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1면, 38명 노동자 생명 앗아간 물류창고 참사

김예리 기자 2020. 5. 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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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현장은 말한다… '작업 환경'이 죽였다고" 한겨레 "스러져야 보이는 이들의 슬픈 노동절"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노동절 당일인 1일 아침신문 1면은 노동절을 이틀 앞두고 38명의 대규모 희생자를 낸 이천 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 화재 참사를 다룬 후속심층보도로 채워졌다. 이날 신문들은 전날에 이어 참사가 발생한 원인과 함께 왜 이같은 사고가 반복돼왔는지에 집중했다.

소방당국은 화재를 촉발한 원인으론 "화재 당시 물류창고 지하 2층에서 (가연성 높은) 우레탄폼 희석 작업과 승강기 설치 작업(용접용단)을 동시 진행한 것"을 꼽았다. 희생자들은 발화지점인 지하 2층이 아니라 지상 2층에서 가장 많이(18명)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2층 이상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들이 1층으로 탈출하려 했지만 올라오는 불길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문들은 지난 29일 화재 참사가 발생한 원인들을 분석했다. 기업들은 공사 단가를 낮추려 유독가스와 가연성 높은 우레탄폼과 샌드위치 패널을 이용했다. 역시 비용을 아끼려 설비·수장방수·패널 등 분야에 9개 하청업체를 이용했고, 그 결과 발주처와 시공사의 안전관리책임이 사라졌다. 정부는 화재위험 문제를 6차례 경고하고도 조건부 적정 판단을 내렸다. 그간 반복된 참사에서 기업들은 피해 책임을 지지 않고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다.

대다수 아침신문들이 1면 머리기사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소식을 다뤘다. 아래는 1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현장은 말한다… '작업 환경'이 죽였다고"
국민일보 "'딸 학비 벌러 갔는데'…한 줌 재로 사라진 가장의 꿈"
동아일보 "'화재 위험' 6차례 경고, 시공사 계속 묵살했다"
서울신문 "40명 앗아간 죗값 2000만원…법이 눈감은 비극"
세계일보 "'화재위험' 수차 경고에도…또 '후진국형 인재'"
조선일보 "황금연휴 한일 다른 풍경"(사진) / "대북 정찰위성 예산까지 깎아 지원금"
중앙일보 "재난지원금 통과되자 여당 '나도 기부' 운동"
한겨레 "스러져야 보이는 이들의 슬픈 노동절"
한국일보 "안전대책 눈감고, 6번 경고 귀닫았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에 "현장은 말한다…'작업환경'이 죽였다고", 하단엔 "통계는 말한다… 정부 대책 소용없었다고"란 제목을 달았다. 동아일보는 시공사 '건우'가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6차례 화재위험 경고를 받고도 묵살했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그간 일어난 공사현장 폭발 화재사고를 들여다보고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를 짚었다.

한겨레는 1면 머리에 희생자들의 나이대와 소속 하청업체 면면을 설명했다. 신원이 밝혀진 희생자들은 대부분 전기도장설비방수 분야 소규모 하청업체 소속이거나 일용직, 이주노동자들이었다. 신문에 따르면 20대는 3명, 30대 2명, 40대와 50대, 60대 노동자가 8명씩이다. 카자흐스탄과 중국에서 온 이주노동자 3명도 포함됐다.

"12년 전과 판박이, 반복 왜" 샌드위치 패널 화재 매년 2000건, 20명씩 숨져

신문들은 이번 참사가 12년 전인 2008년, 40명을 숨지게 한 이천 코리아2000 냉동창고 폭발화재 사고와 판박이라고 입모았다.

▲1일자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코리아 2000 화재를 조사한 전문가를 인터뷰해 "참사는 수십년 동안 반복됐지만 매번 우연한 사고로 치부하거나 엉뚱한 요인에 책임을 돌리는 식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경향은 "1998년 10월 부산 냉동창고 참사, 코리아2000 냉동창고 참사도 밀폐된 공간에서 인화성 물질 농도가 높아지며 화재가 발생해 각각 27명, 4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당시 사고 결과가 제대로 규명되거나 공유되지 못했다"며 "사고 때마다 재해조사 보고서가 나오지만, 대부분 수사기록이란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에서 사업주 처벌은 벌금 2000만원에 그쳤다.

하단 기사에선 소방청 국가화재정보 통계를 분석해 샌드위치 패널(얇은 철판 사이에 넣는 건설자재)로 인한 화재가 매년 3000건 넘게 일어나고 한해 평균 2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인명 피해는 231명이었다.

▲1일자 한겨레 1면

40명 숨졌는데 벌금 2천만원 그쳐, 재발방지 법안은 국토부 거부

한겨레는 가까스로 이번 화재현장을 탈출한 노동자들 증언으로 화재 원인을 조명했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새로 마련된 안전교육과 피난 경로 안내 등 안전대책은 이행되지 않았다. 개정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사업주가 화재 위험 작업에 앞서 불꽃불티가 튀어 불이 나는 것을 막도록 조처하고 노동자들에게 화재 예방피난 교육을 하도록 한다.

한겨레는 이어 2008년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 뒤 국회가 추진한 대로 불에 취약한 건축자재를 쓰지 못하도록 건축법을 바꿨다면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거나 피해가 줄었겠지만, 당시 국토교통부는 이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도 당시와 같이 우레탄폼 작업 중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빈틈없는 화재 안전 대책과 실천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재발방지대책 관련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는 건설현장의 인화성 물질 취급과 화기 작업 병행,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 마감재 사용 등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과 소방 등 관계기관은 30일 합동 현장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건축주인 한익스프레스와 시공사인 주식회사 건우, 감리업체, 설계업체까지 모두 4개 업체를 상대로 동시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조선 시공사 항변 첫머리에, 정부 책임 강조

조선일보는 첫 관련 기사 도입부에 시공사 '건우'의 현장 안전책임 담당자의 "내가 불냈느냐" "안전수칙 다 지키는 건설현장이 어디 있느냐"는 발언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실제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도 공사엔 별 지장이 없다"면서 기업보다는 감시에 소홀한 정부와 가벼운 처벌규정에 책임의 무게를 실었다. 8면에 이어간 기사에선 정부의 관리부실 책임론을 주요하게 다룬 뒤 무리한 공기단축 시도와 가벼운 처벌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1일 조선일보 1면

중앙일보는 "전문가들도 공기 단축을 위해 시공이 용이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우레탄을 사용하면서 위험천만한 '동시 작업'을 한 것이 이번 물류창고 화재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고 했다. 중앙은 "대형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가 흐지부지됐다"며 "2018년 말엔 고 김용균씨 사건을 계기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하한(징역1년 이상)을 두는 조항이 논의됐으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했다.

▲1일 중앙일보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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