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TALK] 2억년전 익룡, 무당벌레, 독사까지.. 新기술 모델된 자연계
대형 드론⋅로봇⋅패치형 주사기 개발 등에 활용
지구의 생명체들이 가진 구조와 기능은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해왔다. 이미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적자생존의 과정을 통해 생존전략이나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한 시대를 대표한 예술가이자 과학자, 발명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연은 최고의 스승"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오랜 진화를 통해 최적화돼 있는 생명체의 생태, 구조, 기능을 모방하거나 이로부터 영감을 얻어 주어진 공학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내놓는 것을 생체모방기술이라고 한다. 생명체의 생리, 생태, 구조 등을 자세하게 규명하고, 공학적으로 활용 가능한 창의적인 신기술을 내놓는 것이 핵심이다. 생체모방기술이 최근 드론, 로봇, 에너지, 의학 등 각종 분야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14일자 세계적 학술지 셀의 자매지인 ‘생태와 진화의 동향’에 따르면 영국 브리스톨대의 엘리자베스 마틴-실버스톤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2억여 년 전 출현한 익룡을 연구하면 기술자들이 더 나은 안정성을 지닌 새로운 세대의 슈퍼 드론(무인항공기)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드론 등의 비행체를 활주로의 추진력 없이도 이륙해 비행 중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룡은 소형 항공기와 맞먹는 최대 10m의 날개 판과 300㎏에 육박하는 몸무게에도 단숨에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익룡은 우리 몸의 팔꿈치와 손목에 해당하는 뼈 부위에서 강한 도약력을 일으켜 하늘에 떠 있는 상태가 될 수 있는 충분한 높이에 이를 수 있다. 이륙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힘과 속도가 필요한 기존 생물체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마틴-실버스톤 박사는 "오늘날 드론 같은 비행체를 이륙하기 위해 평평한 지면을 필요로 하고 그것이 실제로 공중에 어떻게 뜨는 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제한을 받는다"면서 "익룡의 독특한 이륙에 관한 생리학은 이런 문제 중 일부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국방생체모방 자율로봇 특화연구센터 조규진(기계공학부) 교수팀은 무당벌레를 모사한 종이접기 기반 구조와 이를 활용한 로봇을 개발했다. 종이접기 기반 구조는 가볍고 좁은 공간에 접혀 있을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지만, 기존 종이접기 구조 설계 방식은 탄성 에너지 저장과 큰 힘을 지탱하는 능력에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무당벌레의 시맥(곤충의 날개에 무늬처럼 있는 맥으로 날개를 지탱하는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종이접기 구조의 면에 탄성·곡률을 부여했다.
무당벌레는 복잡하게 접혀있는 날개를 0.1초 이내에 빠르게 펼 수 있고 100㎐의 매우 빠른 날갯짓에서도 불구하고, 시맥의 단면 형상이 독특하고, 탄성을 활용하기 때문에 날개가 꺾이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종이접기 기반 구조에 적용한 것이다. 그 결과 개발된 무당벌레 모사 종이접기 구조는 납작하게 접힐 수 있지만 탄성 에너지 저장 능력이 높아 스스로 빠르게 펴지고 큰 힘을 견딜 수 있게 됐다.

심지어는 독사의 이빨에서도 영감을 얻어 반창고처럼 붙이기만 하면 되는 패치형 주사기도 개발됐다. 배원규 숭실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어금니가 뒤쪽에 있는 독특한 독사의 구조를 활용해 피부에 미세한 홈을 만들어 피부 안쪽으로 수분이 빨려들어가는 모세관 현상을 패치 형태로 구현했다. 그 결과 수초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피부각질을 통과해 유효성분을 전달하는 신개념 주사를 개발해내기도 했다.

식물 분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특히 식물의 생체 기능을 모방해 해수를 담수로 변환하는 담수화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2026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60%가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역삼투압' 방식의 담수화 기술은 에너지 소모가 많고 멤브레인에 파울링(fouling·여과과정에서 오염물질에 의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포항공대 생체유체연구단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 해수에 적응해 살아가는 염생(鹽生)식물인 맹그로브 뿌리의 구조와 기능을 생화학적으로 분석해 담수화 메커니즘을 규명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개념의 담수화용 멤브레인을 생체모방기술로 개발해 무전원 방식으로 파울링 없이 소금기를 97%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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