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은 왜 후반부에 무리수를 두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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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윤성현 감독의 전작 '파수꾼'(2010)의 속편처럼 시작한다. 얼핏 보면 1998년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들이 편의점을 나올 때 영화 배경이 가상의 근미래임이 드러난다.
한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남자로 영화 '로스트 하이웨이'(1997)의 미스터리 맨을 떠오르게 하는데 영화 초반에는 전혀 설명이 없던 존재다(바에서 암흑 속에 얼굴을 가린 채 준석과 전화로만 소통하는 장면은 '로스트 하이웨이'의 명백한 오마주다). 왜,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등장했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이 주인공을 괴롭히는 과정을 1시간 가까이 지켜봐야 하기에 관객 입장에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영화를 만든 윤성현 감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는 영화를 단지 장르영화의 쾌감을 보여주는 데서 끝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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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영화는 윤성현 감독의 전작 '파수꾼'(2010)의 속편처럼 시작한다. 편의점에서 기훈(최우식)과 장호(안재홍)가 욕을 주고받으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파수꾼'의 고등학생들이 자란 모습이다. 편의점 TV에선 IMF 구제금융을 위해 정부가 협상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얼핏 보면 1998년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들이 편의점을 나올 때 영화 배경이 가상의 근미래임이 드러난다. 희뿌연 연기가 자욱한 거리엔 전기차들이 돌아다니고 건물들은 높지만 심하게 낡았다. '공각기동대' '블레이드 러너' 등에서 봐온 가상의 미래보다는 덜 화려하지만 느낌은 비슷하다.

세 청년이 살아가는 이곳은 경제가 무너진 뒤 무법천지로 변한 황폐화된 도시다. 거리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갱들이 총으로 무장하고 활보한다. 곳곳에 폐건물들이 즐비해 을씨년스럽다. 한때 유행어였던 '헬조선'의 비주얼 버전이랄까.

준석이 신뢰하는 봉식(조성하)에게 빌린 각종 총기류를 어깨에 둘러메고 네 친구들은 도박장에 침입해 한창 도박에 빠져 있는 사람들과 경호원들을 제압한다.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인 네 청년들의 행동은 어설프다. 준석은 식은땀을 흘리고 장호는 호흡이 가빠오고 기훈은 어쩔 줄 모른 채 소리만 지르고 상수는 도박장 경호원들이 자신을 알아봤을까봐 안절부절못한다.

미래가 없는 청춘을 그린 드라마에서 디스토피아 SF로, 케이퍼 무비로, 다시 탈출 스릴러로…. 장르가 수시로 바뀌는 것은 '기생충'에서 보았듯이 결코 단점이 아니다. 잘만 버무린다면 전혀 새로운 영화로 탄생할 수 있다. 하지만 '사냥의 시간'은 후반부에 무리수를 둔다. 지금까지 쌓아온 이야기를 무시하고 영화를 준석을 비롯한 친구들과 한의 대결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영화를 만든 윤성현 감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는 영화를 단지 장르영화의 쾌감을 보여주는 데서 끝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파수꾼'에서 윤 감독은 명백한 선악구도를 거부하고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어떻게 또 다른 의미의 피해자가 되었는지를 파헤쳤다. '사냥의 시간'에서 준석 일당은 범죄자이지만 미지의 남자인 한에게 쫓길 때는 한없이 약한 존재이기에 관객은 이들이 암흑 같은 세상을 탈출해 그들의 꿈을 이루기를 바라게 된다. 경제가 망가진 가상의 미래에서 꿈을 짓밟힌 채 살아가는 청년들을 현재 한국 사회 청년의 삶에 대입하면서 그들의 막막한 심정을 강조하기 위해 한이라는 절대적으로 악몽 같은 추적자의 존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는 장점도 많다. 우선 다양한 형태의 폐건물을 꼼꼼히 활용해 디스토피아 느낌을 물씬 풍기게 한 미술은 한국 영화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떠올리게 하는 세피아톤 조명, 추격전의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편집과 총격전에서의 음향효과도 완성도가 뛰어나다.

영화는 애초 지난 2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이 연기된 뒤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옷을 갈아입고 4월 23일 공개됐다.
[양유창 기자 sanit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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