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인수' 의혹.. 좋은사람들, 1년 만에 곳간 '텅텅'

김설아 기자 2020. 4. 2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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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리뷰]#. 지난 4월14일, 속옷기업 ‘좋은사람들’은 회사의 온라인 공식 자사몰을 통한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24.5% 성장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판매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그에 따른 매출이 얼마큼 늘어났는지 등은 명시돼 있지 않았다. 왜일까. 좋은사람들이 자사몰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시기는 지난해 하반기. 사실상 전년대비 통계를 낼 수 없는 허위자료라는 지적이다. 판매량이 증가하더라도 좋은사람들 매출은 일반점, 전문점, 할인점 등이 차지하는 채널 매출이 90% 이상이다. 온라인 매출 비중은 4% 안팎에 불과하다.

#. 좋은사람들은 지난 1월31일에도 비슷한 자료를 낸 적이 있다. 보디가드 전국 오프라인매장에서 판매 중인 ‘KF94’ 등급 보건용 마스크 판매량이 지난달보다 약 175% 늘었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판매량이 얼마인지,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에 대한 부분은 빠졌다. 확인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당시 보디가드에서 판매하던 마스크는 사은품 개념으로 나눠주던 KF80의 황사마스크. 좋은사람들 측은 “매장에 갖고 있던 황사마스크로 전문적인 판매가 이뤄지진 않았다”며 자료가 과장됐음을 시인했다.

좋은사람들 본사 사무실 전경. 좋은사람들 브랜드들이 전시돼 있다/사진=머니S
속옷기업인 좋은사람들이 이 같은 허위·과장자료를 잇따라 배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의견이다. 바로 ‘주가’ 때문이란 것. 온라인 판매량 증가자료를 배포한 날 좋은사람들 주가는 4.17% 상승했고 마스크 판매 관련 허위 자료를 배포한 다음날 거래량은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과장된 보도자료 배포… ‘주가 마케팅’에 열올려 


회사 내부 관계자는 “마케팅팀에서 주가를 올리기 위해 허위 기사를 반복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이종현 대표가 취임한 후 ‘속옷 마케팅’보다 ‘주가 마케팅’에 더 열을 올리는 일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내부 사정은 달랐다. 마케팅팀에서 쏟아낸 긍정적인 이슈보다 ▲점유율 하락 ▲낮은 브랜드 파워 ▲판매 부진 ▲높은 오프라인 점포 의존도 등 부정 요인이 더 많다. 대표 브랜드인 예스(Yes)도 최근 걸그룹 베리굿 조현을 전속 모델로 선정하면서 재기를 노렸지만 SPA와 해외브랜드에 밀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적 저조 흐름과 최근 코로나19 여파까지 맞물리면서 1분기 매출은 3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예측된다.

이종현 대표와 관련해선 ▲라임사태 연루 ▲각종 고소·고발 ▲기업 사냥꾼 의혹 ▲무자본인수 의혹 ▲노조와 지속적인 충돌 등 각종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는 그동안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서 활동해 온 인물. ‘애니콜 신화’로 유명한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남이기도 하다.

내부 일각에선 이 대표가 실권을 잡은 후 나름 탄탄하게 유지되던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엔 창립 29년 이래 처음으로 임금이 체불됐고 노조 측에서 고소 직전까지 갔으나 뒤늦게 임금이 지급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 대표의 초점이 ‘속옷’보단 ‘주식’, ‘경영정상화’보단 ‘자본 빼먹기’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란 게 내부에서 나온 우려다. 회사 관계자는 “이 대표와 함께 온 임원들도 유상증자 등과 같은 외부활동을 주로 하는 인물로 패션이나 유통업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라며 “이 대표가 온 후 사내유보금 유출과 핵심자산 현금화 등이 의심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보금 줄고 채권 늘고… 수상한 현금흐름 


실제로 그럴까. 이 대표의 지난 1년간 경영궤적을 살펴봤다. 2019년 좋은사람들은 매출 1266억원에 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이 기간 당기순손실은 103억원이다. 2018년도 당기순이익이 30억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약 131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적자전환은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판관비) 상승 등 비용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매출은 전년대비 17억원 감소했으나 원가는 약 8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상품매출은 60억원에 원가 56억, 제품은 1213억원 매출에 원가 602억원이다. 

