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연봉 3배 준다"..대놓고 OLED 지름길 노리는 中
[편집자주] '포스트 LCD(액정표시장치)' 100조원 시장 선점에 한국 디스플레이업계의 명운이 달렸다. LCD를 넘어 한국이 주도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주도권까지 노리는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디스플레이 최강국의 위상을 지켜내기 위한 승부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서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을 밀어낸 중국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까지 추격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반도체 굴기(崛起·우뚝 섬)'가 가로막히자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OLED로 눈을 돌렸다.
◆수십조 투자로 일군 OLED, LCD 전철 밟을까
스스로 빛을 내는 OLED 디스플레이는 지난 30여년 동안 TV 시장 패권을 장악했던 LCD 패널을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올 2월 OLED TV 패널 출하량이 누적 1005만대(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를 기록하면서 시장에서도 차세대 기술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폰용 패널에서는 이미 OLED가 대세다.
두 시장 모두 아직까지는 국내 업체들의 독주 체제다. TV용 대형 OLED 패널시장은 LG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용 중소형 패널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그동안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에 수십조원을 투자한 결과다. 우리 정부에서도 OLED를 반도체와 함께 국가핵심기술로 관리한다.
탄탄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계가 중국의 추격에 긴장하는 것은 LCD 선례 때문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업체의 LCD 입지가 탄탄했지만 정부 지원과 자본력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시작되면서 주도권을 속절없이 뺐겼다.
LCD 시장 주도권을 넘겨준 국내 업체들의 처지는 최근 적자행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까지 5분기째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1분기에 이후 1년만에 다시 1분기 3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양사의 매출에서 아직까지는 LCD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을 이끄는 두 업체가 OLED 시장까지 중국에 뺏길 순 없다고 벼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5년 中 중소형 OLED, 韓 앞선다"

중국에서는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주춤했던 대규모 프로젝트가 재개되면서 국내 업계를 위협하는 신기술과 신제품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중국 1위 디스플레이업체 BOE는 지난 20일 자사 웹사이트에 미국 최대 통신칩업체 퀄컴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퀄컴의 지문센서를 활용한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BOE는 중국 충칭의 플렉서블 OLED 공장에서 이미 6세대 OLED 패널(1500㎜×1850㎜) 생산을 위한 장비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패널 제조를 위해 충칭 공장 외에 청두와 멘양에도 공장을 지어놓은 상태다.
BOE의 충칭·청두·멘양 3개 공장이 정상 가동되면 6세대 OLED 기판 생산능력을 월 14만4000장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디스플레이(17만장)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수율까지 감안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앞서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수주 물량을 자국 업체에 몰아주는 중국 특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DO(에버디스플레이 옵트로닉스)가 273억위안(약 4조7000억원)을 투자해 짓는 6세대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라인도 곧 시운영에 들어간다. 중국 디스플레인 전문 포털사이트인 중화액정망은 "전체 프로젝트 중 40억위안(약 6900억원) 규모의 생산라인 1개가 우선 시운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전옥스 역시 지난달 말 6세대 AMOLED 모듈 생산라인 건설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플렉시블 OLED 시장에서 2025년 전후로 중국이 한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2025년 BOE의 플렉시블 OLED 시장점유율이 30%, 차이나스타가 12%로 중국업체들의 점유율이 삼성디스플레이(31%)와 LG디스플레이(8%)를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TV OLED 시장에도 중국 그림자…"초격차 전략 시급"

TV용 대형 OLED 시장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 TV 제조사 TCL의 자회사인 CSOT(차이나스타)는 최근 후이저우의 중카이 첨단기술산업단지에서 11세대 생산라인과 8.5세대 모듈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프로젝트 상량식을 개최했다. 이 프로젝트의 투자액은 96억위안(약 1조7000억원). 연간 디스플레이 패널 60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코로나19로 멈췄던 HKC의 8.6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공장 공사도 재개됐다. HKC는 내년 2월부터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TV용 OLED 패널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HKC는 지난해 10월 320위안(약 5조5000억원)을 투자해 8.6세대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LCD 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한국 업체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기술 초격차 전략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를 둘러싼 경쟁에서 한국 업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인력 유출'이다. 중국은 LCD(액정표시장치)에 이어 한국이 기술을 선도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에서도 핵심 인력 빼가기를 노골화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유명 채용 사이트에는 해외 디스플레이업체가 '대면적 OLED 관련 전문가'를 채용한다는 공고문이 올라왔다. 근무지는 '중국'이고 채용 조건은 '65인치 이상 대형 OLED 패널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험을 쌓은 경력자'다. 급여는 '1억원 이상'으로 제시됐다.
업계에선 중국 패널업체가 국내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LG디스플레이 기술진 스카우트에 나선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1대 1로 개별 접촉하거나 지인을 통해 추천받는 방식으로 인력을 빼갔는데 이젠 대놓고 채용 공고를 낸다"며 "기술 유출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기술력 좋으면 뭐하나…中 노골적 스카웃

한국 디스플레이업체의 인력 유출 현황은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LCD에서 시작해 중소형 OLED를 거쳐 최근 대형 OLED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 우수 인력에게 많게는 3배 이상의 연봉을 제시하며 영입한다. 검증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신기술을 습득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OLED 기술은 LCD보다 공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가 적다.
중국이 한국 업체의 장비를 그대로 사들여 따라해도 국내 수준의 OLED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는 미세한 노하우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검증된 기술인력을 확보하면 짧은 기간에 수율(생산품 중 합격품 비율)을 확보, 생산력을 높일 수 있다.
◆지능화하는 中 수법…정부 차원 대책 절실
한국 업체들은 핵심기술을 다루는 직원의 계약서에 퇴직 후 일정 기간 동종업계에 취직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어 인력 유출을 막으려 한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를 어긴 임직원에 대해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사례도 빈번하다.
그러나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의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이마저도 식별이 어렵다. 중국 BOE나 CSOT 같은 업체가 자회사나 연구기관, 컨설팅업체 소속으로 한국 인력을 취업시키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업계 관계자는 "서약서를 받고 퇴직 사유를 문서로 남겨놓는 보안조치를 하지만 100% 추적은 어렵다"며 "중국으로 설계도 같은 문서를 유출한 경우에는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처벌받지만 직원들이 습득한 노하우나 설계 기술이 유출되는 것은 막기 어렵다"고 전했다.
◆기술인력 합당한 대우가 해법…"정부 대책 절실"
한국 디스플레이업계가 LCD를 접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경영난과 구조조정에 시달리는 것도 인력 유출을 부추긴다. 일부 중국업체는 높은 연봉을 미끼로 한국 인력을 영입한 뒤 핵심 기술만 습득하고 계약을 조기 파기한다.
결국 핵심 기술인력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은 첨단 디스플레이 인력이 퇴직하면 대학이나 연구소에 취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한국에서 고용을 오래 유지해주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으로 해외 취업을 억제해야 한다"며 "고급 인력의 중국 유출을 차단할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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