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몸무게가 3톤이나 되는 아프리카코끼리가 술에 취하려면 평소 식사량의 400배나 되는 마룰라 열매를 물 한 방울 마시지 않고 먹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사실 동물 사회에서 술은 덩치로 마시는 게 아니다. 몸무게가 42g에 불과한 붓꼬리뾰족뒤쥐는 과일의 발효액만 먹고 사는데, 알코올 농도가 3.8%나 된다. 매일 밥 대신 맥주만 마시는 셈이다. 2008년 독일 바이로이트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뾰족뒤쥐는 사람으로 치면 인사불성이 될 정도의 알코올을 섭취해도 워낙 효과적으로 분해하는 능력이 진화해 절대 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고 주당은 몸무게 42g 뾰족뒤쥐 코끼리는 술을 가까이 하기 어려운 동물이다. 캐나다 캘거리대의 아만다 멜린 교수는 지난달 29일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코끼리와 아르마딜로, 고래는 선천적으로 술에 약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포유류 79종을 대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ADH7) 유전자를 비교했다. 그 결과 코끼리, 아르마딜로, 코뿔소, 비버, 외뿔고래 등에서 이 유전자의 기능이 진화과정에서 망가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간은 반대로 ADH7 유전자의 효율이 40배나 증가해 태어난 술꾼임을 입증했다. 과일 발효액을 주로 먹는 다람쥐원숭이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알코올 분해 효소의 효율이 크게 발달했다.
하지만 붓꼬리뾰족뒤쥐는 ADH7 유전자에 변화가 없었다. 야생동물 최강 술꾼의 비밀은 아직 미스터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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