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만에 재등장한 '맨해튼 프로젝트'..이번엔 코로나19 치료제

유영규 기자 2020. 4. 2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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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의 과학자 10여 명과 억만장자, 업계거물로 구성된 비밀그룹이 코로나19 해법을 찾으려 이른바 '맨해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작업을 '봉쇄시대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묘사한 이들은 전 세계에서 '비정통적인'(unorthodox) 아이디어를 추출하려 두뇌와 자금을 결집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유럽 등 과학자들이 참여해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을 만들어 낸 연구 암호명입니다.

전 세계를 패닉으로 몰아가는 코로나19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80년 만에 제2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구성된 셈입니다.

스스로를 '코로나19를 멈추게 하려는 과학자'라고 부르는 이 그룹에는 화학생물학자, 면역생물학자, 신경생물학자, 연대기생물학자, 종양학자, 소화기생물학자, 전염병학자, 핵과학자 등 10여 명의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그룹에 참여한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마이클 로스배시는 "(이 그룹에서) 내가 가장 자격이 없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행정부 정책 결정권자에게 도달하기 전에 결함을 제거하는 원격 검토위원회로서 일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이 그룹은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수많은 변칙적인 방법을 요구하는 17쪽짜리 비밀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여기에는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 당시 사용했던 강력한 약을 당시보다 훨씬 더 많이 복용시켜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는 내용도 있다고 합니다.

미 국립보건원(NIH) 프랜시스 콜린스 원장은 이 보고서 대부분에 동의했고, 식품의약국(FDA)과 재향군인부(DVA)는 이미 특정 코로나19 의약품의 생산 규정과 요건을 대폭 축소하는 등 구체적인 권고안을 시행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보고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도 전달됐습니다.

이 그룹 주도자는 33세의 의사 출신 벤처 기업가 톰 케이힐 박사입니다.

그는 단지 한 벌의 양복만을 갖고 있지만, 코로나19 전쟁에서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엄청난 연줄이 있다고 WSJ은 소개했습니다.

거기엔 그의 투자회사를 통해 확보된 피터 티엘, 짐 팔로타 같은 억만장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생명과학 투자에 열중했던 케이힐 박사는 유망한 과학자를 발굴하고 그들의 재정적인 문제를 도와주는 게 자신이 직접 연구하는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WSJ은 설명했습니다.

케이힐 박사와 그의 그룹은 지난 몇 달 간 펜스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닉 에이어스와 다른 기관장들에게 조언을 해왔습니다.

그룹 참여자들은 코로나19 전투에 자신들의 네트워크와 분별있는 과학적 지식을 활용할 기회를 얻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지 누구도 재정적 이윤을 위해 참가하는 게 아니라고 WSJ은 전했습니다.

이 그룹 멤버인 하버드대 화학자 스튜어트 슈라이버는 "우리는 실패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성공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스턴 셀틱스 공동소유주이자 베인 캐피털 공동회장인 스티브 파글리우카는 보고서 원고정리를 도왔고,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이를 건넸습니다.

이들의 초기 작업 상당 부분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전 세계 수백 개의 과학논문 중 괜찮은 것들을 분리해내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로스배시는 "10대처럼" 화상회의와 문자를 통해 토론했다고 말했습니다.

하버드대 화학생물학자 데이비드 류는 "2∼3일간 7∼8번의 줌(zoom) 미팅을 했는데, 그 자체로 병이 날 지경"이라고 농담하기도 했습니다.

이 그룹은 또 올해가 대선의 해인 만큼 정치성을 차단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이 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성을 언급한 말라리아약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코로나19 치료제로서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이 그룹의 초기 3단계 권고안은 연방정부 권한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제약사가 약이 실패할 경우에 대한 손실을 걱정하지 않고 생산을 늘리도록 아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품을 구매하고,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 기간을 9개월이나 1년에서 1주일로 대폭 줄여야한다는 식입니다.

이들 과학자는 바이러스 세포에 달라붙는 단세포 항체 약물을 가장 유망한 치료제로 확인했다고 합니다.

일례로 이 약물의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한 제약회사의 기존 시설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했지만, FDA 승인을 위해 몇 달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룹 내 인맥을 통해 즉각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파글리우카는 "우리는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정부, 기업, 과학 등 전 국가적인 단결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사진=미 NIH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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