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팔고, 계열사 매각하고, 임금 반납하고'..현금 확보 서두르는 기업들

고은결 2020. 4. 2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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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쇼크에 유동성 확보 차원서 잇달아 자산 매각
경영진은 임금 자진 반납, 직원들은 유·무급휴가 돌입
제주 한진렌터카 전경. (사진=한진 제공)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기업들이 앞다퉈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유동성 우려가 제기되자 현금 비중을 높이며 길어질 수 있는 '보릿고개' 대비에 나선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종합물류기업 한진은 롯데렌탈에 렌터카사업을 넘긴다. 양사는 지난 21일 렌터카 차량 3000여대, 600억원 규모의 자산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한진은 지난해 동대구 및 서대구 버스터미널을 매각해 400억원을 마련했으며, 올해는 부산 범일동 부지 등 활용도 낮은 부동산과 유동화 가능한 주식을 적극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도 유휴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41년간 직원 숙소로 쓰인 제주도 주택 일대를 매각한다. 회사는 최근 9450.9㎡(약 2858평) 규모의 제주시 연동 사원 부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300억~4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서울 도심 노른자 땅인 종로구 송현동 토지(3만6642㎡) 및 건물(605㎡)을 비롯해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5만3670㎡) 및 건물(1만2246㎡)도 처분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현대오일뱅크 지분, 서울 잠원동 사옥 등 자산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9일 잠원 사옥 매각을 위한 주간사 선정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는 "재무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자산 대부분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자회사 SK E&S는 최근 중국 민영 가스업체 차이나가스홀딩스(CGH)의 지분 10.25%(5억3503만주) 전량을 매각해 1조8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SK네트웍스는 최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코람코자산신탁 및 현대오일뱅크 등에 주유소 사업을 이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1조3000억원대의 자금을 확보했다.

LG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지난 2월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를 39억4000만위안(약 6688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는 유동성 확보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베이징 트윈타워 매각을 추진해 왔다.

두산그룹은 자금난을 겪는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두산솔루스의 매각까지 나섰다. 두산 측은 두산솔루스의 기업가치를 1조5000억원 안팎으로 보며 지분 61% 전량 매각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통환경 급변에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이마트는 땅을 매각해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이마트는 지난달 25일 서울 마곡지구 도시개발지구 특별계획구역내 CP4 구역을 마곡씨피포피에프브이에 8158억원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 밖에 해태제과는 핵심 사업 중심으로 역량을 모으기 위해 자회사 해태아이스크림을 1400억원에 빙그레에 매각했다. CJ ENM은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주식 224만7710주를 1659억원에 매각했다.

기업들은 자산 매각 외에도 경영진 임금 삭감, 유·무급 휴직 실시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건설 등 전 계열사 임원이 임금의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임금 반납 종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롯데지주는 3개월 간 신동빈 회장은 급여 50%를, 임원·사외이사 등 33명은 급여 20%를 반납키로 했다. 롯데지주 외 호텔롯데, 롯데컬처웍스 등 계열사 임원도 지난 2월부터 급여 10~20%를 반납하고 있다.

코로나19 타격을 전면에서 받은 항공업계는 일제히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대한항공은 전체 직원의 70%가 6개월 간 유직 휴급에 들어갔고, 아시아나항공은 '사업량 정상화' 전까지 전 직원이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을 진행키로 했다. 이스타항공은 전체 직원의 20% 수준인 350명가량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충격으로 향후 기업들은 하반기 이후 현실화될 수 있는 장기 침체기에 대비해 재정여력을 일정 정도 비축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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