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성 진료할 때.." 성희롱·환자비하, 의사 커뮤니티의 민낯

조성호,김금이 2020. 5. 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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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커뮤니티 '메디게이트'
"영업직원 찍은 몰카 샷 공유"
낯뜨거운 성희롱 글 버젓이
"뻥쳐도 믿는다" "개돼지들"
환자 비하도 과시하듯 올려
문제되자 텔레그램 등 옮겨가
"n번방 참여자와 다를게 뭐냐"
의사사회 자성 목소리 커져
의사들의 도 넘은 '성희롱·비방' 행태가 의사 사회 최대 커뮤니티 '메디게이트'와 텔레그램 방, 단체 채팅방 등에서 대거 포착돼 충격을 안겨준다. 대표적 지식인층으로 꼽히는 의사들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직업의식을 발휘해 국민에게서 찬사를 받았지만, 그들만의 소통창구에서는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동료 의사들조차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3일 매일경제가 일부 의사들 협조를 받아 확인한 '메디게이트'에는 환자, 간호(조무)사, 제약회사 여성 영업사원 등에 대한 성희롱 글이 무분별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메디게이트는 1999년 4월 문을 열어 현재 의사 회원이 10만명 이상 가입한 의사 대표 커뮤니티다. 국내 등록 의사 중 80%가 가입했으며, 한 주에도 2만~3만명이 방문한다.

이곳에 올라온 성희롱 글 상당수는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한 회원은 "젊은 여자가 나에게 진료를 받는다. 내가 '입 벌려 보세요'라며 라이트로 비출 때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편다"로 시작하는 글에서 본인이 환자를 상대로 상상한 음란행위를 매우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또 다른 회원은 "막내 간조(간호조무사)에게 주사 놓게 여환(여성 환자) 바지를 내리라 시켰더니 확 잡아당겨서 ○○○ 다 보이게 만든다"며 "막내 간조 월급을 인상시켜줬더니 원장에게 보답한다. 더 올려주면 자기 거 보여주는 거 아니냐"는 글을 올렸다. 또 이들은 '영우먼(제약회사 여성 영업직원을 지칭하는 은어) ○○○한 이야기 들려줄게' 등 제목 글에서 함께 일하는 여성들과 얼마나 많이, 어떻게 성관계했는지를 과시하는 글을 경쟁적으로 작성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학회에서 찍은 영우먼 치마 속 팬티' '어제 영우먼이랑 했습니다. 몰카 인증샷 첨부' 등 게시글을 통해 불법 촬영이 의심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실제 불법 촬영이 이뤄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글 제목과 내용이 일치한다면 성폭력처벌법 위반 사유가 되는 행위까지 자행한 셈이다.

이들의 도 넘은 일탈은 성희롱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국민을 '개돼지'로 비하하거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까지 게시하고 있었다. 이런 움직임은 메디게이트를 넘어 텔레그램 방 등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번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글이 버젓이 올라오는데도 이를 관리하는 운영 주체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자신이 게시한 글이 삭제됐다고 올린 이들이 일부 발견됐지만 4~5년 전 문제 글이 여전히 게시된 경우가 종종 눈에 띄었다. 오히려 문제 글은 5000건에 가까운 조회 수, 50건에 가까운 추천을 받기도 했다. 메디게이트 관리자는 "현재 메디게이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보통신 관련 심의 규정에 기반한 게시판 운영 원칙이 수립돼 있다"며 "해당 원칙에 위반하는 게시글이 확인되면 이에 따라 제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리자는 '성희롱 글을 왜 삭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n번방 운영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사회 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일부 의사들의 잘못된 성인식과 일탈이 브레이크 없이 표출되고 있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메디게이트는 지난해 12월 환자에게 거짓으로 진료하고 처방한다는 글이 올라와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난 진료가 다 뻥이다'라는 제목의 게시글 작성자는 "어차피 나에게 오는 인간들 진단명도 모르겠고 뭐라고 지껄이는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난 뻥쟁이"라며 "MRI 가져오면 그냥 구글 같은 데 들어가서 아무거나 올려놓고 뻥깐다"고 밝혔다. 댓글에는 "잘하고 있다" "다들 그 정도 뻥은 치고 산다"는 등 동조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외부 사람들이 메디게이트를 살펴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의사들은 채팅 앱으로 피신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의사 의대생 수다방'이었다. 이 방은 의사면허번호 뒷자리 3개, 재직증명서와 신분증의 대조본 등을 인증해야만 활동할 수 있다. 메디게이트가 의사면허증, 면허자격증명서, 기타 의사면허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 중 하나를 요구하는 것처럼 이곳도 꼼꼼하게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쳤다. 이 채팅방에서도 여성을 향한 성희롱·비방 발언은 끊이지 않았다.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는 "한국 여의(여의사)들 동남아·중국 팔려가 그짓 할 날도 얼마 안 남았다" "남자 의사가 우울할 때 널스가 나긋나긋 잘해주면 바로 임신테크(임신+재테크의 합성어) 피해자가 된다" 등 채팅이 끊이지 않고 오갔다. 이 채팅방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의사 고충 상담방'은 여성에 대한 비방뿐만 아니라 한의사를 '한무당' '한무' 등으로 비하하고 비방한 것이 문제가 돼 해체되기도 했다. 이 방이 해체되자 일부는 '의사 의대생 수다방'으로 옮겨갔고, 비슷한 수위 발언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텔레그램 방 운영자임이 확인된 이 모씨는 매일경제 취재에 대해 "나는 운영자가 아닌데 잘못 연락하신 것 같다. 다른 방과 착각하신 듯싶다"며 "누구에게 제보받은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조성호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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