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는 교육이 목적.. 보면 동물보호 인식 커질 것" [차 한잔 나누며]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표본 수장고에는 시베리아 호랑이 ‘한울’과 ‘코아’ 박제품이 보관돼 있다. 두 마리 모두 눈밭을 달리며 먹잇감을 덮치기 직전의 모습이다.

최근 서울대공원 동물표본 제작실을 찾아가 경력 11년의 윤 박제사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박제는 관람객이 해당 동물의 특성은 물론 살아 있을 적 생태적 환경까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표현해야 한다”며 “시베리아 호랑이를 키우는 동물원 사육사분들께서 ‘제대로 표현해 냈다’고 칭찬을 해준 게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윤 박제사는 본격적인 박제작업에 들어가기 전 2개월가량을 한울과 코아의 생전 모습은 물론 다른 시베리아 호랑이들을 관찰하고 사육사들과 면담을 했다.

윤 박제사는 “살아 있는 동물과 정확히 같은 크기로 마네킹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사체를 해부하기 전 머리와 허리둘레, 다리와 꼬리 길이, 코 끝에서 이마까지의 길이 등을 꼼꼼히 재야 한다”고 전했다.
제작과정도 지난하긴 마찬가지다. 사체에서 가죽을 벗겨내면서 안쪽 면에 남은 살점과 지방을 제거하는 게 첫 번째 관건이다. 가죽을 벗겨낸 뒤에는 소금물 등을 뿌려 수개월간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윤 박제사는 “가죽에 붙은 살점을 일일이 떼내고 건조 처리를 거쳐 발포우레탄을 발라 근육, 힘줄까지 표현한 마네킹에 다시 씌우는 작업이 특히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박제품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는 이후 봉합 및 세부 작업에서 거의 결정된다. 윤 박제사는 “한울과 코아가 자연사한 지 오래돼 털과 가죽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며 “털이 빠진 부위는 보관해 놓은 털을 가져다 본드로 하나씩 붙였고, 수염 한 올, 발톱 하나도 살아 있을 때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정성을 다했다”고 말했다. 생동감을 더하는 박제 호랑이 눈은 “플래시를 비출 경우 눈빛이 반사할 정도로 최신 유리 재질의 의안”이라고 설명했다. ‘동물 박제는 인간의 대표적인 잔혹행위’라는 일각의 불편한 시선에 대해 윤 박제사는 고개를 저었다.
“서울대공원 등 공공기관의 박제는 자연사한 희귀·멸종위기종에 대한 연구·교육 목적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처럼, 박제표본일지라도 많은 사람이 보게 되면 동물 보호 및 종 보존에 대한 인식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윤 박제사는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미술학도였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유난히 좋아했던 그는 전공을 생물학으로 바꾸려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2011년 인천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박제사를 보조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어깨너머로 박제를 배웠다. 그는 “한 마리 동물을 박제할 때 조사하고 공부하면서 알아가는 성취감이 가장 큰 것 같다”며 “직업병 중 하나는 반려동물을 보면 꼭 만져보고 살펴봐서 주변의 오해를 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윤 박제사의 다음 목표는 멸종위기종 눈표범(설표)을 생전 모습처럼 생생하게 복원하는 것이다. 설표 역시 뛰어가는 모습으로 재현할 계획이다.
그는 “매 작품을 만들 때마다 저마다 다른 동물로 특성과 모습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매번 새롭게 도전하는 느낌”이라며 “실력을 더 키워 (2년마다 열리는) 세계박제대회에서 수상하는 게 중장기 목표”라고 말했다.
과천=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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