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문화' 확산.. 익숙했던 공동체 문화 재설정 과제로 [대한민국 신인간관계 보고서]
#2. 지난 3월 자신이 살던 강원도 양양의 원룸 건물에 화재가 나자 위험을 무릅쓰고 건물에 들어가 10여명의 주민을 대피시킨 알리씨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였다.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그가 곧 한국을 떠나야 할 처지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체류기간이 연장됐다. 알리씨는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된 외국인 노동자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한편으로 그들이 처한 현실이 여전히 팍팍함을 증명한다.

세계일보는 지난해 2월부터 연중기획 ‘대한민국 신인간관계 보고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고,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새로운 관계와 그것의 의미를 전망하고 분석했다. 그 안에 포착된 것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것도 있었고 이미 오래전 등장했으나 우리 스스로 외면했던 것도 있었다.

혼밥, 혼술, 혼행, 혼영… 나홀로족의 활동을 이르는 다양한 조어(造語)들이 여기저기서 애용된다. 이런 새로운 단어들이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홀로 문화에 대한 시선은 파편화된 인간관계, 공동체 가치의 붕괴, 집단주의에 대한 반작용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지나친 경쟁의식, 취업난, 경제난, 경직된 위계질서 등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가 인간관계를 최소화하려는 나홀로 문화 확산의 원인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한국 사회에서 ‘갑질’만큼 즉각적인 분노를 자아내는 단어가 있을까. 부자라는 이유로, 지위가 높다고, 심지어 나이가 많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갑질은 관계를 기초로 한 건강한 질서를 근본에서부터 흔들어 놓는다.
이른바 초엘리트라 불리는 이들의 특권의식에서 비롯되는 갑질은 그들이 가진 권력이 큰 만큼 다양한 형태로 드러났다. 폭력, 폭언은 다반사이고 집안 경조사에 직원들을 동원하는 회사 오너, 대학원생을 하인 부리듯 하는 교수, 재판 관계자들에게 막말을 일삼는 판·검사, 선거 때 말고는 안하무인으로 일관하는 정치인…. 직장 선·후배, 손님과 직원 등의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갑질 또한 만연해 있다.
갑질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면서 여러 가지 법률, 제도가 등장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감정노동자 보호법’, ‘공직자 윤리법’ 등이 새롭게 제정되거나 보완됐고 ‘갑질119’ 같은 기구들이 설치됐다. 이런 변화는 갑질을 하면 처벌이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키우고, 갑질을 당한 이들이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는 점 등으로 긍정적인 변화라는 평가를 받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를 기준으로 고용허가제에 따라 국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수는 22만3000여명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결혼이민자는 15만9000여명에 달하며 이들이 구성한 다문화가정의 가구원 수는 100만명이 넘는다. 한국에서 돈을 벌고 결혼생활을 하는 외국인들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며 어떤 부문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소수이자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한 법률, 제도를 확충해 가는 동시에 한국인들과의 접촉을 늘려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전북대 설동훈 교수(사회학)는 “외국인들이 터무니없는 오명 혹은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게 문제”라며 “한국인과 외국인이 소통할 수 있는 수평적인 접촉의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최윤정 평등문화교육연구센터장은 “외국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가장 좋은 것은 직접적인 접촉, 특히 개인적인 관계의 형성”이라고 강조했다.
강구열·박진영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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