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일까 '흑심'일까.. 이탈리아 돕는 러시아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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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틈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균열을 조장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에 러시아의 지원이 잇따르자 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호의'에는 뭔가 숨겨진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이탈리아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면서 EU의 분열을 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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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틈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균열을 조장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에 러시아의 지원이 잇따르자 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호의’에는 뭔가 숨겨진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된 지난달 의료진과 방역장비, 인공호흡기 등을 대거 지원했다. 로마 인근 군 공항에 도착한 러시아산 장비들은 양국 국기가 나란히 걸린 트럭에 실려 바이러스 피해가 극심한 북부 지역으로 옮겨졌다. 심지어 러시아군까지 이탈리아에 파견돼 방역 작업을 도왔다. 러시아 언론은 당시 수송 과정을 중계 방송하기도 했다.
행위만 놓고 보면 곤경에 처한 이웃 국가를 위해 러시아가 선의를 베푼 셈인데, 안보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안드레아 아르마로 전 이탈리아 국방부 대변인은 “나토 관할 지역에서 수행된 가장 성공적인 ‘선전’ 작전”이라며 “러시아의 다른 속내가 없었다면 수송기는 로마가 아니라 (상황이 심각했던) 북부 베르가모나 밀라노에 직접 착륙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전문가인 마크 갈레오티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명예교수도 “러시아가 이탈리아를 도운 것은 유럽 내 새로운 역학구도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진단한 뒤 “러시아 정보요원들이 원조 과정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물론 러시아는 이런 꼼수 의혹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직접 지원을 요청했다”며 “다른 EU 국가들이 이탈리아의 긴급원조 호소를 묵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면 거래는 없었다고 원조의 순수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EU가 러시아에 부과하고 있는 제재 조치를 해제하기 위해 이탈리아 측과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EU로부터 크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초 EU 회원국들에게 마스크와 의료진 지원을 요청했지만 성의 있는 반응을 보인 나라는 거의 없었다. 독일은 보건당국이 앞장서 이탈리아에 의료장비 전달을 고의적으로 지연시켰다는 눈총까지 받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가 주장한 ‘코로나 채권’ 발행에 독일 등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이탈리아의 불만은 한층 더 커졌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지난달 말 “EU가 이탈리아에 연대를 보여주지 않으면 유럽의 미래는 위태로울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이탈리아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면서 EU의 분열을 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토드 월터스 나토군 사령관은 이탈리아에 러시아 군 요원들이 머무르고 있는 사실을 거론하며 “러시아의 악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탈리아의 모호한 태도가 EU 통합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컨설팅업체 ‘폴리시 소나’의 창립자 프란체스코 갈리에티는 “이탈리아가 예의 없이 (EU)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누구와도 ‘바람’을 피울 수 있다는 의문을 증폭시켰다”고 꼬집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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