전년도 제품매출은 1265억원에 원가 561억원. 결국 전년대비 제품 매출은 52억원이 감소한 반면 매출 원가는 오히려 39억원 상승했다. 원재료 외 원가로 잡히는 인건비 등을 감안하더라도 두드러지는 격차라는 게 내부 관계자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원가 부분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제품원가 중 인건비는 10억원 늘었으나 복리후생비가 약 17억원 증가한 것도 이례적인 사항”이라고 귀띔했다.

판관비 중 가장 많이 증가한 비용은 감가상각비다. 지난해 판관비는 약 700억원으로 전년(678억원)대비 22억원 증가했으나 감가상각비는 약 82억원으로 한해 전(23억원)보다 3.6배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감가상각비 증가를 일으킬 만한 투자 등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내부에선 상당히 이례적인 사안으로 보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40억원에 그쳤을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총 자산은 1120억원으로 전년대비 67억원 증가했고 부채는 한해 전(188억원)보다 162억원 급증한 35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산 변동 중 주요 사항은 ▲현금자산 200억원 감소 ▲기타유동금융자산 60억 증가 ▲유형자산 142억원 증가다. 이 중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약 60억원 늘었다. 주요 원인은 단기차입금 46억원 증가다.

내부 관계자는 “200억원에 달하던 사내 유보금도 1년 만에 20억원으로 10분의1 토막이 나고 이 대표가 오기 전엔 없던 매출채권 46억원이 생기는 등 유보금은 줄고 현금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좋은사람들 “이 대표, 기업사냥꾼 아니다”


이에 대해 좋은사람들 관계자는 “사내유보금 감소는 지난해 노조와 협의해 최대 규모의 임금 인상(6%)을 단행하고 직원들에게 월 100만원씩 특별위로금을 지급한 데 따른 것”이라며 “제조원가 상승과 함께 휴가비 10만원 지급 등 복리후생비 증가, 450억원 규모의 재고 충당금 등이 실적에 영향을 줬다”고 해명했다. 

매출채권 46억원에 대해선 “홈플러스와 진행하는 B2B 유니폼사업의 매출채권 금액이 잡힌 부분”이라며 “수금이 되고 있지만 기말이어서 잡히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가상각비 증가 부분에 대해선 “더 확인해야 될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대표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도 “과거 이력 때문에 기업사냥꾼이란 일방적인 매도가 있다”며 “당시 논란이 된 기업들(제이앤유글로벌, KJ프리텍)이 매각 직후 다음 인수주체들이 경영해나가면서 망가진 것일 뿐, 이 대표 인수로 망가진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회계감사에서도 적정의견을 받았다”며 “그동안 일각에서 문제제기한 부분이 소명이 안됐다면 어떻게 적정의견을 받고 최근 유상증자까지 성공했겠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주가를 억지로 띄운다거나 허위공시는 절대 없었다”며 “이 대표도 처음 상장사 대표를 맡아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해명에도 업계는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50억원(자기자본 35억원, 빌린돈 15억원)으로 1000억원대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점 ▲인수 후 자금 출처를 숨겨오다 수차례 공시를 번복한 끝에 지배구조를 밝힌 점 ▲내부에서 횡령 의혹으로 고소·고발이 오간 점 등 그동안의 행보를 볼 때 의심되는 사안이 많아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자본 M&A를 통한 기업사냥꾼의 전형적인 행보를 닮아 있다”며 “이 대표의 속내가 ‘속옷기업 경영’일지 아닐지에 대한 답은 예상보다 빨리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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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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